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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나에게

감자샐러드 샌드위치 ♡

감자 샐러드 샌드위치


감자 4알을 푹 삶고 식혀서 으깬다.

데친 브로콜리, 맛살, 당근, 삺은 계란을

모두 잘게 다져서 으깬 감자와 섞은 후

마요네즈, 후추 조금, 디종 머스타드 조금

넣어 버무린다.


크로아상은 오븐에 잠시 데워서

샐러드를 듬뿍 채워준다.

크로아상의 바삭함과

부드러운 샐러드는 천생연분이다.



보물상자가 도착했다.

매년 1월에는 내가 나에게 선물을 한다.

한 해를 잘 보내보자는

나에 대한 격려이기도 하다.

주로 책을 선물하는데  

올해는 풍월당 컵을 선물했다.


배달되기까지 며칠 걸리겠거니 하며

 잊고 있었는데

하루만에 배송이 되었다.

초록색이 고운 포장과 풍월당의 편지 그리고 보리과자가 함께 도착했다.

누가 선물해준게 아니고

내가 나에게 선물한 것인데

 이렇게 기쁠수가 없다.


받자마자 편지부터 읽어 내려갔다.

편지를 쥐고 있는 내 손끝도 잠시 떨렸다.

풍월당이 내게 보낸 러브레터.


풍월당은 아주 오래전부터

 1년에 한 두 번씩은 찾아갔던  곳이다.

클래식 음반을 쉽게 구하지 못했던 시절에 풍월당은 구세주였고

반드시 음반을 사지 않아도 그 곳에만 가면 조용히 흐르고 있는 시간이 있었고 ,

나의 귀를 맑게 해주는 음악이 있었다.


내가 이 곳을 알게 된 것은 2004년즈음이었다.


막내가 이제 막 유치원에 들어가서 나에게도 조금의 시간이 허락된 해였다.

친구와 함께 안국동 < 브람스 >라는 카페에 갔었다.

< 브람스>는 대학다닐때 가끔 갔던 곳이었다.

지금처럼 카페가 많지 않던 시절,

그 곳에서  미팅도 하고 , 친구도 만났다.  

내가 그 곳이 좋았던 이유는

사장님이 늘 클래식 음악을 틀어 놓으셨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 곳은 늘 조용했지만

기품이 있었고 마음이 힘들때

그 곳은 안식처가 되어 주었다.

그때 사장님이 풍월당을 알려주셨다.

풍월당은  레코드 가게이며 그 곳에 가면 좋은 음악을 많이 들을 수 있을 것이라고 하셨다.

그렇게 물어 물어 찾아갔던 풍월당.


처음 찾아갔을때 과연 이 곳이 계속 살아남을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손님이 많지 않았고

당시에는 많은 음반가게들이 적자로 문을 닫던 시절이었다. ( 나의 지인도 음반매장을

운영하다가 문을 닫았던 기억이 있다.)

그 곳이 없어지지 않길 바라는 마음으로

나는 가끔씩 그 곳을 찾았었다.

그리고 아이들에게 들려 줄 음반을 하나씩 사오곤 했다.


이제 그 꼬꼬마 아이들이

한명은 서른살이 되어가고

또 한명은 대학 졸업반이 된다.

그래서 나에게 ‘나만을 위한 시간’이

많아지고 있는데 코로나가 등장한 것이다.

이래 저래 외출을 피하다 보니 풍월당을 간 지도

몇 년이 흐른것 같다.


나는 클래식 음악을 좋아하는 것에 비례하여

예전이나 지금이나 클래식 음악에 대해 해박한 지식을  갖고 있지는 않다.  

그냥 내가 좋아하는 음악가에 대한 옛이야기 정도, 그리고 지독히 좋아하는 몇 개의 곡들이  생겼다는 것,  아이들을 키울때 많이 들려주었다는 것 그 정도이다.

그러나 그 중심엔 풍월당이 있었다.

자주 가보지 못하지만 내가 찾았을때 언제나 그자리에 있어주는 마음의 안식처라고 할까?


누구나 위로받고 싶을때가 있다.

내가 힘든걸 들키지 않고 무조건적인 위로를

받고 싶을 때가 있다.

이유도 묻지 않고 그냥 내편이 되어

가만히 들어만 주는 그런 위로 말이다.


돌이켜 보면 , 내게는 그것이 책과 음악이었다.

그런데 점점  눈꺼풀의 힘이 사라지면서

시력도  나빠지고 돋보기도 써야해서

오랜시간 책을 보는 일이 어렵게 되었다.

그런데 귀는 아직 제 역할을 하고 있으니 음악은 맘껏  들을수가 있다.  (언젠가는 귀도 멀어지겠지만…..)


'사람'만이 답은 아니라고 생각할 때가 많다.

내가 쏟은 정성만큼 나를 생각해 주지

아니할 때도 있고

뜻밖의 배신으로 우리를 수렁에 빠뜨리기도 하기때문이다.

그렇다고 내가 사람들을

사랑하지 않겠다는 건 아니고

단지 나이가 들어가니

나도 상처받지 않고 싶다는 

어설픈 욕심이 들 때가 있다.

그럴때 풍월당에 가서 맘껏 위로받고 나를 위한 선물을 해주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나의 오랜친구 풍월당.

영원하길 바란다.

이것이 풍월당에서 온 편지의 답장이다. ^^

(  그리고 풍월당 홍보 절대 아닙니다.ㅎㅎㅎ)


https://youtu.be/UuRoeFqgF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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