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나의 꽃밭에 찾아 온 구조조정

과카몰리 또띠아♡



과카몰리 또띠아


잘 익은 아보카도를 으깨고,

토마토는 씨를 제거한 후 다지고,

다진양파는 식초물에 담갔다가 물기빼고,

올리브유, 레몬즙, 소금 조금, 후추 조금,

발사믹 조금, 꿀 조금 넣고 모두 섞어준다.


통밀 또띠아를 반지름만큼만 가위로 자른 후

과카몰리, 샤워크림, 치즈를 놓고 한 면씩

차례로 접어준다.


삼각모양의 또띠아는 달군 팬에서 치즈가 있는

면부터 구워준다.

( 과카몰리와 치즈 있는 면을 굽는다.

재료를 놓을때샤워크림이 가운데 들어가게

놓아야 구울때 편하다.)


시원한 콩물 한 잔과 함께  바삭하게 먹는다.

초록초록한 아보카도 덕분에

이 여름이 싱그럽다.


( 잡초가 정리된 과꽃)


5월에 심은 과꽃이 이제 잎이 무성해졌다.

초록창 검색해 보면

지금쯤 꽃대가 보여야 하는데 감감무소식이다.


큰아이가 조언을 해주었다.

" 엄마! 잎을 솎아주어야 해."


가늘고 작아서 커다란 이파리 아래에서

열심히 힘을 쓰며 자라고 있는 잎들을

뽑아주란 얘기였다.

그래야 튼실한 녀석들이 잘 자란다고.

한마디로 '정리'해주란 이야기다.


떨리는 손으로  정리하기시작했다.



빛을 제대로 못 받았는지 여리고 작은

 녀석들을 보니 마음이 약해졌다.

그래서 막내가 이번 학기에 만든 그릇에

모아 담고 물로 채워 주었다.

버티느라 힘들었지만 새로운 그릇에서

흙이 아닌 물을 먹으면서

죽지만 말아달라는 염원을 담았다.


며칠전 일이었는데

오늘 아침에 보니 나름대로 싱싱하다.




1997년 IMF  외환위기가  생각난다.

은행에 입사한지 7년차였고

결혼한지 4년차였다.


국민들은 모두 힘을 모아

금모으기 운동에 참여했고,

 ' 구조조정 ' 이란 단어가 우리 속에

깊숙히 파고들었다.


노란봉투는 몹시 두려운 존재였다.

출근하면 누구 누구가 어제 노란봉투를 받았다는 소문이 돌곤 했다.

그 노란봉투엔 정리해고를 알리는 종이 한장이

들어 있다고 했다.

10년도  채 안된 나도 걱정스러워 하던 분위기였다.

어느날 갑자기 노란봉투를 받는다면

어떨까? 늘 두려웠었다.

그야말로 전쟁터였다.


남편회사도 다르지 않았다.

큰아이가  3살때인데

남편은 퇴근하면 늘 자신도 구조조정당할지

모른다고 했었다.

( 그랬던 남편은 무수한 고비를 넘기고

드디어 내년에 정년퇴직을 한다.)


그렇게 많은 가장들이 억울함을 품고

막막하게 준비도 안 된 채 일터에서 밀려났고

신용불량자가 됬고,

남아  있는 우리는 그 빈자리를 메꾸며

매일 야근으로 버텨야 했다.


누군가 살아남는 대신 누군가는 밀려나야 하는

기막힌 시절이었다.

그렇게 밀려난 사람들에 대한 보호장치는

없었으므로 스스로 생을 마감하는 일들이

자주 일어났었다.

그래서 난 ' 정리'란 말이 참 서늘하다.




작은 화분에 심은 씨앗들은

처음에 모두 비슷하게 자라고 있었는데

두달남짓 지난 지금은

자라지 못하고 힘을 잃은 줄기가 생겼다.

그대로 두면 모두 제대로 자라지 못한다니

뽑긴 했는데 버리고 싶진 않았다.

왠지 흙에서 잘 자라지 못한 녀석들에게

물을 담아주면 죽지는 않을것 같았다.


얼마나 오래갈지

얼마나 견뎌줄지

알 수 없지만 이렇게 해주는게

키우던 자의 책임과 의무란 생각이 든다.

물 속에서 잘 자라준다면

다시 화분으로 옮겨줄까 한다.


이것이 내 방식의 구조조정이다.

버리지 않고 모아서 버티게 해주기.


https://youtu.be/WOEMkG3gOKI









매거진의 이전글 남편 마음 VS 내 마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