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념장은 다진마늘, 진간장, 고춧가루, 참기름, 매실액, 참깨, 다진 쪽파를 넣고 미리 섞어 두면
재료가 겉돌지 않아 맛있다.
03.콩나물 볶음
팬에 들기름을 두르고 생콩나물을 두 주먹 넣고 뒤적이다가 다진마늘, 천일염, 고춧가루를
넣어 몇 번 더 뒤적이며 콩나물이 숨죽으면 불을 끈다. 무침보다 좀 더 깊은 맛이 난다.
콩나물로만 차린 아침상이다.
( 사진 출처 . 네이버)
키가 제법 큰 나는, 자랄때 " 너, 콩나물 많이 먹는구나. 아주 쑥쑥 자라네." 라는 소리를 정말 많이 들었다. 그런데 나는 생각만큼 콩나물을 좋아하지는 않았다. 그냥 엄마가 만들어 주시는 반찬을 가리지 않고 뭐든 정말 잘 먹었다. 한 끼도 안 빠지고 콩나물 무침이 상에 오르긴 했었다. 콩나물의 콩이 단백질이라 조금 영향을 받긴 했겠다.
아무튼 어릴때 내가 살던 동네에는 " ㅇㅇ이네" 라는 가게가 있었다. 그때는 대형마트는 물론이고 작은 수퍼마켓도 없던 시절인데 . ㅇㅇ 이네 반찬가게에 가면 온갖 채소와 생선까지 다 있어서 오후가 5시가 되면 그 가게는 문전성시를 이루곤 했다.
엄마는 베란다를 수시로 드나드시며 “ ㅇㅇ 이네” 가게를 계속 체크하시다가 갑자기 정신없이 지갑을 들고 쏜살처럼 뛰쳐 나가실 때가 있었는데 그 때 밖을 내다보면 어김없이 파란 트럭이 나타나서 온갖 싱싱한 야채와 두부, 새로운 생선등을 내려놓고 있었다. 엄마는 그렇게 발바닥에 불이 나게 뛰쳐 나가 싱싱한 고등어와 갖가지 야채들을 한가득 들고 들어오셨는데 풀어보면 이 콩나물은 늘상 몇 바가지가 들어 있었다. 노란 콩이 대롱거리며 매달려 있는 모습은 보기 싫었고 며칠을 이 콩나물과 씨름을 할 것인가, 한숨이 날 지경이었다.
어느날, 우리집에 쌀 담는 푸댓자루에 담긴 무언가 배달되었다. 엄마는 그것을 낑낑거리시며 안방으로 끌고 가셨는데, ‘저게 뭘까?’ 몰래 열어보니 항아리처럼 생겼고 이상한 받침도, 조롱박도 하나 들어 있었다. 그날 밤, 그 항아리의 정체가 너무 궁긍한 채로 어떻게 잠이 들었는지 모르겠다.
며칠 후, 학교에 다녀오니 엄마는 맏딸인 나를 안방으로 데리고 가시더니 의미심장한 한마디를 하셨다.
“ 앞으로 너한테 한가지 일을 줄게.”
“뭔데요? 힘든 일이야?”
“ 아니, 별로 힘들지 않고 단지 기억만 잘 하면 돼.”
엄마는 내가 학교에 간 사이에 하얀 광목 천을 꼼꼼히 박음질 하셔서 그 항아리를 덮어 두셨는데천을 열어보니 세상에 .. 노란 콩들이 고개를 바짝 들고 촘촘히 그리고 빽빽하게 서 있는거다. 보자마자 징그러워 뒤로 주저앉으니 엄마가 나에게 드디어 그 ‘당부’ 를 하셨다.
매일 아침7시, 저녁 9시에 조롱박에 물을 퍼서 노란 콩대가리에 물을 주라는 거였다.
그걸 왜 내가 해야하느냐고 동생에게시키시라고 징징대며 반항했지만, 3남매 중 가장 시간 약속을 잘 지키는 내가 아니면 안되겠노라며 조롱박을 손에 쥐어 주셨다.
처음엔, 물을 주는게 쉽다고 생각했다.
위로 물을 주면 아래로 쪼로록 떨어지는 물소리가 참 재밌기도 했다. 아침밥 먹기 전 7시와 밤에 자기 전 9시를 기억했다가 물을 주니 이 녀석들이 어찌나 잘 자라는지 엄마는 더이상 ‘ ㅇㅇ이네’에서 콩나물을 안 사시고 내가 키우는 것들로 맛있게 무쳐 주시곤 하셨다.
이렇게 몇 달이 지나자 내 마음속에 교만이 들어섰다. 아침 저녁 시간 딱 맞춰서 주지 않아도 잘 자랄것이라는 교만. 그리고 이 콩나물들이 나에게 길들여 졌을테니 내가 마음먹은대로 자라줄 거라고 믿었던 교만.
슬슬 귀찮은 마음에 하루 한 번으로 물주기를 줄였다. 아침 또는 밤에 딱 한번 왕창 물을 퍼붓고 들여다 보질 않았다.
어느날 냄새가 나기 시작했다. 그 정체 모를 냄새때문에 엄마는 온 집안을 뒤집으셨고 설마하는 마음에 그 광목천을 걷었을때이미 다 죽어 갈색으로 변해버린 콩나물을 보고 엄마는 단번에 오동나무 빗자루로 내 종아리를 때리셨다. 난 그때 우리엄마가 나보다 콩나물을 더 사랑하는 계모인 줄 알았다.
콩나물 따위 때문에 내가 맞았다는게 분하고 속상해 목이 터져라 울었는데 그날 밤에 엄마가 나를 붙들고 이런 말씀을 하셨다. “내가 네 일기장을 봤다. 나보라고 쓴 걸 내가 다 안다. 나는 계모가 아니야. 분명히 널 낳은 엄마지 . 그런데 아무리 작은 일이라도 네게 맡겨진 일은 처음부터 끝까지 성실히 감당해야 하는거다. 널 믿고 맡겼는데.“
울다가 다 죽어있는 콩나물을 보니 나보다 더 불쌍해 보였다. 그리고 조금씩 깨달아졌다. 엄마가 나를 믿으셔서 그 일을 맡기셨다는 것, 아무리 별 것 아닌 콩나물이지만 하루 두 번 물을 먹는것에 길들여 진 것을 한번에 왕창 주니, 콩나물은 감당이 안되었을 것이라는 것. 그리고 물이 많이 고이면 썩는다는 것.
그 이후로 정말 시간을 잘 지키려고 노력하게 되었다. 꽃으로도 때리지 말라는 말이 있긴 하지만 어린시절 교만함과 눈속임을 잠시 하려 했던 내가 정신차린건 다 오동나무 빗자루 덕분이다. 그 후로 한 번 더 오동나무 빗자루로 맞은 사건이 있었는데 그때는 결국 그 빗자루 손잡이가 두 동강이 났고 난 개과천선을 하였다는 이야기이다. 빗자루가 부러져야만 했던 그 사건은 다음에 풀어보기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