핸드픽트호텔, 상생과 미니멀리즘의 미학
5월의 긴 휴일을 어떻게 보내야하나 고민 끝에 연휴는 오고야 말았다.
사실 쉬는 방법을 잘 몰라서 어떻게 해야 잘 쉬는 걸까, 진짜 쉼이 무엇일까 고민하던 찰나, 내가 정말 마음 놓고 쉴 수 있는 방법은 stayfication (스테이피케이션)임을 깨달았다.
그래서 향한 곳은, 상도동에 위치한 '핸드픽트호텔'이다.
"여기 뭐야?"
호텔이 있을거라 생각지도 못한 동네에 떡하니 자리잡고 있던 핸드픽트.
43개의 적은 객실이지만, 있을건 다 있는 편의시설에 무궁화 5개를 받은 호텔이라니 심상치 않다.
당황스러움도 잠시, 핸드픽트 곳곳에 숨겨진 이야기와 의미들을 찾아 구석구석 탐험을 시작한다.
-문을 들어서자 마자 웰컴월에서 우리를 반기는 '헌팅트로피'
그저 사슴모양의 오브제로 여기고 지나쳐버린다면, 큰 오산.
버려지는 플라스틱 의자 조각들을 모아 재탄생한 작품을 통해 우리가 함께 사는 세상, 상생에 대한 의미를 전달하며, 핸드픽트만의 철학을 보여준다.
-웰컴월 옆에 소박하게 놓인 디퓨저, 그것은 디퓨저가 아닌 '첫번째 향기'이다.
핸드픽트호텔을 처음으로 마주하는 방문객에게 향으로 인사를 건네본다.
어디서 많이 본 것 같은데?
이 두개는 무슨 상관관계가 있을까? 모티프에 대한 호기심으로 직원분께 여쭤봤다.
벽에 걸린 저 그림은 뭔가요?
1초의 주저함도 없이 직원분은 친절하게 설명을 이어갔다.
문승지 작가의 'four brothers' .
자작나무 합판을 이용해 만든 의자인데, 작가는 해마다 만들어지는 합판의 70%가 조각으로 버려진다는 메시지를 전하고자 작품을 만들게 되었고, 4x8사이즈의 합판이 버려지는 부분 하나 없이 만들어 진것이 저 의자이며, 온전히 버려지지 않고 쓰임을 보여주는 설계도로 프론트 벽면을 채운것이다.
그렇다면, 이 카드키에서도 발견된 것이 four brothers의 연장선인것일까?
보면볼수록 재밌는 이야기가 나올 것만 같은 핸드픽트.
다양한 편의시설이 있는 지하 1층으로 내려가봤다.
이곳은 꽃집,다이닝 까페 ballroom, 키즈존, 피트니스 공간으로 구성되어있다.
환경지향적이며 소셜한 가치가 충분한 브랜드 제품을 만나볼 수 있다. 핸드픽트만의 MD상품도 구입 할 수 있다. 오가닉 양말 브랜드 그린블리스, 세계 여러 도시와 우리의 소소한 일상을 담는 제로퍼제로 등이 입점해있다.
6.25 이후 탄생한 모나미153은 멋을 부리기 보다는 꼭 필요한 것만 디자인된 것으로,
본질에 충실한 우리나라 역사 속 미니멀리즘 브랜드로 해석하고 있다.
핸드픽트가 추구하는 미니멀리즘에 같은 선상에 있다.
건물 곳곳에는 핸드픽트에서만 볼 수 있는 픽토그램이 있다.
브랜딩을 직업으로 삼지 않았더라면, 핸드픽트의 상생의 가치를 캐치하지 않았더라면 지나쳤을 것이다.
어르신, 임산부, 시각장애인 등 이들을 배려한 마음이 묻어 나온다.
누구나 간결하고 쉽게 알 수 있는 것이 픽토그램의 특징이라지만, 멀리서도 잘 보일 수 있게 픽토그램을 크게 배치해 놓았으며 이는 심지어 아름답게 보이기 까지 한다.
지하 1층 한켠에 자그마한 키즈존과 함께 붙어 있는 공간으로 매거진B,어라운드,킨포크 등 잡지가 배치되어있다. 요즘 핫한 잡지만 모아놓은건가? 싶기도하지만, 핫한 이면 뒤에는 그들만의 분명한 철학과 라이프스타일을 얘기해주고 있기 때문에, 핸드픽트와도 참 잘 어울리는 간행물만 모았다는 생각이 든다.
이미 로비와 지하를 둘러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핸드픽트의 가치를 느낄 수 있었지만,
가장 중요한 객실 역시 실망시키지 않았다.
핸드픽트는 베이직부터 스위트룸까지 모든 객실에 동일한 어메니티와 침구류 등을 제공하고 있다.
객실의 크기와 화려함으로 승부를 보는 것이 아니라, 핸드픽트를 객실을 사용하는 모두에게 똑같은 고급스러움과 편안함을 주면서, 방의 면적은 고객이 정말 필요한 만큼만 구입하는 것이 적정하다는 핸드픽트만의 원칙을 전한다.
내가 머문 베이직 스튜디오는 6평 정도의 가장 작은 객실이었지만, 공간 활용도가 높게 구조화 되어 있어
전혀 불편함을 느끼지 못했다.
녹색 러그와 쇼파, 우드톤의 바닥과 화이트톤의 벽들로 이루어져 편안함과 심플 그 자체였다.
보기만해도 푹신하고 금새 잠에 들 것만 같은 베딩은 압권이다.
헤븐리베드는 호텔베딩 브랜드로 웨스틴조선과 시몬스가 공동개발했다.투숙객의 편안한 잠자리를 위해 고객의 습관과 체형을 분석해 최고의 고객경험을 위해 개발된 세심함이 돋보인다.
어메니티는 호주의 친환경 브랜드 이솝(Aesop)으로 알려져 있었으나,2017년 2월 말부터 명확한 기업 윤리, 지속가능한 환경 등을 꾸준히 추구하는 록시땅으로 바꿨다.
어메니티 하나에도 핸드픽트만의 일관된 철학을 투영 할 수 있는 브랜드를 접목시켰다는 점이 와닿는다.
공간의 최적화를 위해 옷장을 없애고 간편한 옷걸이와 선반을 활용했다.
지금껏 묵어본 호텔 중에서 퇴실 전 가장 많이 방 안을 정리하고 나왔다.
"아름다운 사람은 머문 자리도 아름답습니다"
이 말이 떠오르며 '그래, 나도 핸드픽트 당신을 존중해'라는 마음으로 최대한 정돈하며 한결 홀가분해졌다.
핸드픽트가 고객에게 전하고자 하는 철학이 머무르는 공간 곳곳마다 녹여져 있고, 그 안에서 그것을 온전히 느낄 때 즐거움이 남달랐기 때문이랄까.
모든 호텔들이 깨끗함, 편의성, 심미적 아름다움을 신경쓴다고는 하지만, 남다른 애정이 갔던 이유는 단순히 브랜드의 이름값이 아니라,브랜드가 가진 철학을 사용자가 직접 경험 할 수 있는 접점이 많기 때문일 것이다.
뿐만 아니라 다소 엉뚱해 보일 수 있는 브랜딩 관점에서 의도된 내 질문에도 친절하고 자세하게 이야기 해주신 직원분들을 보며, 직원 역시 남다른 자부심과 같은 목적의식을 가지고 있음을 느꼈다.
머무름, 그 이상의 만족을 느낄 수 있는 소중한 공간임은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