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나도 추앙해 달라고 졸랐다

초계국수♡


 

초계국수


며칠전에 영계와 파, 마늘 등을 넣어

푸욱  끓여서 기름을 제거하고

 소금 조금 . 설탕, 식초를 넣어

 새콤 달콤하게 만들어 얼려두었다.

닭고기 살도 쪽쪽 찢어서 함께 얼렸다.


오늘은 이 모든걸 녹여서

소면만 삶아서 야채고명과 닭고기 고명 얹고

겨자소스 넣어 살얼음 동동 띄워 먹었다.


초계국수가 먹고픈데

 식구들이  모두 시간을 못 맞추니

을지로 평래옥에 갈 수가 없다.

평래옥에선 노계를 삶아 고명으로 쓰는데

나는 영계로 만들어서

 닭무침까지 만들기엔 닭고기가 부족했다.


새벽 6시 30분에 어김없이 알람이 울렸다.

탁! 끄고 벌떡 일어나니 아차 싶다.

오늘은 토요일.

다시 누워 2차로 잠깐 잔다는게 눈뜨니 아점시간이다

초록창에 검색하니 30도를 웃도는 기온이랜다.

시원한걸 먹겠다는 생각에

 냉동실을 뒤진 것이다.




식탁에 모여 앉아 식구들에게 선포했다.

" 나를 추앙해봐!"


어제 남편과 <나의 해방일지>를 정주행했다.

나의 시선은 처음부터 엄마와 구씨에게

촛점이 맞춰졌다.


엄마는 늘 따뜻한 밥상을 차리고 가족이 아닌

구씨까지 살뜰히 챙겨서 밥을 먹인다.

아무도 그런 엄마에게 관심갖지 않는다.

엄마는 늘 그자리에 있는 사람이니까.


구씨는 .... 가족은 아니지만 그 가족들이

각각 구씨와 마음을 나누고

심지어 의지까지  한다.

그런데 딱히 표현은 하지 않는다.


압력솥에 밥을 올려놓고

엄마는 돌아오지 못할  먼 길을 떠난다.

남겨진 가족들의 밥상엔 인스턴트 음식이

차려지고 냉기가 가득하다.

아버지는 참 빨리도 재혼을 한다.

( 자식들을 위해 빨리 재혼한듯 하다.)

참 속상했다.


엄마의 모습은 세상의 모든 엄마의 모습이었다.

대체 밥이 뭐라고!

그 밥하는게 나이들수록 힘들다는데

가족들이 좀 나눠서 한 끼정도는 만들어줄 수

없느냐고!

두 주먹을 불끈 쥐고 남편  들으라는듯 흥분했고

함께 tv를 보던 남편은 조용~ 했다.


가족을 위해 정성껏 밥을 하는 시간이

대부분 행복하지만

나이드니 가끔은 몸이 힘들면

짜증이 나기도 한다.

그때마다 식구들은  

배달음식을 그냥 먹자고 하면서

나에게 무조건 쉬라고 한다.

그런데 그 배달음식이란게

먹고나면 눈도 붓고 짜기도 하고...

내가 원하는건 냉장고 반찬들만이라도

꺼내서 한번 차려보라는건데

그걸 몹시도 어려워 한다.


초계국수를 먹는데 남편이 맛있다는 말을

여러번 했다.

나는 "  맛있다는 그 말이 무섭다니깐.

그런말 하는거 아니야."

남편이 국수먹다가 빵 터졌다.


" 나에게 맛있다고 하지마. 나를 추앙해봐."

" 내가 밥빼고는 다 도와주잖아. 청소도 해주고

설거지도 해주고~~ "

"  아니 아니, 그런거 하지말고 한 끼라도

식사준비를 해보라고. 김치볶음밥도 좋고

라면도 좋으니까."

" 일단, 퇴직하면 시도해 볼게. "


끝까지 남편에게서 원하는 대답을 듣지 못했다.

답답한 김씨같으니라구...

내게 있어서  ' 추앙 ' 은 나에게 한 끼 식사를

만들어 달라는건데 그걸  눈치채지 못하는 남편.

구씨는 염미정에게 충만한 추앙을 해주던데

우리집 김씨는 이렇게 눈치가 없다.


설거지도 청소도 다 싫고

추앙해 달라고.


오늘도 굿모닝^^


https://youtu.be/JXJBLWUL7MQ


매거진의 이전글 그 날 지하철에서 우리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