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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스 산책

해변가는 그림의 떡


프랑스 남부 니스에서 마르세유까지를 코트다쥐르 ( 푸른 해안)라고 하는데 그중에서

니스는 중심도시이다.

해수욕과 쇼핑으로 유명한 휴양 도시면서 미술관과 갤러리가 많아서 문화예술의 도시이기도 하다.

니스에 도착하자마자 니스해변이 내려다 보이는

곳을 찾아갔다. 그 명성에 맞게 차가 정말 많아서

노면주차할 곳을 찾기 힘들었다.

우리가 이곳을 가장 먼저 찾아간 이유는

몇 년 전 서촌의 그라운드 시소에서 있었던

요시고의 사진전을 기억하기 때문이었다.

나와 큰 아이는 사진작가 요시고를 무척이나

좋아하는데 그의 작품 중 니스해변을 찍은 작품이 있었고 그 앞에 서있는 딸을 내가 찍어둔 사진이 있다.

9월 말이었는데도 해수욕을 하는 인파가 매우 많았다. 요시고의 사진 속 그곳을 찾아가니

흥분되고 신기했다. 굉장히 무더웠던 날이었지만 언덕까지 올라가는 게 하나도 힘들지 않았다. 다음날 있을 엄청난 은 상상도 못 한 채...

우리는 이날 실수를 한 가지 했다. 도착한 시간이 4시쯤이었으니 해변가를 걸어볼 수 있었지만 해변가는 다음날 아침에 가볍게 걸어보자 하여 미루었다. 그런데 다음날 아침에 가보니 그날은 세계 해변마라톤대회가 열린다고 경찰이 모든 해변가에 펜스를 세우고

근처에도 가지 못하게 막아둔 것이다. 그래서

사진 속에 보이는 영국인의 산책로도 가보지 못했다. 이런 운명의 장난이......

무척 아쉬웠지만 먼발치에서 바라본 것만으로도

감사했다.

2022년 요시고 전시에 다녀온 후기를 링크 걸어둔다.


https://brunch.co.kr/@myeonglangmom/510



뉘엿뉘엿 해가 지고 있는 해변가도 너무 멋있고

사진을 찍고 있는 연인들의 모습도 아름다웠다.


마세나 광장은 니스의 중심광장이고 구시가지와 신시가지 사이에 위치해 있다.

과장을 둘러싼 건물들은 모두 파란색 문에 빨간 페인트가 칠해져 있어서 첫 느낌은 러시아인듯한 기분도 잠시 들었다. 아치형 길을 따라 걸어가면 카페, 음식점, 상가들과 라파예트 백화점도 있다.

광장의 한쪽에는 분수가 있는데 찾아보니 그리스 신화와 관련된 이야기를 담고 있다고 한다. 분수중앙에는 태양의 신 아폴로 동상이

7미터 높이로 우뚝 솟아있고 걷다가 잠시 분수 가장자리에서 휴식을 취하기도 한다.

이 광장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높은 막대기 위에 무릎을 꿇은 남자들의 조각이 놓여있던 것이었다. 스페인 조각가인 하우메 플렌사의 작품인데 7개 대륙을 상징하는 작품이라고 한다.

밤이 되면 이곳에 조명이 있어서 밝게 비치는데 좀 섬찟하기도 했다. 마세나 광장은

크리스마스 마켓이 열리는 곳이기도 하다. 니스에도 눈 내리는 한겨울이 있을까 싶은데.

마세나 광장이 온통 붉은 건물이라면 니스 중심도로인 장 메드생 거리는 노란색 석조건물들이다. 그 사이로 트램이 지나간다. 오가는 사람이 많아서인지 천천히 시간을 가로지르듯 지나간다. 도심 재개발이 이뤄지면서 트램이 생겼다. 한 블록 뒤로 가면 니스 최대의 쇼핑가가 있다.

이렇게 도심이 재개발되면 관광객은 편하고

좋지만 원래 살던 주민들은 어딘가로 밀려갔겠지. 그런데 니스는 개발된 후 그런

주민들을 다시 불러 모아 상가에서 일을 하게

됐다고 하고 성공적인 재개발이었다는 글을

책에서 읽은 기억이 난다.



골목으로 들어가 구시가지를 걷다 우연히

들어간 생쟈크 르 마쥬르 드 니스 성당이다.

작은 골목에 있어서 성당 전체 모습을 사진으로 담는 게 힘들었다. 겉은 별로 눈에 띄지 않을 정도로 평범했으나 들어가 보니 그 화려함에 입을 다물수가 없었다. 천장에는 프레스코화가 있고 온통 대리석이었다. 오랜 세월의 흔적이 느껴졌다. 왜 이렇게 화려해야 했을까.

그 화려함 속에서 십자가에 못 박힌 예수님의

모습은 더 고통스럽게 느껴졌다. 예수님이

이 세상에 태어나신 이유가 인간의 죄를 대신하여 못 박혀 돌아가시기 위함이었다는 게 고개를 숙이게 된다.



성당에서 나와 조금 걸으면 구시가지의 상징인

사각종탑이 나온다. 내부는 돔으로 덮인 제단,

거대한 파이프 오르간등이 있다.



구시가지의 골목은 너무 좁아서 두 사람이 나란히 걷기가 불편할 정도였다. 건물은 1층 상가정도만 보수를 한듯했다. 보수라고 해봐야

페인트칠 정도이다. 그 좁은 골목 안에 bar와 기념품 가게도 많고 식당에서 내놓은 작은 테이블도 많다. 골목에 사람들이 많아서

떠밀려 어느 건물로 들어갔는데 때마침 가구를 전시는 곳이어서 무료로 재미있는 관람을 했다.

1층 입구에 지키고 있는 덩치 큰 여직원의 표정이 무서워서 티켓을 어디서 구매하느냐고 물어보니 " free" 라면서 윙크를 했다. 아니

나도 여자 그 사람도 분명히 여자인데 나에게

왜???? 후다닥 관람을 하고 도망치듯 나왔다.




멀리 한식당 앞 하늘에 뒤집어 놓은 우산 장식이

재미있다.

좁은 골목 안 어느 가게에서 큰아이가 같은 부서 직원들에게 선물할 기념품을 산다고 해서

가게를 찾았다. 물가가가 워낙 비싸다 보니

만 원짜리 정도로는 볼품이 없어서 고민하는 눈치였는데 딱 맞는 가게를 찾았다.

니스의 상징인 해변의 조약돌 모양의 초콜릿이었는데 속에는 아몬드가 들어 있고

아주 단단하여 진짜 돌처럼 보였다. 색도 아주

예뻐서 니스의 기념품으로 딱 맞다 싶었다.

큰아이는 1개 8유로인 그것을 여러 개 샀다.

설명을 들어보니 특허받은 초콜릿이라고 한다.



역시나 니스의 아침 골목 안은 빵을 굽는 냄새로 가득했다. 무엇에 홀린 듯 스르륵 들어가서

주인장이 새벽에 구운 파이를 몇 개 샀다.

동네 주민 한 분이 손주들을 데리고 왔는데

두 녀석이 어찌나 까다롭게 빵을 고르는지

할머니 혼을 쏙 빼놓는 듯했다. 그래도 할머니는

울라라를 외치면서 손주들에게 빵을 고를 시간을 너그럽게 허락하고 있었다.

전 세계 모든 나라의 할머니는 다 똑같은가 보다.

손주가 예뻐서 모든 게 용서가 되는.

나도 그런 할머니가 될 것 같다.



걷다가 재미있는 것들을 많이 보았다.

건물 끝에 아슬아슬하게 앉아있는 비둘기들,

카페 안 벽에 그려진 전기 플러그 그림, ( 전기 자동차 충전하는 곳),

상자를 뒤집어쓴 듯한 사람 머리의 조형물,

갤러리에 전시된 나를 꼭 닮은 인형.

도시를 걷는 여행객이 지루할 틈이 없다.



콜린성으로 올라갔다. 실제 성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이 캐슬 힐은 구시가지와 니스항구를

구분해 준다. 이곳에서 바라보는 니스의 전경은

황홀하기까지 하다. 해가 질 무렵이어서 인지

더욱 반짝이는 지중해가 참 아름다웠다.

언덕은 일부 유적들이 남아 보존되고 있다.



큰아이는 긴 휴가 ( 아껴둔 여름휴가와 연차를 모아서 )를 마치고 먼저 한국으로 돌아와야 해서 니스에서 마지막 밤은 미슐랭 평점이 높은 식당을 예약하여 갔다. 정말 맛은 있었으나

먹다가 음식에서 벌레가 등장하여 놀랐다.

가게 주인에게 조용히 사실을 이야기했는데

너무도 쿨하게 " 그래? 그럼 음식 바꿔줄게" 하며 새로운 음식을 가져다주고 미안하다는 사과는

하지 않았다. 달달한 디저트에는 왕벌이 달려들어 함께 먹자 하고......

새로운 경험이었다.

다음날 큰아이를 니스 공항에 함께 가서

배웅해 주었다.

잘 가라 아가야,, 문단속 잘하고 집 잘 지키고 돈 벌고 있거라 내가 가기 전에 청소도 좀 해놓고

분리수거도 해놓으렴.....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조용히 으스러지게 꽉 껴안아주고 보냈다.

전날까지도 맑았던 날씨가 갑자기 폭풍이 불고 폭우가 쏟아져서 은근 염려도 되었다.



니스에서 마지막 밤에 자던 중 새벽 2시에

갑자기 호텔 복도 쪽에서 윙~ 하는 경보음 소리가 들렸다. 잠귀가 밝은 남편과 큰 아이가 나가보더니 들어와서 불났다고 빨리 대피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 긴박한 상황 속에서 우리는 캐리어와 신발을 챙기고 막내는 노트북도 챙기고 먹다 남은

무화과랑 납작 복숭아도 챙겼다.

화재 시 엘리베이터는 타면 안 된다고 배웠으므로

우리는 비상계단으로 후다닥 걸어내려 갔다.

1층에 가고 보니 그 많은 외국인들이 모두

신발도 신지 않고 맨발로 속옷차림으로 맨손으로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와 있었다.

모든 걸 챙겨 걸어 내려간 우리를 보며

그들이 웃었다. 잠시 후 지배인이 전하기를

" 누군가 숙소에서 담배를 피워 화재경보기가

울렸다. 미친놈이다. 이것은 호텔 측의 잘못이 아니다. 불난 거 아니니 올라가 자라"

대충 이런 말이었다. 해프닝이어서 다행이라며

올라오니 방문이 열려있고 휴대폰 보조 배터리가 사라졌다. 그 틈에 누군가 우리 방에

다녀가신 모양이다. 대단하다.

이 사건 이후 우리는 다음 도시에서 체크인할 때

높은 층은 사양했다. 갑자기 일이 생기면 걸어 내려올 수 있어야 하니까.


니스는 기다랗고 아름다운 해변을 가지고 있다.

우리가 갔을 때만 해도 여러 축제와 마라톤대회로 몹시 북적였으나 왠지 모를 여유가 느껴졌다. 그래서일까. 피카소, 마티스,

뒤피 등 많은 화가들이 사랑했던 도시이다.

국제마라톤대회 때문에 해변가는 밟아보지도

못한 '그림의 떡'이었고, 자다가 날벼락처럼

화재경보 때문에 피신도 해야 했지만

Nice is nice였다.


아직도 감으면 언덕 위에서 보았던

반짝이는 푸른 바다가 아른거린다.

언젠가는 꼭 다시 가서 니스해변을 걸어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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