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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야

신라면 컵밥♡



신라면 컵밥


자취생들 사이에 핫 하다는 신라면 컵밥.

그야말로 컵라면과 밥만 있으면 되는데

난 몇가지 더 첨가해서 업그레이드시켜 본다.


컵라면을 지퍼백( 얇은 비닐봉지는 찢어짐)에

넣고 손으로 꾹꾹 눌러 부순다.


부숴진 라면은 다시 컵으로 붓고 찬물( 뜨거운물

넣으면 익힌 라면되서 안됨)을  면이 잠길듯

말듯한 정도로 부어준다.


팬에 기름둘러 대파를 많이 썰어 넣고 볶아주다가 맛살도 조금 찢어 넣는다.


파가 반쯤 익었을때 한쪽으로 밀어내고

달걀 1개를 스크램블 하다가

밥과 파 모두 함께 버무리다가

 불린 라면과 스프를 섞어  마저 볶는다.

( 찬물에 불려서 물컹하지 않고 씹는 식감이

괜찮다. 불린 라면엔 물기가 남아있지 않도록

적은 양의 물로 불려야 함)


컵에 깨소금을 먼저 넣고

볶은 밥을 꾹 눌러 담은후

접시에 엎어주고 김가루 솔솔 얹어준다.

중간에 스크램블 하지 않고 나중에 달갈프라이해서 함께 먹어도 된다.

대파, 맛살, 깨, 김가루 첨가로

쬐금 업그레이드된 맛이다.

모든 컵라면으로 가능할듯 하여

다음엔 짜장맛 라면으로 해보려 한다.


10분만에 차려진 아침상.



요즘 챙겨보는 드라마가 < 스물 다섯, 스물 하나>

나에게도 스물 하나, 스물 다섯의 시절이 있었던가?

아주 까마득하다.


나는 여주인공 나희도와 성격이 많이 비슷하다.

호기심이 많아서

오늘아침에 이런 밥도 해보았다. ^^


지금은 주인공들의 학창시절이

한창 그려지고 있는데

이 드라마를 보면서

나의 학창시절도 떠오른다.


드라마 속에서 ...

체육시간에 바지 갈아입는거 귀찮아서

1교시부터 교복치마 속에 바지를 입고 있던것,

 학교 안에 어느 한 곳에

아지트라고 만들어서 친구들과 모여 책읽고 음악 듣 것,

지금도 생생하게 귓가에 남아있는 종소리,

쉬는시간에는 모두 복도로 쏟아져 나와

수다를 떠는 모습,

오래된 나무 문짝을 삐그덕 거리며

열고 들어가는 동네 구멍가게,

모든걸 게임으로 결판을 내렸던 그 시절……




나는 여중, 여고를 졸업했는데

두 학교는 천국과 지옥이었다.


우리 동네에서는 주로 두 학교로 배정받았는데

어릴때부터 머리가 유난히 길었던 나는

집앞에 있는 J 여중에 가면 절대 안되었다.

입학과 동시에 귀밑 1cm로 머리카락을

잘라야 했기때문이다.

그런데 정말 운좋게도 우리 초등학교에서

10명도 안되는 아이들이 K 여중으로 배정받았다.

그 학교는 일찌감치 두발도 자율적이고

교복도 청 점퍼스커트였다.

3년을 다니면서 선생님들이 우리를

정말 사랑하신다는 느낌을 듬뿍 받았으며

성적보다는 올바른 인성형성을 위해

발레, 현대무용, 단소, 동양화, 캠프, 문학활동 등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하여 지도해 주셨다.

그렇게 곱게 보살핌을 받다가

고등학교때 청천벽력같이

J 여고에 배정을 받게 되었다.

(  J여중.고 는 같은 재단.)


그렇게 지옥에서의 3년이 시작되었다.

그때는 두발자율화와 교복자율화가 시행됬지만

J여고는 아랑곳하지 않고

학생들 머리길이를 체크했고

등교하면 무조건 ‘ 생활복’ 이라는 단체복을 입어야 했다.

4교시 마치면 전교생이 모두 운동장에 모여

국민체조를 해야했고 

아파도 예외라는 건 없었다.

간혹  반항하여 화장실에 숨는 친구들이 있었는데

잡히면 그자리에서 죽기직전까지

 선생님이 때렸다.

“ 너희들 봐라. 국민체조 안하고 도망가면

이렇게 된다!”  보여주듯.


이 드라마에서 학생들이 선생님에게 맞는 장면이 나왔다.

극중에선 그래도 출석부로 머리를 때렸지만

내가 다니던 J 여고에서는

무기가 출석부정도가 아니었다.

난 겁이 많아서 이탈이란건 해 본 적이 없으므로

나 자신의 잘못으로 맞아본적은 없다.

그런데 한번은 우리반 한 친구의 실수로

우리반이 모두 두들겨 맞은 적이 있다.


J여고에는 ‘단오제’라는 행사가 있었다.

옛날 옛적 단오날 하던 모든 놀이들을

손님들앞에서 해보이던 행사인데

우리는 그 행사때문에

뙤약볕아래에서 몇날 며칠씩

강제로 연습을 해야했다.

머리에 머슴같은 띠를 두르고 체육복에 빨강 파랑 띠를 두르고  차전놀이며 그네타기며 … 징글징글한 연습들을 했다.


그날도 연습하러 운동장에 모여야 하는데

한 친구가 양호실에 다녀오는 바람에

 몇 분 늦었다고

체육선생님은 우리반 68명을 벽쪽에 세우더니

분무기에 물을 담아

우리들 체육복 바지에 막 뿌렸고

사과괘짝을 발로 우지직 밟은 후에

 나무를 뜯어내어

물에 젖은 바지위를 힘껏 내리쳤다.

어떻게 되었을까?

체육선생님은 우리가 더 많이 고통스러우라고

물까지 뿌려 우리를 때린거다.

그날 이후 며칠동안 엉덩이가 아파서

68명은 의자에 앉을수가 없었다.


독일어 선생님도 만만치 않았다.

정관사, 부정관사를 외우지못하면

모두 책상위로 올라가 무릎꿇게 한 후에

30센티 자를 세워 우리들의 손톱과 허벅지를

사정없이 내리쳤다.


'신나는 슬리퍼'라는 별명의 세계사 선생님은

복도에 지나가다 조금이라도 졸고있는

 친구가 보이면

신고있던 슬리퍼를 벗어서 아이들 얼굴에 던져서 피가난 친구들도 있었다.


음악시간도 괴로웠다.

학교 교가가 3가지가 있었는데

4절씩 이었으므로 모두 합쳐 12절을

완벽히 외워서 시험을 봤다.

가사도 멜로디도 모두 비슷해서

12절을 외우는건 지옥체험이었고

가사가 한마디라도 틀리면

당시 서울시향 지휘자였던

음악선생님이 사정없이 때렸다.


J여고 안에서의 이러한 폭행들은

주로 성적이 부진한 친구들에게

집중적으로 발생했었다.

난 공부를 1등하던 사람은 아니지만

그래도 중간이상은 했던 덕분에

그런 폭행들로부터 간신히 벗어날 수 있었다.


고등학교 3년이 지옥이었다.

매일 울면서 전학보내달라고 엄마에게 졸랐다.

학교가 너무 너무 싫고 두려운 곳이었다.

내가 맞지 않아도 맞는 친구들을 목격하는 일은

밥이 넘어가지 않을 정도로 괴롭고 암울했었다.

등교때마다 오늘은 누가 죽을듯이 맞으려나..

불안했고 아침에 눈뜨기가 싫었다.

그리고 따뜻했던 k여중을 그리워했다.

몇 년전에 중학교 동창회가 있는데

J여고에 갔던 친구들은 모두

나와 같은 생각을 했었다고 한다.


그건 절대 사랑의 매가 아니고 ‘폭행’이었다.

난 졸업하면서 속이 시원했고

언젠가는 그 학교 선생님들을

모두 고발해야겠다고 마음먹었으며

졸업이후 한번도 그 학교를 찾아간 적이 없다.


선생님들은 무엇때문에 그렇게 때렸을까?

꽃으로라도 때리지는 말라는 말이 있지 않은가.

무자비하게 발로 밟고 각목을 휘두르고

따귀를 때려서 아이들 귀가 터지고.,

신발을 던지고 그런 사람들이

교사라는 이름으로 학생들을 너무나 짖눌렀고

그 아름다운 여고시절을 절망과 같은 색으로 칠할수 밖에 없었다.


그런데 정말 기가 막힌것은

J여고는 서울시내 명문여고 중 하나였다.

학교 밖 어른들은 이런 일들을 몰랐을까?

어떻게 명문여고로 자리잡았을까?

난 명문여고를 졸업했지만

우리에겐 명문이 아니었다.

그 학교 아직도 존재하고 있다는게

화가 나기도 한다.

지금은 인터넷의 발달로

그때처럼 폭행이 난무하지는 않겠지만

그 뿌리는 그러했다는걸 이야기 하는 것이다.


내가 그나마 이렇게 감성적이고

폭력적이지 않은 사람으로 자랄 수 있었던건

‘k여중에서의 3년’ 때문이다.

아이들이 부서질까 다칠까

노심초사 돌봐주시고 사랑해 주셨던

K여중의 선생님들 덕분인 것이다.


이 드라마의 단편적인 한 부분인

주인공들의 학교모습을 보면서

교육과 교사가 얼마나 중요하며

한 사람의 인생을 어떻게 변화시킬 수 있는지

깊이 깨닫게 된다.


교사는 사명감이 우선이 되면 좋겠는데

그보다는 직업으로서의 교사가 되는것 같아서

많이 아쉬운 마음이다.

한 아이를 잘 지도하여 세상에 내보내는 일은

나라를 세우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교사의 폭력은 용인되어서도 이해되어서도 안된다는 생각이 든다.


그시절 J여고 선생님들에게 한마디 남기고 싶다.

우리를 위해서였다고

그게 학생을 향한 사랑이었다고 하겠지만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라고.


글을 마무리하며

여고 3년절을 떠올리니

손이 저릿해온다.



https://youtu.be/9D4bFzuviZ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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