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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밀하고 위대하게 꿈꾸다

요시고 전시를 다녀오다

그라운드 시소 서촌에서  < 요시고 사진전 ; 따뜻한 휴일의 기록 > 전시가 있었다.

스페인 사진작가 요시고는 SNS 가 낳은 대표적인 사진작가라고 할 수 있겠다.


입구에서 맞이하는 오렌지빛은 사진들을 보기 전에 이미 마음을 사로잡았다.

오렌지……

내가 기억하는 스페인의 모습은 오렌지이며 아직까지 강렬하게 남아있다.

오랜 시간 비행기를 타고 지쳐서 도착한 세비아에 첫 발을 내딛었을때 오감이 다시 살아나는 느낌은 바로  거리에 줄지어 서있던 오렌지 나무들 덕분이었다.

그렇게 나의 여행을 반추하며 사진감상은 시작되었다.


요시고의 사진들은 가로로 찍은 작품보다 주로 세로로 찍은 작품이 주를 이루었다.

요시고는 세로로  찍었을때 sns 상에 더 아름답고 솔직하게 보인다고 했다.

어!  이 점은 바로 나와 통했다.  나도 모든 사진은 세로 방향으로 찍는걸 좋아한다.  

나는 sns 때문은 아니다. 내 눈에는 세로로 찍었을때 뭔가  집약적으로 사물의 형태가 집중이 되는듯 하기 때문이다.

잠시 동질감을 가져본다. ^^



이 전시는 크게 세가지 줄기로 방향을 잡았다.


첫째, Architecture , 스페인하면 떠오르는 건축가 가우디.

작가는 스페인 곳곳의 아름다운 건축물을 마치 그려낸 듯 사진에 담았다.

나는 빛에 대해 관심이 많다. 요시고의 건축물 사진에서 창을 통해 들어오는 빛과 빛때문에 생기는 그림자를 보면서 인생의 상반된 두 면을 생각하게 되었다.


둘째, Documentary, 요시고는 리우아발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새로운 컨셉의 사진들을 찍기 시작했다.

바르셀로나에는 2개의 강이 있으나 사람들에게 많이 알려지지 않았다고 한다.

그 중에서 료 브레가트 강은 카탈루냐 지역을 가로질러 지중해에 이르는 강인데 이 강을 따라 많은 산업단지가 생겨나고 바르셀로나 경제의 중심이 되어왔다고 한다.

작가는 이곳에서 처음에는 텅빈 공장과 쓰레기위주로  사진을 찍다가 점점 그런 상황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눈에 들어와서 집중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들을 만나고 인터뷰하면서 놀란 것은

그렇게 오염되어 가는 환경에 대한 주민들의  무관심이었다고 한다.

그렇게 젖어 들어간다는건 '포기'를 뜻하는

것일까...


셋째, Landscape,  아름다운 자연풍경중에 특히 바다, 해변의 모습을 카메라에 많이 담았는데 그 색감은 사진이 아닌 그림에서 볼 수 있는 것들이었다.

아니, 그림이 아닌가 하고 몇 번이고

들여다 보게 되었다.

그의 작품을 보고 있지만 나는 그 속에서 자꾸만

데이비드 호크니의 그림들이 보였다.  

여러나라를 여행하 나라별로 찍은 사진을 전시했는데

나는 그중에서 한번도 가보지 못한 부다페스트가 인상깊었다.

코로나로 자유로이 여행할 수 없는 요즘,  요시고의 사진속을 걸어가면서 한 나라씩 여행을 다녀온 기분이다.


나는 북촌과 서촌을 참 좋아하는데 내가 양재동에 살면서 가장 좋은 점은 3호선을 타고 여행하듯 안국역과 경복궁역에 금새 갈 수 있다는 점이다.

그 곳에 가면 나는 쉴 수가 있다.

평안히 걸을 수가 있다.

그라운드 시소는 경복궁역에 하차해서 대림미술관쪽으로 가면 골목안에 자리잡은 복합문화공간이다.


한때, 복합문화공간을 만들고픈 꿈이 있었다.

좋은 전시가 있고 음악이 있고 맛있는 음식도 있고, 커다란 벚나무도 한 그루 있는 그런 곳.

너무 큰 꿈을 꾼 걸까?

아직도 나는 헤매고 있다.

나를 지원해준다는 든든한 남편이 있으나

나는 여전히  헤매고 있다.

아직은 식구들 뒷바라지에 여념이 없다.


남편이 퇴직하고 나면 나에게 기회가 주어질까?

점점 다가오는 남편의 퇴직은

내가 하고싶은 것들을 이루어 나갈 단초가 될 것이다.

그렇게 믿고 싶다.

은밀하고 위대한 나의 미래를 위해 잠시 설레어 본다.


큰 아이와 동행한 이 전시는 제목처럼 따뜻한 휴일의 기록이다.


( 이 전시는 4월 3일까지인데 엽서의 날짜가 이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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