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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N Mar 03. 2018

공간에 대한 공감각적 심상,젠틀몬스터

젠틀몬스터 신사 플래그쉽스토어 2018 방문기

말로만 들었던 젠틀몬스터의 플래그십 스토어를 처음으로 방문해봤다.



이번 주제는 흰 까마귀.

괴생명체에게 침략 당해 터전을 빼앗긴 까마귀의 이야기를 층별로 풀어냈다.


1층

까악까악

문을 열고 들어서면 까마귀 소리에 압도된다.
1층을 지키고 계시는 직원분에게 까마귀 환청이 들리지 않을까 약간 걱정되었다.

수많은 솔방울들과 까마귀 그림들로 분위기를 사로잡았다.
까마귀들은 괴생명체에게 알을 빼았겼다.

바닥은 까마귀의 발자국인가요 응아 연출인가요, 혼자 궁금해했다.
문득 향이 궁금해져서 직원분께 여쭤봤다.

Q. 향은 어떤 향인가요?
A. 홍대 스토어는 '향'이 주제인데, 그곳에서 이번 컨셉에 어울리는 향을 만들어주셨어요.

디퓨저, 스프레이가 나무 기둥 뒤에 숨어져있길래 쓱 들춰봤다. 이름은 Crow's nest
까마귀 응아냄새는 절대 아니었으나, 산의 냄새가 나는것 같기도하면서 진한것이 말로 설명할 수 없다.일부 손님들은 좋다하고, 일부 손님들은 너무 진해서 머리가 아프다 얘기하기도 한단다.

관람 순서는 1-5층 순, 마지막으로 지하. (2-4층에 제품, 5층에 계산대) 
2층에 올라가려는데 외국인 관광객이 "Pretty Awesome!"을 외쳐 얼른 둘러보고 내려가보고싶었다.



2층

2층에 올라서자마자 압도하는 불시착한 우주선. 그리고 괴생명체의 촉수가 지리릭 지리릭 움직인다.

우주선과 촉수를 돌면 한줄로 늘어선 제품들이 보인다. 아니. 제품이 아니라 작품인것같다.
우주선이 나무 판자로 이뤄진 곳에 있었는데, 기둥들 역시나 나무기둥으로 통일성을 준것같다.
(전문지식은 없음)



3층

외계인이다!!  요즘 유행하는 '위빙'이 그들의 몸체인듯하다. 한번도 본적없는 형태의 생명체.
까마귀는 보이지 않고, 그들의 세계를 장악한 외계인들만이 자리잡고있다.

군데군데 벽돌로 공간을 구분해 놓았는데 ,자칫하면 촌스러워 보이거나 훵해보일 수 있으나
적절히 쓰여진 느낌.

4층

까마귀들은 알들을 다시 되찾기 위해 우주선을 탈취하고, 그곳에서 우주식량을 빼온듯하다. 

계단 위에 놓여진 각각의 제품들.

5층으로 이어진 계단은 다른 계단들과 다르게 나무로 되어있었다.
다시 알을 되찾고 그들의 터전으로 돌아감을 의미하는 것인것마냥.

우와 알이다! 1층에서 보던 솔방울들이 잘잘하게 둥지 끝에 달려있다.
아, 이것이 1층에서 맡아진 향의 이름 crow's nest인가. 5층은 굉장히 조용한 편이고,
앉아있을 곳과 모래가 있어서 다른 층보다 아늑하고 편안한 느낌을 준다.


괴생명체게에 점령당한 3층 말고 1,2,4,5층에는 
각각 솔방울/ 나무/이끼/ 모래 등  자연에서 온 소재들을 조금씩 넣어주면서 까마귀들의 터전을 찾는 과정을 자연스럽게 녹인게 아닐까 싶었다. 

위에서 내려다본 계단

생각보다 지하1층은 좁다. 까마귀의 자화상이 걸려있다. 백까마귀라서 다 벽이며 문이며 하얀색인가.

오른쪽 공간에 50년 뒤 구해진 알에서 부화한 (?) 흰까마귀의 모습이보이고,
50년 전을 회상하는 까마귀의 독백이 노래방 기계 가사처럼 무한 반복된다.
까마귀의 한쪽다리는 불에 탄것인지, 괴생명체에 의한것인지 모르겠으나 ,나무로 변해있었다.

하얀까마귀도 처음 봤는데, 까마귀도 아름다울 수 있다는걸 보여주는려는건지, 아름다웠다.


굳게 닫혀있던 문이 열리면서, 분위기를 압도하는 까마귀의 춤.


노래가 궁금해서 직원분께 여쭤보니 친히 이전에 캡쳐해두셨던 사진을 찾아 보여주셨다.
Pet shop Boys라는 그룹의 'It's A Sin'이다.

매장에선 가사가 나오지 않았지만, 실제 가사를 보면 이렇다.
 “So I look back upon my life / Forever with a sense of shame / I’ve always been the one to blame (내 삶을 돌아보면 / 영원히 수치심을 떨치지 못한 채 / 항상 잘못은 나 스스로에게 있었어).”
"It's A Sin" (죄악이야) x n

터전을 파괴한 생명체 (인간)에게 날리는 일침을 역설적으로 전달하고자 하는걸까?

그래서 더 역동적이고 반전감 있게 그들의 몸부림을 번쩍번쩍 보여주는것인지
아, 이렇게도 표현 할 수 있구나! 감탄하며 들어갔다 나왔다를 반복했다.

이렇게 까마귀의 군무로 관람을 마쳤고,
제품을 사지는 못했지만, 여름에 선글라스를 장만한다면 젠틀몬스터에서 장만해보고 싶단 생각이 들었다. 


공간 기획에 대한 관심을 가지면서,
장소를 좀 더 요리조리 뜯어보게 되었고, 소재, 오브제에서 엄청나게 연관성을 찾으려 애쓰고 있다. 
내 직관이나 해석이 절대 맞다고는 할 수 없다. 그저 나는 느끼는대로 이야기 할 뿐이지만,
기획의도를 조금씩 찾아보고, 직원들에게도 물어보면서 공간과 공간이 주는 스토리를 알아가는 재미가 쏠쏠한 이번 신사동 플래그십스토어. 
젠틀몬스터는 1년에 한번씩 스토어를 새롭게 갈아엎는다는 직원분에 한마디에,
아 진짜 젠틀몬스터는 공간 경험을 정말 중요하게 생각하는 곳이구나 ,다시한번 실감했다.
보통 일이 아닐텐데.. 

과연 내가 이와 관련된 일을 할 수 있을까?
꾸준함, 현장을 보는 눈, 관찰력, 밤샘에 대한 마음가짐, 스토리를 같은 듯 다르게, 일관성 있게 풀어내는 기획 능력 등등. 너무너무 멋진 젠틀몬스터에서 내가 좋아하는 일들을 풀어내는 방법에 대해 다시 한번 고민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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