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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편 마음 VS 내 마음

호밀빵 오픈 샌드위치♡

호밀빵 오픈 샌드위치


어젯밤에 호밀빵을 구워 식혀두고 잤다.


아침에 호밀빵을 얇게 썰어

팬에 무염버터를 두르고

앞뒷면 바삭하게 구워서 잠시 식힌다.


삶은계란과 아보카도를 가지런히 잘라 올리고 소스를 얹고 크러쉬드 레드페퍼를

조금 뿌려 매콤한 맛을 더해준다.

화분에 기른 루꼴라 몇 잎 뜯어 함께한다.


소스는 아보카도 마요네즈, 홀그레인머스터드,

꿀, 레몬즙 조금 넣고 섞는다.


며칠 몸살이 있었기때문에

오늘 아침은 내가 먹고싶은걸로

간단히 만든다.



며칠 전 막내의 의자사건 이후 온 몸이 아파왔다.

그렇게 이틀을 앓고

조금 기운을 차리는가 싶었는데

이번엔 끈적이는 더위가 몰아닥쳤다.

아니 더위는 참아낼 수 있으나 끈적임은 아주 견딜 수 없는 고통이다.


지난  억수같은 비가 퍼부었다.

비를 좋아하지만 그날의 비는 세상을 집어삼키듯 쏟아져 휘몰아쳐서

물의 도시가 된 듯 암흑속에 휩싸였다.

그렇게 폭우가 내린 다음날

 어김없이 습한 기운 속에

집안 가득 물기차서 에어컨을 틀었다.


그런데 분명  며칠전에도 이상이 없에어컨에서 찬 바람이 나오지 않는다.

아무리 기다려도 내가 기대한는 뽀송뽀송한 바람은 나오지 않았다.


-  아무래도 A/S 점검 신청해야겠어.

-  좀 있어봐.

-  좀 있으면 될까?

-  응 , 기다려봐.

그렇게 남편의 이야기대로 하루를 기다려 보았다.


남편은  안 좋은 버릇이 생겼다.

작은 일에도 나에게 탓을 돌리는 버릇.

그래서 나는 깔끔하게 마음먹었다.

‘좋아. 앞으로 모든걸

당신에게 선택권을 주겠어.’

그래서 그 날도 너무 끈적거렸으나

두고보자는 남편의 뜻을 따라 그야말로 두고 보았다.


다음날 에어컨을 틀어 보았는데

 여전히 송풍만 나오면서 공기는 더 탁해지고

끈적임이 극에 달하자

그제서야 남편은 AS 신청하라고 했다.

장마가 시작되면서 AS 요청이 많아지

기사님들도 언제 방문을 할 지 모르는 상황이었다.

그렇게 오매불망 기다리던 기사님이 와서 점검한 결과 …….


“ 가스가 없습니다.”


이상하다. 분명 2년전 가스를 새로 주입했는데 그럴리가 없다고 했으나

냉풍이 안나오는 이유는 가스가 없어서이고,

가스가 빨리 사라진 이유는 여러 이유가 있다고 했다.


해결방법을 정리하자면,

1. 가스주입을 한다. ( 8만원)

2. 그래도 냉풍이 안 나오면 분명 어디선가 가스가 새고 있는거니까 그는 실외기의

응축기를 갈아야 한다.( 80만원)

3. 응축기를 갈아야 하는 상황이라면 차라리

 새 에어컨을 장만하시라.


나는 그때 알아챘다.

아, 이건 응축기에 문제가 있는거구나.

비용이 많이 드니까 강력히 권하지는 못하고

빙빙 돌려 자꾸 새로 구입하라는 말을 하는거구나 라고  판단이 됬다.

그래서 내 생각엔 가스 주입을 아예 하지 않고 대리점에 가서 얼른 새 것을 샀으면 싶었다,


그러나,또다시  남편에게 선택권을 주었다.

남편은 예상대로 “ 가스를 주입해 주세요.”

라고 했다.

기사님은 아주 의미 심장한 소리를 하셨다.

“지금 가스를 주입하지만,

하루만에 다 샐 수도 있으니 알고 계세요.

그래도 넣으실건가요?"

설마 하루만에 진짜로 가스가 모두 또 사라지겠냐면서.


그렇게 가스주입을 했고, 다음날 그러니까 토요일 아침에 너무 더워서 에어컨을 틀었는데

이게 왠일인가,

냉풍은 커녕 또다시 송풍이 스멀스멀 나오면서 고통이 시작되었다.

AS 기사에게 전화를 해보았지만

전화기는 꺼져 있었고  

LG 고객센터에 전화하니 또다시 방문접수를 하라했다. 기사는 1주일 뒤에야 올 수 있다고 했다.


남편에게 또 선택권을 주었다.

1주일을 기다릴건지 아님 이제라도 대리점에 가서 새로운 에어컨을 구매할 건지…..

남편은 인터넷을 뒤지기 시작했다.

하루만에 가스가 또 새는게 어딨냐고 툴툴대면서….

나는 남편의 마음 단번에 읽었다.


< 남편의 마음 >

가스가 새는게 분명하고  그걸 고쳐야겠는데 비용이 80만원이나 들어가니

차라리 새로 사는게 낫다.

그런데 현명한 선택을 하고 싶다.

좋은 물건을 조금이라도 저렴한 곳을 찾아내어 사고 싶다.

그 곳은 바로 삼성 임직원몰인데 그 곳의 물건들은 1년 전 모델들이고

신속히 설치가 가능하다는 보장이 없다.

아아아 …. 마누라가 시간을 좀 주면 좋겠다.

주말이라 연락이 안되니 월요일쯤 임직원몰에 전화로 물어보고 결정하면 좋겠다.

마누라야, 이틀만 참아 주면 안되겠니?


< 나의 마음 >

당장 장마가 시작되어 집안은 며칠째 끈끈이 주걱같다.

주방에서  밥하며 일하는 나는 그 끈적임을  도저히 참을 수가 없다.

나는 더우면 도서관에 가있든 스벅에라도 가있으면 된다. 하지만

평소 퇴근하고 들어오는 큰아이가 지하철에 시달리고 와서 제일 먼저 하는 말이

“ 엄마, 에어컨 빨리.  나 수육될것 같아.” 인데 앞으로 1주일 이상을 이렇게 지내는게

자신이 없.

대리점이 임직원몰보다 50만원가량

더 비싸긴 하지만

일찍 설치할 수 있고 공기청정 기능과

2평이 더 넓은 사양이라서

50만원이 비싼게 아니라는 판단이 다.


남편은 자기에게 선택권은 주었으나

원하는대로 하지 못하고

식구들 눈치에 밀려서  그냥 대리점에 가서 구매를 하는 선택을 했다.

에어컨의 종류는 무진장 많았다.

무풍에어컨이 맘에 들었으나

배송과 설치가 늦댄다.

나는 무조건 가장 빨리 배송되는 것으로

후다닥 결정을 해버렸다.

(남편의 마음이 변하기 전에.)

대리점 직원은  간절히 부탁하는 내게

3일만에 설치해주는 아량을 베푸어 주었다.

너무도 감사한 일이었다.


결제하고 돌아오는 차 안에서 남편은 드디어 한마디 했다.

너무 급하게 사버렸어.  괜히 가스 주입하느라 8만원만 버렸네.

하도 덥다고 난리이니  가스라도 얼른 다시 넣어야 겠다 싶어서 그런건데

왜 그렇게 더운걸 못참고…”

“ 그럼 그게 내 탓이야?”

“ 아니, 당신 탓이란게 아니고…..가스비가 너무 아깝다고.”

그래서 내가 선택권을 계속 줬잖아. “

 

사흘 후에 배송될 줄 알았는데

감사하게도 이틀만에 기사님이 오셨다.

14층이라서 사다리차에 올라서 실외기를 설치하셔야 했다.

비가 잠시 멈춰서 다행이다 싶었는데

왠걸 이번엔 강풍이 무지막지하게 불어서

사다리가 자꾸 스스로 옆으로

흔들거리며 밀린다.

조마조마하여 보고 있을 수가 없었다.

러나 기사님은 역시 전문가시다.

사다리가 흔들리며 옆으로 이동될때마다

나는 비명을 질렀으나 기사님은 끄떡않고 무사히 설치를 마치셨다.

정말 정말 감사했다.



그렇게 해서 드디어 새로운 에어컨을 들였고

끈적임도 없고 시원하니 남편도 좋은 모양이다.

온 식구들의 짜증도 사라졌다.


29년 전에 결혼할 때 엄마는

결혼 혼수품으로 에어컨을 사주지 않으셨다.

바람이 부는 건 결혼 혼수로 하는게 아니라면서.

선풍기도 사주지 않으셨다.

그런데 1994년 그 해 여름은 수십년 만의 가장 큰 더위라 했고

선풍기는 이미 대리점에서 동이 났었고

가을이나 되어야 에어컨을 살 수 있었다.

임신을 했던 나는 남산만한 배로 그 더위를 견딜수가 없어

자동차에서 에어컨을 켜고 잠을 자기도 했었다.

그 더위 속에서 아기가 고생을 한 건지

큰 아이도 더위를 참지 못한다.


이렇게 해서 결혼 후 세 번째 에어컨이

내 품으로 왔다.

지난 며칠간 정신이 몽롱하여

아침밥을 먹긴 했으나 제정신이 아니었고

그래도 견디다 보니 오늘이 왔다.



나는 지금 시원한 거실에서

왕소라를 먹으며 이 글을 쓴다.

왕소라는 오도독 씹는 맛이 굉장히 기분좋다.

남편의 귀는 좀 간지러울 것이다.

미안하오.


오늘은 rainy day^^

https://youtu.be/8cX3Rg1ZQt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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