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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을 덮고 누운 아침

배추 들기름 구이♡



배추구이


노란 알배추를 소금에 절이지 않고

칼등으로 두들겨서 힘을 빼준다.


팬에 포도씨유와 들기름을 함께 넣고

배추를 앞뒤로 노릇하게 구워준다.


구운 배추는 잠시 식혀서 돌돌 말아주고

양념장을 얹어 먹는다.


양념장은 야채 육수에  진간장, 고춧가루, 깨소금, 다진 파, 다진 마늘, 참기름, 단맛을 원하면 설탕조금 넣고 미리 섞어 두었다가 먹는다.


아침에 눈뜨니 비가 오려는지 흐리다.

나는 이런 날씨를 참 좋아한다.

비가 올듯 말듯 한껏 밀당하는 기분이랄까?

오후쯤 시원하게 한바탕 내려서

" 거봐,  내가 뭐랬어. 비가 올거라고 했지?"

라고 잘난체 하고 싶다.ㅎㅎ



우리집은 14층이다.

거실바닥에 드러 누우면 하늘만 보인다.

일어서면 하늘을 이고 있고

벌러덩 누우면 그 하늘이 이불이 된다.

무겁지 않다.


어릴때 우리집엔 책이 엄청 많았다.

100권짜리 세계 문학 전집, 50권짜리 대백과사전, 브리태니커 사전,

30권짜리 위인전집...

덕분에 펄벅의 대지를 초등학교때 읽었다.

그 나이에 읽기엔 좀 벅찬 것이지만

그냥 눈에 보이니까 읽었던 것이다.


가장 좋아했던 것은 100권짜리 딱따구리 문학전집이었는데 엄마가 곗돈을 타서

사주신 거였다.

밤에는 잠자라고 성화이신 엄마의 눈을 피해

호랑이 무늬가 그려진 울긋불긋한  밍크담요를 뒤집어 쓰고 커다란 손전등을 비춰가며

읽었던 추억이 있다.


내가 어릴적엔

요즘처럼 하루종일 tv가 나오질 않았다.

오후 5시에 브라운관 tv를 켜면 치지직 하는

화면조정시간이 시작되고

곧이어 전국에 애국가가 울려퍼지면서 국기하강식이 거행되고

6시부터 한 두개의 만화가 방영되었다.

그 때를 놓치면 아이들이 볼 수 있는게 없었다.

그 이 후엔 뉴스나  홈드라마같은게 방송되고

밤 12시엔 모든 방송이 끝나던 시절이었다.

그러니 감질나서 tv  보는 재미도 없었다.


상황이 이러니 책과 가까울 수 밖에 없었다.

방학이 되면 누워 뒹굴거리며 책들을 좌악 늘어놓고 이 책 저 책 뒤적이다가

 배 위에 올려두고 창밖에서 들어오는 하늘과

눈이 마주쳤다.


내가 배 위에 덮고 있는건 커다란 백과사전인데

마치 그 하늘을 배에 덮고 있는 기분이 들었고,

아라비안 나이트를 읽을때는 하늘이 양탄자가

되어 뱅그르르 휘이익 돌아가는 상상을 해서

몹시 울렁거리기도 했었다.

이따금 비행기가 무지개빛 선을 긋고 지나가면

벌떡 일어나 꽁무니가 사라질때까지 눈을

깜빡이지 않고 하늘을 바라보기도 했다.

어릴때 고개가 꺾어져라 올려다 보던 하늘은

내가 상상할 수 있는 그 모든것이었다.


어른이 된 후에 바라보는 하늘은

꿈과 상상이 아닌 '휴식' 이 되었다.

바쁘고 복잡한 일상에서 쉼표가 된다.

그것이 맑고 푸른 하늘이건,

비를 품은 회색빛 하늘이건  

하늘은 내게 평안을 준다.


지금 나는 거실에 누웠다.

어릴때처럼 책 한 권을 배위에 올리고 말이다.

서서히 가벼워 진다.

무거운 것들을 내려 놓는게 아니라

풍선처럼 내가 붕 뜨고 있다.


고마운 시간이다.


오늘도 굿모닝^^.

https://youtu.be/ugmf4LFiE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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