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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가 부럽다



평생을 왜 그래!


오늘 아침에 남편이 나에게 한 말이다.

순간 눈물이 터져 나왔다.

울고 싶지 않았는데 요즘은 툭하면 스스로도 싫을만치 자꾸 눈물이 난다.


요즘 막내는 매일 밤을 세워 과제를 한다.

1주일에 맘편히 잠을 자는 날이 이틀이 되지 않는것 같다.

그걸 지켜보는 나는 매일밤 먼저 잠자리에 드는게 미안할 정도이다.


막내가 얼마전부터 가슴이 찌릿한 통증이 있다 했고

나는 피곤해서 그런가 하고  얼른 잠을 좀 자라고만 닥달했다.

그런데 어제 새벽엔 좀 겁날만큼 통증이 있었는지

제언니 옆에가 같이 자면서 통증이야기를 한 모양이다.


새벽에 그 이야기를 전해듣고 9시만 되길 기다렸다.

유명하다는 심장내과에 예약을 하기 위해서였다.

막내를 학교에 보내고 병원에 전화하여 간신히 내일로 예약을 했다.


그때.

남편이 왜그리 소란이냐는 식으로 나에게 한마디 하길래

다른곳도 아니고 가슴이 아프다는데 걱정이 안되느냐고 나도 한마디 했다.

남편은 나에게 평생 왜 그러느냐고, 좀 아프면 지켜볼 일이지

그렇게 급하게 병원부터 가느냐고…..


그 후로 서로 남편과 옥신각신했다.

나는 아이가 아프면 내가 아픈것처럼 힘들다고, 그게 원래 부모아니냐고,

당신은 자랄때 그렇게 자라지 않은 모양인데 나는 그렇지 않았다고..(  이 말은 하지 말았어야

한다고 좀 반성중이다. 아들만 셋이었던

시어머니는 얼마나 힘드셨을텐가..)

남편은 나에게 아이들을 어릴때부터 너무 덥게 키우고 꽁꽁 싸매서 키워서

그렇다면서 내 책임이라고 했다.


나는 새벽부터 아이의 증상을 듣고 마음이 힘들었는데

내가 너무 아이들을 독립적이지 못하게 키웠다고 너무 덥게 키웠다고 성인이 다 된

아이들을 아직도 그렇게 걱정이냐고 타박이니

난 마음이 무너지는것 같았다.


사실은 이러하다.

막내가 24개월인가 되었을때 ,

눈보라가 치고 바람이 세차게 불어서 굉장히 추운 날이었는데

큰아이 학원문제로 상담을 가면서 막내를 데리고 갔는데

그날부터 시작하여 한달을 기침을 했던 적이 있었다.

그 조그만 아기에게 이비인후과 약을 거의 한달을 먹여도  낫지를 않고

기침을 했었다.

그때도 나만 걱정했지 남편은 걱정도 없었다.

큰아이 친구 아빠가 한의사였는데 다행히도 그 분이 폐가 따뜻해지는

한약을 지어 주셔서 그걸 며칠 먹고는 싹 나았다.

거짓말처럼 기침이 사라지고 그때부터 아이가 건강히 잘 자라주었다.


자라보고 놀란가슴 솥뚜껑보고 놀란다는 말처럼

그때부터 나는 아이들이 좀 아프면 미리 병원가서 검사도 받고

일찍 치료를 받는 쪽을 택했다.

그런데 그런 내가 남편은 못마땅했나보다.

하지만 엄마라면 누구든 나와 같을 것이라고 생각이 된다.


남편은 오늘 하루종일 줌으로 회사 직원들과 회의중이다.

나는 조용조용 집도 치우고 주방일도 하며 그 시간을 보냈는데

하루종일 눈물이 나는거다.

그런데 줌으로 회의를 하는 직원중에 내나이쯤 되는 여자 직원의 목소리가 들린다.

매우 당당하고 자신의 업무에 대해 파악도 말끔한듯하고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설득력있게 잘 하며 회의를 이끌어 가고 있다.


그 소리를 들으며 저녁준비를 하면서 문득 이건 생각이 들었다.

‘ 저 여자는 좋겠다. ‘

저 사람도 오늘 저녁에 무얼 먹을까 ‘ 고민할까…

저 정도 나이면 월급도 아주 많겠구나’

‘ 가만보자….잘나가는 대기업에 저 정도 다녔으면 연봉이 얼마나 될까’

한없이 내가 쪼그라들고 그 사람이 부럽다는 생각이 처음으로 들었다.

내가 계속 회사를 다녔다면 나도 저 사람처럼 되었을까 싶다.

만일 그랬다면 내가 이처럼 아이들 하나하나에 신경을 곤두세우지 않고

살 수 있었을까 싶다.


나도 엄마가 처음이었고 누구에게 물어볼 곳도 없어 쩔쩔매며

최선을 다해 키웠는데 ….  무엇보다 아이가 아픈게 싫어서

따뜻하게 키운건데 ……

평생을 왜 그러냐는 그 한마디가 너무 서럽다.


남편은 별 뜻없이 한 말이란걸 잘 안다.

누군가 그랬다. 남자들은 원래 그렇다고.

분위기 파악 못하고 말을 한다고.

그렇지만 난 오늘 그렇게 던진 말 때문에 종일 눈물이 나고

맥이 빠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맛있는 저녁준비를 끝내고

저 회의가 끝나길 기다리고 있다.


그 여자가 부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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