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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라우마에 대한 트라우마

오야코동♡


오야코동


시간여유가 있으면 생닭가슴살로 만드는데

오늘 아침은 번갯불에 콩을 볶아야 했으므로

샐러드용 그릴드 닭가슴으로 만들었다.


먼저 멸치 육수에 다시마 한 조각 넣어 육수를

우려내어 둔다.


양파를 아주 많이 채썰어서 얇게 썬 닭가슴살,

다진 마늘과 함께 달달 볶아준다.


볶은 재료에 육수를 붓고 진간장, 쯔유, 맛술 조금,  설탕( 스테비아) 조금  넣고 끓이다가  불을 줄이고

계란을 여러알 풀어 뚜껑 닫고  계란이 살짝 익으면 불을 끈다.

이때 계란은 막 휘저어 풀지말고 젓가락으로 노른자만 반토막 내어 얹어준다.

그렇지 않으면 매우 지저분해 보인다.


밥 위에 붓고 후추와 크러쉬드 레드페퍼 뿌려서

먹는다.


오야코동은 그대로  해석하자면 < 부모자식 덮밥> 이 된다. 부모는 닭, 자식은 계란쯤 되는거다.

어떻게 음식에 이런 이름이 붙었을까  진짜

재미있다.

음... 부모자식덮밥이라면  연어와 연어알도

가능하겠다.^^


큰아이가 세미나 참석때문에 좀 늦게

출근한다고 하여 마음 놓았다가 눈을뜨니

7시 30분.

알람을 못 들은건지 듣고 꺼버린건지 모르겠지만

암튼 너무 놀라서 10분만에 완성한 덮밥이었다.

큰아이는 다행히 지각하지 않았는데

지각에 대한 트라우마가 있는 나로서는

식은땀 나는 아침이었다.


누구에게나 하나쯤의 트라우마가 있을거라고

생각하는데 난 몇 가지가 있다.


첫 번째 트라우마는 지각에 대한 것이다.

신혼때 만삭시절이었는데 아시다시피 잠이

엄청 많아지는 시기가 아닌가.

어릴때부터 새벽 6시 기상이 몸에 배어 있던

나이지만 그때는 잠을 주체할 수가 없었다.

그렇게 꿀같이 자다가 눈을 뜨니 아침 10시!

회사에 도착하니 이미 점심시간이었다.

늘 아침일찍 출근하던 내가 연락도 없이 늦어서

걱정했다면서 동료들이 무사해서 다행이라면서

탕수육을 내게 사주었다.

그 날 이후부터 알람을  거의 1분 간격으로

10분간 울리게 해 둔다.


두 번째는 재난에 대한 트라우마다.

큰아이가 6개월쯤 됬을때 회사 복직신고를

하고 돌아오던 중 삼풍백화점에 들렀다.

저녁이 되어가면 식품관에서 할인을 해서

난 그날 굴비를 사러 들렀다.

계산을 하고  밖으로 나오는데 몸이 약간 흔들려서

난 빈혈이 생겼나? 하고 길을 건넜고

잠시 후에 우르르 쾅 하면서 주변이 먼지와 연기가  자욱하고 좀전의 백화점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아이를 앞 띠에 두르고 있었는데 반사적으로

내 몸을 숙이면 엎어져 아이를 깊이 품었는데

너무 놀라서  품에 있는 아이를 인지하지 못하고

울면서 아이를 찾았다.

그날 이후 싸이렌 소리, 쾅하는 물건 떨어지는

소리, 운전, 폭설, 폭우... 등등 재난에 대한

두려움이 다른 사람의 스무배쯤은 되는듯 하다.


세 번째는 죽음에 대한 트라우마다.

친정 부모님은 참 건강하셨고 돌아가시기 한달전에 서울대학 병원에서 건강검진도 받으셨는데 아무 문제가 없으셨다.

그런데 너무도 갑자기 심근경색으로 하나님 품으로 가셨다.

부모님이 그렇게 떠나신 후 나는 밤에 잠을 못자고 남편이 자고 있으면  수시로 남편의 심장에 귀를 대어 보곤 했다.


네 번째는 언젠가 썼듯이 예전에 방배동 집에 강도가 들어서 그 동네를 야반도주하듯 도망쳐

이사나왔던 일이다.

그 후로 여름에도 창문을 열고 자지 못하고

여행갈때, 외출할때 몇번이고 확인한다.


경험상 트라우마가 있는 사람에게

너무 예민하게 생각하지마, 그런 일은 쉽게 일어나지  않아,마음을 느긋하게 가져봐...

이런 조언들은 별로 도움이 되지 않았다.

그래서 난 누군가의 힘든 이야기를 들을때는

그냥 그걸 인정해주고 나라도 그랬을거라고

말해준다.


지나치게 점검하고 챙기고 돌아보는 나에게

식구들은 불만이 있을것이다.

남들은 하나도 겪을까 말까하는 일들을

난 몇 가지씩 겪다보니 극복해보려고 노력하지만

쉽지 않다.


내년에는 트라우마로부터 자유함을 얻길

스스로에게 당부해 본다.


https://youtu.be/IPBAvX3BWls?si=ZKk4oD2d1ztIds9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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