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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꿈을 이루시다

함박 스테이크 버거♡



함박스테이크 버거


명절에 먹고 남은 소고기 불고기 거리를

쵸퍼에 갈아준다. 이때 고기의 1/2만

갈고 나머지는 칼로 잘게 다져준다.

이렇게 하면  패티를 구웠을 때

 씹히는 맛이 있다.


고기에 소금, 후추, 맛간장,

다진 마늘 넣고 치대어서

크고 둥글게 빚어준다.

구우면 작아지므로 크게 해도 된다.

잘 익도록 가운데를 손가락으로 좀 눌러서 센 불에 앞뒤를 지지다가

 약불에서 뚜껑 덮고 익힌다.


양파는 채 썰어서 갈색이 될 때까지 달달 볶는다.

( 수분이 사라질 때까지)

양상추와 토마토는 깨끗이 씻어 물기를 빼둔다.


무염버터를 팬에서 녹여서

밀가루 넣어 갈색이 될 때까지

달달 볶다가  우유를 조금 넣고 끓여준다.

 케첩, 스테이크 소스, 우스터소스,

올리고당을 적당히 섞어가며 간을 맞춘다.


버거 번에 소스 바르고(  홀그레인 머스터드,

마요네즈, 레몬즙 조금, 단맛  조금 추가)

양상추, 토마토, 함박 스테이크, 소스 ,

볶은 양파 순으로 올려준다.

육즙이 살아있어 풍미가 대단하다.

명절 재료 남아 있는 것들을

활용하기 좋다.




이제 춥다.

밤에도 춥고, 새벽에도 춥다

여름옷 넣고  가을 옷들을 꺼내는

 정리를 해야 하는데

아... 정말 귀찮다.

누가 대신해주면 좋겠다.

오늘은 종일 창을 열어두고

 입을 옷과 처분할 옷들을 분류해야 한다.

낮에는 더우니 여름옷을

조금은 남겨 두어야 한다.


옷 정리를 할 때마다 결단을

내리지 못하는 게 있는데...

바로 결혼식 예복이다.

빨간색 투피스, 하얀색 투피스 두벌이다.

29년 동안 두어 번 입은 게 전부이다. 그런데

이 옷들을 쉽게 치우지 못하는

이유는 바로 친정엄마 때문이다.


그 당시 명동에는 <*진>이라는 유명한 의상실이 있었다.

난 그냥 백화점에 가서 적당한 걸로

사고 싶었으나

엄마는 굳이 그 의상실에

나를 끌고 가셨다.

그리고 충격발언을 하셨다.


" 대표님, 제가 디자인을

할 테니 그걸로 만들어 주세요."


*진 의상실 대표님은

아주 깐깐하기로 유명한 디자이너였는데  

그런 분에게

엄마는 당당하게 자신이

 디자인을 하겠다고 하신 거다.

시집가는 딸에게 당신이 디자인한 옷을

 입히고 싶다는

그 뜻은 받아들여졌고

드디어 두벌의 투피스가 탄생하였다.


빨간색은 인어처럼 긴 맥시  롱스커트에

옷깃과 소매는 물결 모양이고

목은 살짝  올라오고 허리는 잘록하게

쏙 들어가서 키가 큰 내가

입으면 그야말로 인어 같았다.

이건 백상 예술대상 시상식이나

칸느쯤에 가야만 어울릴듯한

분위기의 옷이다.


하얀색은 영부인 스타일의

단정한 투피스인데

옷깃과 소매는 샤넬라인의 자수가 들어가고 단추는 조각가의 예술작품 같은

화려한 꽃단 추가  달렸다.


너무 화려하여 매우  부끄러웠지만

 피로연 때 눈 딱 감고

 빨간 인어 투피스를 입고 나왔을 때

 하객들의  엄청난 박수를 받았었다.

그때 엄마의 눈과 딱 마주쳤는데

얼마나 환하게 웃고 계시는지...


그래서 이 두벌을 치우지 못하고

 꺼냈다 걸었다를 29년째 반복하는 중이다.  천이라도  상했으면 핑계 삼아 버릴 텐데

 이건 어찌 된 건지 천도 말짱하다.

딸들에게 물려줄까 하니

모두 도망간다.


엄마는 돌아가셨지만

이렇게 내 옆에 계신다.

오늘 옷 정리하면서  또 한 번 쓸쓸해지겠구나.


맏이인 내게 더 유별나셨던 엄마는

그렇게 내 옷을 디자인해 주시고

 꿈을 이루신 거다.


엄마의 꿈은 디자이너였던 것이다.


*오늘은 엄마가 좋아하셨던 존 덴버의 today로

아침을 시작한다.

https://youtu.be/n8 ymUtvloL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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