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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해야 본전이란 이런 것

낙지볶음 ♡



낙지볶음


생물 낙지를 밀가루 묻혀 깨끗이 씻어서

물기를 빼둔다.


고춧가루, 고추장,다진마늘,  맛간장이나 진간장, 매실청, 생강가루, 미림 조금, 후추, 참기름을 넣고 미리 섞어 두어 불려둔다.


팬에  기름을 두르고 대파를 미리 볶다가

양배추를 큼직하게 썰어 넣고 함께 볶는다.

야채가 반쯤  익었을때 가장자리로 밀어놓고

팬 가운데 양념장을 넣고 졸이듯이 볶다가

야채와 섞어 한 번 뒤적인다.

마지막에 물기 뺀 낙지를 넣고 오그라들때까지

뒤적여 버물버물하다가 불을 끈다.

너무 오래 볶으면 낙지가 질겨진다.




이틀 전 벌어진 대형사건 하나.


막내가  학기동안

여러개의 작품을 만들고 있는데

그 중에서 가장 심혈을 기울이는게 의자였다.


본인이 디자인하고  

락카칠 하다가 호흡곤란도 오고

이걸 용접하다가  얼마전엔

다리와 팔에 2도 화상까지 

아직까지 치료중이고

일요일도 학교에 가서

아침부터 밤까지 작품에 매달렸다.


그렇게 거의  의자의 형태를 완성했고

방석부분을 나사로 고정하고자

집에 잠시 가져왔다.

이 의자는 세 사람이 들어도 무거워서

남편이 학교 가서 차에 실어온 것이다.

아이와 둘이서 얼마나 애지중지 실어왔는지

온 몸이 땀에 젖어 있었다.


그런데 방석을 고정시킨다고 직결 나사를 찾는데 가방이 없다는것이다.

남편과 아이는 차에 의자 싣느라

정신없어서  가방을  길에다 두고 온 것이다.


두 사람은 급히 다시 학교로 갔고,

 다행히 가방이 길바닥에 얌전히 있어서

 찾아 돌아왔다.

그런데 이것은 복선에 불과했다.

남편이 방석 고정시키는  도와준다면서

의자를 드는순간....


일어나서는 안 될 일이 벌어졌다.


등받이가 본체에서 뚝 하고 떨어진 것이다.

그다음 어찌됬을까..

아이는 뒤로 벌러덩 뻗어서

목이 터져라 울기 시작하고

나와 남편은 떨어진 등받이를 부여잡고

이 사태를 어찌 수습할지

머릿속이 하얘졌다.

다음 아침에 학교에 가져가서 마지막 심사를

받아야 하는데....아이가 밤을 새며 용접한

남편의 부주의로   이 사단이 난 것이다.


그때 시각 밤9시.

학교 작업실은 이미 문을 닫았,

 서울시내 모든 철공소에 전화를 하기시작했으나

모두 퇴근하여 해 줄  수 없다 했다.

기절할듯 울고 있는 아이에게

" 걱정마.엄마가 반드시 해결해 준다."

라고 안심시키고

 네이버에서  철공소를 찾다가 도저히 안되어 카센터에 전화를 해보았다.


" 거기 카센터지요? 우리아이가 내일 꼭 심사받을 의자를,.... 흑..."

" 아...저기요... 이미 카센터 문 퇴근했어요."

" 예.예. 늦게 죄송해요. 그런데 너무 상황이 급해서요. 사장님,제발  살려주세요오오~~~ "


전화기 너머 사장님의 숨소리

조금씩 동요되고 있다는게 느껴지는 순간

나는 더 힘내서  엉엉 울기 시작했다.

결국 사장님 일단 가져와 보라고 하셔서

차에 곱게  싣고 카센터로 갔다.


편, 나, 아이는 경건하게 두 손을 모으고

사장님 앞에 일렬로 섰다.

남편은 자신이 이렇게 만들었노라고 간절히

부탁했고,  아이는 계속 울고 있고,

나는 그리고 앉아 기도를 하기 시작했다.

사장님이 1시간 반을 씨름하고

드디어 등받이가 착 붙게 되었다.

그 순간 떨어진 내 심장도 따라 붙었다.


너무 너무 감사했다.

5만원만 달라시는걸 7만원을 드렸다.

사장님이 아니었으면

우리에게 이 맛있는 낙지볶음을 먹을 수 있는 오늘아침도 없었을 것이다.

셋이서 나란히 서서 무한대의 감사인사를 하니

사장님은 부디 좋은 점수 받으라면서

격려까지 해주셨다.


드디어 어제 아침

그 의자를 싣고 학교로 출동하는데

밤새 잠을 못 잔 아이를 앞자리에서 재우고

나는 뒷자리에서 이 의자와 한 몸이 되어

행여 흔들려 부딪힐까  온 몸으로 지탱하고,

남편은 시속 30으로 조심조심

그렇게 내려주고 왔다.


(  배게까지 베고 누운 의자)


4시간 후 강의가 끝날 무렵

나와 남편은 다시 학교로 가서

아이와 이 의자를 모셔왔다.

그리고 거실 한 곳에 오브제로 두고

우리는 그 의자를 ' 고요의 시간' 이라 이름짓고 화가 날때 앉아서

나를 다스리는 공간으로 삼기로 했다.


사장님이 용접하시는 과정을 보니

보통 어렵고 힘든게 아니다.

아이도 화상까지 입으며 저렇게 했을텐데

정말 기절할만 하구나 싶었다.

 아이만큼이나 우리 부부도

마음이 타들어가고 애를 써서

지금 온 몸이 아프다.

십년감수했다.

다행히도 남편의 재택근무 덕분에

함께 움직일 수 있었던게 감사하다.


아침에 낙지를 볶으며 오그라드는 낙지를 보니

그저께 내 심장같다.

자식에게 최선을 다해 바라지 해도

 이런일   한번에 도루묵이 되기도 한다.


부모는 잘 해야 본전인 것이다.


오늘도 굿모닝^^


https://youtu.be/WOEMkG3gOK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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