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편식 고치기

책 고르는 데만 2시간 걸리는 사람을 위한 팁

by 면서


나는 자칭 식신이다. 사주에 식신 글자가 있기도 하고 먹는 걸 너무 좋아한다. 가리는 음식도 없다. 싫어하는 당근도 알레르기가 있는 건 아니라, 어떻게든 먹으라면 먹는다.


그런데 이상하게 책은 편식하게 된다. 고등학생 때는 사회 인문학 책만 섭취하고, 소설은 기피했다. 세상에 해결할 문제가 이렇게나 많은데, 없는 이야기를 지어내고 읽는 것을 이해하지 못했다.


대학교에 들어와서는 소설이 좋아지고 시가 싫어졌는데, 명확한 것을 좋아하는 나에게 시라는 문학은 모호하고 뜬구름 잡는 소리처럼 느껴졌다.


그리고 첫사랑(!)을 겪고 나서는 시가 좋아졌다. 불분명한 단어와 표현과 운율이 내 마음을 더 생생하게 보여주는 것 같았다. (가장 좋아하는 시는 나태주 시인 작품 ‘내가 너를’이다)




혼자 놀 때 중고서점이나 도서관에 꼭 들른다. 내가 참새면 도서관이 방앗간인 셈이다. 원하는 책이 따로 있는 건 아니지만, 그냥 들어가 본다. 책장 하나하나 살펴보며 마음에 드는 책을 찾아 나선다. 그렇게 책 찾기에 집중하다 휴대폰을 들여다보면 1~2시간이 훌쩍 지나있다.


제목과 책등이 마음에 들어 꺼내보아도, 막상 책을 펼쳐 문장 몇 개를 읽어보면 마음이 팍 식는다... 문체가 어려워 잘 읽히지 않거나, 내용 자체가 흥미롭지 않거나 하는 이유에서이다. 심지어는 주인공 이름이 너무 어렵고 길다는 이유로 책을 내려놓기도 한다. 집었던 책을 다시 책장에 꽂고, 다시 탐색하고, 다른 걸 집고, 내려놓고... 결정이 어렵다기보다는 깐깐한 게 걸림돌이다.




오늘은 조금 달랐다. 제목은 가볍게 스캔하고, 그중에 마음에 드는 책을 집어 들었다. 그리고 첫 페이지가 아닌 아무 페이지나 펼쳤다. 글자가 술술 읽히면 당첨이다. 며칠 전 읽은 ‘유시민의 글쓰기 특강’에 나온 팁이다.


그렇게 읽은 책은 윤이형 작가의 ‘붕대 감기’라는 소설이었다. 여성들의 우정과 연대를 주제로 옴니버스 형식으로 풀어낸 이야기였다. 막힘없이 읽혔다.


그대로 깐깐했다면 이 책 또한 내려놨을지도 모른다. 세상에 나와 꼭 맞는 책을 찾기는 어렵다. 어쩌면 맞지 않을 거라 생각했던 것이 잘 소화될 수도 있다. 나와 맞지 않는다고 무작정 피하는 게 최선도 아니다. 편식하지 말자, 책도 음식도 사람도!

사람들은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자기 삶에 무엇이 필요한지 잘 알지 못했다. 그것을 숙고하는 데 들일 시간과 집중력과 에너지가 없었다.
같아지겠다는 게 아니고 상처받을 준비가 됐다는 거야, ... 다른 사람들이 아니고 너한테는, 나는 상처받고, 배울 준비가 됐다고!
무언가를 하기로 마음먹으면 한 번에 너무 완벽하게 해내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해서 신경을 곤두세우고, 무리를 하고, 자신의 모든 것을 들이부어버리는 아이.


keyword
작가의 이전글김연희 영어 선생님에 대한 기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