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대파는 죄가 없다

대파김치 ♡



대파김치


모름지기 대파는 흰 대 부분이 길어야 맛있다.

며칠 전에 진도 대파가 도착하자마자 깨끗이 다듬어 대파 김치를 담갔다.


대파를 깨끗이 씻어서 물기를 모두 제거한 후

손가락 한마디 크기로 썰어준다.

까나리액젓으로 한 시간 정도 절여준후

김장양념으로 버무린다.


김장양념은 다진마늘과 배,양파를 갈아서

고춧가루, 매실청, 설탕 조금,액젓과 함께

섞어서 숙성시킨 것이다.

김장때 넉넉히 만들어서 냉동시키면

1년 내내  열무김치, 유채김치, 파김치,

기타 등등의 무침 요리에 요긴하게

쓸 수가 있다.


한 통 가득 담아서 하루나 이틀정도

실온에 익혀서 냉장고에 보관한다.

이렇게 잘 익은 대파 김치는

볶음밥, 짜글이, 부대찌개등에 넣어 먹어도

아주 맛있다.


파뿌리는 말려서 육수 만들때 사용한다.

이제 제법 맛있게 익어서 아침상에 올렸다.

계란밥에 잘 익은 대파김치

최고의 조합이다.


싱싱한 대파에서  단맛이 난다.

세상에는 설탕말고도 단 것이 이렇게나 많구나.


( 초등학생 명랑엄마)


나는 어릴적부터 또래 친구들보다

항상 머리크기만큼 키가 컸었다.

그렇게 대학 2학년때171cm가될 때까지

아주 무럭 무럭 자랐다.

저절로 쑥쑥 자라는 키를

자라지 못하게 막을수 있는 방법은 없었다.


동네 어른들은 내가 지나가면

"  아주 콩나물처럼 자라는구나.

너 콩나물 잘 먹지?" 라고

반드시 아는척을 하셨다.


 이렇게 키가 크다보니

또래 여자아이들 중에서 골목대장같은

역할을 했었다.

남자아이들이 고무줄을  끊거나

아이스케키하며 치마를 들추면

친구들은 내게 와서 일렀고

난 만사 제치고 출동하여

남자아이들과 맞서 싸우고

반드시 승전고를 울리는 스타일이었다


어느날.

늘 나에게 응징을 당하는 한 남자아이가

갑자기 우리반에 오더니

"  야, 대파 ! 너 이리 나와!"  하는 것이다.

반 아이들은 " 대파? 대파가 누구야?"

하며 웅성대는데 그 아이가 내게 다가오더니

" 누구긴 누구야. 니가 대파지."

하는게 아닌가.

으응... 내가 왜 대파지?


집에 돌아와 동아전과를 펴놓고 공부하는데

머릿속에선 계속 대파라는 단어가

둥둥 떠다녔다.

중간고사따위는 이미 머릿속에  없었다.

오로지 어떻게 하면 그 아이를

골탕먹여줄까 그 생각뿐이었다.


" 엄마, ㅇㅇ 이가 나한테 대파래."

" 그래? 이야~  ㅇㅇ 이는 눈썰미가 대단하구나."

" 아니, 내가 왜 대파냐구."

엄마가 냉장고에서 대파 한 뿌리를

꺼내 오셨다.

" 봐봐. 길~~ 다랗고  끝에 파뿌리 있지?

너도 키가 크고 머리카락이 길잖어."


다음날 점심시간에

그 아이는 열심히 축구를 하고 있었다.

나는 슬며시 그 아이 곁으로 다가가서....

두 손으로 바지를 잡고 힘껏 내려버렸다.

졸지에 그 아이는 속옷이 보이고

엉엉  울며 바지춤을 올리며 사라졌다.

그 후로 다시는 나에게 대파라고 부르지 않았다.


진도대파를 받고 박스를 뜯자마자

가지런히도 누워있는 대파들을 보니

어릴적 그 사건이 떠올라  

혼자 웃음을 삼켰다.


지금 생각해보니 엄마말씀처럼

그 아이는 관찰력과 표현력이 굉장했던것 같다.

지금은 어떤 아저씨가 되어 있으려나..

골목대장이었던 나를 기억하려나?

그 날의 부끄러움도 기억하려나?


나도 참...

대파가 어때서 그렇게 난리쳤을까.

모든 음식에 감초처럼 들어가서

한결 감칠맛을 내주는 채소인데.

대파에게 슬쩍 미안해지는 아침이다.


오늘도 굿모닝^^

https://youtu.be/gzwqzW_Ad_Q






매거진의 이전글 부고장을 받았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