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전복에게 인생을 배운다

전복솥밥♡


전복 솥밥♡


며칠 전에 사온 전복이 생각났다.

오랜만에 전복 솥밥이다.


쌀은 15분정도 불려서 물기를 빼둔다.


전복손질이 중요하다.

바닥부분을 구서구석 솔로 닦아낸다.

껍데기에서 조금 뾰족학 부분에 숟가락을 밀어 넣어서 껍질과 살을 분리한다.

분리한 살을 뒤집어 보면 한쪽에

약간 볼록 올라  부분이 있는데

여기를 가위로 칼집을 내고 당기면

전복 이빨 2개와 가느다란 실처럼 생긴

식도가 나오는데 제거해 준다.


그다음은  내장을 떼어내고 잘게 다진 후

달군 팬에 참기름 두르고,

다진마늘, 다진 내장, 맛술 조금 넣고

달달 볶다가 불려둔 쌀을 넣어 함께 볶아준다.

쌀이 반쯤 투명해지면 물을 붓고

 썰어둔 전복을 올린후 밥을 짓는다.

무쇠나 돌솥이  없으면

그냥 압력솥에서 지으면 된다.


오랜만에 흰쌀로 전복솥밥 지어 양념장 올려

잘 익은 순무김치와 먹는다.


신혼시절.

보양식을 만들어 주고 싶어서

이마트에서 종종 손질된 전복을 샀더랬다.

말끔히 손질된 전복을 사오면

 썰어서 조리만 하면 되니까 겁날게 없었다.


어느날 이마트 수산코너에 갔다.

" 안녕하세요? 전복 주세요~~"

그런데 그날은 껍데기가  붙어 있는 전복밖에

없는거다.

" 이거 손질된거 없을까요?"


아주머니는 손질된 전복을 찾는 내게

단호히 말씀하셨다.

" 안돼"

내가 잘못 들었나? 그동안 아주머니랑 친분을

잘 쌓았다고 생각했는데?


아주머니는 숟가락 하나를 들고 나오셨다.

"  새댁아~~  돈을 주는거 보다 돈버는 법을

알려주는게 훨씬 좋겠지? 오늘은 껍데기 떼내는

법을 알려줄테니 잘 봐바."  

하시면서 숟가락으로 사뿐히 살을 들어내고

보너스라면서 이빨, 식도, 내장 분리까지

종합세트로 기술전수를 해주셨다.

집에가서 충분히 혼자 할 수 있을것만 같았다.


돌아와서  전복 네마리를 뒤집어놓고

숟가락을 밀어 넣었다.

아...  그런데 안들어간다. 분명히 들어갔었는데.

진땀을 흘리면서 전복을 뱅글뱅글 돌려가며

숟가락을 밀어넣으니 뾰족한 부분에서

 폭 들어간다. 1단계 성공이었다.

그렇게 껍데기를 분리해놓고  내장을 터지지

않게 칼로 섬세하게 잘라냈다.

여기까지는 그래도 수월한 편이었다.


다음단계로 이빨을 분리하는데  내가 자세히

보지 않아서 어느 부분에 가위를 대야하는지

몰랐다. 여기 찌르고 저기 찌르고 사방을

찌르다가 어느 한 곳에서 시원하게

이빨과 식도가 주욱 당겨졌다. 신기했다.


아주머니 말씀이 껍질쪽을 닦아야 할듯한데 사실은 기어다니므로 살쪽을 구석 구석 깨끗이 닦아야 한다고 당부하신게 생각나서

솔로 뽀얘질때까지 닦아냈다.

이렇게 손질하는 과정에서 엄지 손가락에

큰 상처가 났지만 내손으로 해냈다는게 기뻤고

이런걸 어디가서 또 배우겠나 싶었다.


그때 깨달은게 있다.

무언가를 배울때는 진심을 가지고 자세히 잘

봐야 한다는것이다.

 그리고 상대방 말에 집중하고

경청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주머니가 가르쳐주실때

건성으로 보았기때문에

집에서 해보니 시간이 얼마나 지체되었는지

모른다. 아주머니는 바쁜 시간 할애하여

새댁에게 알려주신건데....

그날 이후로 나는 관찰력이 더 늘었던듯 싶다.


또 한가지는, 전복의 식도였다.

아무커다란 전복이라도

식도는 실처럼 가늘었다.

그런 식도를 지니고

전복은 자신의 몸을 키워나간다.

가느다란 식도로 먹이를 삼키고 크게 자라서

결국 사람에게 잡히고 말지만 전복은 인간을

원망하지 않을것 같다.

어쩌면 숙명이라고 생각할지 모른다.

힘들어도  자신이 해야할 것을

 열심히 하고 있다는 생각에

전복이 위대해 보였다.


그 후에 이마트에 갔을때

아주머니에게 전복 손질 이야기를 무용담으로

늘어놓았다. 그리고 엄청난 사실을 알게 되었다.

손질된 전복과 그렇지 않은 전복의 가격 차이가

대단했던 것!

아~~ 그래서 돈버는 법을 알려주신거구나...

그동안 알뜰히 저축하며 산다고 남편에게

큰소리 땅땅 치던 시절인데

 정작  전복은 손질된  사먹었던 것이다.


인터넷도 안되던 30년 전.

나는 이마트 수산코너 아주머니에게서

돈버는 법을 배웠고

그날 이후 지금까지 하도 손질을 많이 해서

달인이 되었다.

그때 그 아주머니를 꼭 한번 만나고 싶다.


기분이 가라앉거나 무언가 결심이 필요할때

일부러 양재동에서 신혼시절에 살던 도곡동에  

시장을 가본다.

신기하게도 그당시 채소팔던 분들이 아직도

장사를 하고 계시고 모두 할머니가 되셨다.

박카스 한병 드리고 두런두런 그시절 이야기를

듣다보면 앞으로 내가 어떤 맘으로

살아야하는지 길이 보이기도 한다.


오늘도 굿모닝^^


https://youtu.be/QqnsyfmduAY


매거진의 이전글 아버지는 기어코 두명을 더 태우셨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