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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오는 날엔 뭘 한다?

피자빵 ♡



피자빵


내가 만든 버터 우유빵 위에 양파채를 아주 많이 얹고

아보카도 마요네즈 조금 발라 얹고

멕시칸 스타일치즈 뿌리고( 모든 치즈 ok )

농부아저씨가 두 번 구웠다는

존슨빌 소시지 얹고

케찹 휘리릭 뿌리고

마지막에 쪽파 다져서 뿌려 얹고

오븐 180도에 8분정도 치즈가 녹을정도로 굽는다.

치즈가 낭창낭창 늘어지는

 맛있는 피자빵으로 주말 아침을 연다.



 

              아이들이 발렌타인데이때

쿠키만들었던 밀가루가  많이 남았다.

밀가루 음식을 집에서 잘 하지 않아서 골칫거리였다.


며칠전, 재택근무하는 남편앞에 앉아서

 저 많은 밀가루를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을 했는데…..

다음날 제빵기가 배달되었다.

남편이 회사 복지몰에서

제빵기를 주문해 준 것이다.

오만가지 기능이 있는 신제품이 무려 50%나 할인을 한다는 것.


난 제빵기를 받자마자 빵을 굽기 시작했다.

매일 매일 구웠다. 오늘도 구웠다.

나는 빵굼터 아줌마가 되버렸다.

레시피가 함께 따라왔으나

창의성 충만한 내가 그대로 할 리가  없다.

내맘대로 좋은재료는 몽땅 집어 넣고

이렇게 저렇게  구워 보는 중이다.


( 폭망한 나의 첫 작품)


제빵기를 받자마자  처음 구웠을때는

 아주 엉망진창이었다.

제빵기에 따라온 레시피북대로

 똑같이 계량하여  구웠는데

반죽이 전혀 부풀지도 않고 너무나 질척하더니

결과물은 빵이 아니라 돌덩이가 탄생했다.

그 사건으로 레시피북을 신뢰하지 못하게 되었다.

그래서 내 맘대로 재료의 양을 조절해 보며 만들기 시작한 것이다.


 ( 두 번째 부터 성공하고 있는 나의 빵 !)


재료는 우리밀이나 통밀가루, 무염버터 조금, 설탕대신 스테비아로 조금, 소금도 아주 조금, 이스트도 아주 조금….

좋은재료를 넣어주고

건강에 좋지 않은 재료는 빼거나

줄여서 넣어 주는데 ……

세상에….. 빵이 되고 있다.

만들어서 바로 꺼내면 겉은 바삭하고

 속은 아주 촉촉하니 너무 맛있는거다.

보온기능도 있어서 한번 만들어서 넣어두면

한동안 따끈하게 먹을 수도 있다.



헌데, 세가지  문제가 있다.


내가 그때 그때 다른 재료들을 이것 저것

넣어보면서 대충 반죽의 농도만

맞추어서 만드니까

같은빵을 결코 두 번은 못만든다는 것이다.


또 한가지는  빵이 만들어지는 시간이 무려 3시간이 걸린다는 사실이다.

이게 도대체 왜이리 시간이 걸리나

 이해가 안되었는데

섞고 반죽 여러번 찰지게 해주고 숙성시키고 다시 반죽해주고

2차 숙성시키고 …… 이러다 보니 그만큼의 시간이 걸리는 거다.


이 두가지 문제가 너무나도 치명적이다.

맛있게 만들어진 빵을 다시 만들자면

내가 무얼 얼만큼 넣었는지 기억이 안나서

매번 다른 맛의 빵이 만들어진다.

다행히도 새롭게 만들어지는게 맛있다고 느껴지긴 하지만

직전에 먹었던 그 맛있었던  빵은

기억에서 가물가물 사라진다.


그리고 온 집안에 빵굽는 냄새가 가득한 채로 3시간을 버텨야 한다는건

너무나 괴로운 일이다.

오늘처럼 비가오는 날에는

 더 더 빵굽는 냄새가 무겁게

가라앉으면서 사람을 홀린다.

온 식구가 번갈아 가며 그 작은 제빵기 앞에 가서

언제 다 만들어지냐고 들여다 보고 난리다.


마지막 세번째,

부피가 작지 않아서 놓아 둘  곳이

마땅치가 않다.

눈앞에 무언가 널어 놓는걸

 질색하는  내가

이 제빵기 앞에선 너무나도 너그러워져서

의자위에 올려 놓고 주방 한쪽에 두었다.

오며 가며 걸리적거리긴 하지만

 그래도 매일 굽는 상황이니

나는 그대로 두기로 한다.

그리하여 제빵기님이 여왕마마처럼

한자리 차지하고 계신다.





아주 옛날에 대왕 달팽이를 기른 적이 있었는데

눈만 뜨면 달팽이의 움직임을 관찰하고

먹이를 주었다.

식구들의 열화와 같은 성원에 힘입어

 달팽이는 무럭무럭  자라다가

어느날 아침 눈 떠 보니 탈출을 하여

 영원히 그 달팽이를 찾지 못한 적이 있었다.

그때 알았다. 너무 사랑하면 떠난다는 것을.


요즘 우리식구들은 그때의  달팽이를 키우듯

이  아이를 키우고 있는 기분이 든다.

문득 어느날 그때 사라진 달팽이처럼

 이 제빵기도  사라질지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아니, 물을 주면 무럭무럭 자랄 것 같은

기분도 든다.

그러니 적당히 아껴주기로 한다.


오늘은 아침부터 비가 오더니

이내 눈이 되어 내린다.

이런날, 빵이 구워지는 냄새는

 그 어떤 향수보다도 달콤하고 은은하다.


생각해 보니 나에겐 이런게 행복이다.


오늘도 굿모닝^^

https://youtu.be/wT6GEsXD_O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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