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초등학교 교사의 블로그를 정독하다 문득 초등학교 시절 영어 선생님이 떠올랐다.
졸업 후 꽤 오랜 시간이 흐른 뒤에, 아주 우연히 선생님의 유튜브 계정(악기 연주하시는)을 알게 되었다. 그 계정이 아직도 있나 다시 찾아봤는데 안 보이더라.
그래서 구글 창을 켜고, 예전에 선생님이 운영하시던 웹페이지를 찾아보았다. 역시나 못 찾겠더라. 그렇게 옛 흔적을 하나씩 짚어보니 기억이 떠올랐다.
그래 나 웹페이지에 종종 만화를 그려 올렸지. 나는 똥으로, 친한 친구들은 호랑이(SR)와 기린(SY) 토끼(HJ) 거북이(BY) 먼지(MJ)로 캐릭터를 만들고, 우리들 사이에 있었던 에피소드를 수업시간에 배운 영어로 풀어썼었고. 문법이 틀리면 어떡하지? 그런 걱정은 하지도 않던 때였다. 그저 친구들 반응에 뿌듯해서 그림만 그려댔다. 누구에게 도움이 되었는지는 모르겠다만! (그 웹페이지는 한때 출석왕 경쟁이 붙어 다들 매일같이 접속했다. 졸업하고 가끔 찾아와 댓글을 남기던 친구도 있었다. 드디어 내가 마지막이군, 뿌듯해하면서)
그래 몇 층인지도 모를, 아무튼 계단 바로 옆 복도 끝자락에 위치해 있던 영어 교실과 핼러윈인가 밸런타인데이인가 특별한 날 그 교실에서 생애 처음으로 먹어본 스모어 쿠키의 달콤함과, 매 수업시간 학습지를 착실히 넣어 빵빵해진 A4 클리어 파일.
영어 방과 후 교실을 신청했었나. 교실에 들어서고 긴장하면서 a, b, c... 알파벳 한 글자 한 글자 연필심 꾹꾹 눌러 조심스레 썼던 기억. 그렇게 결국 영어가 즐거워져 친구들과 함께 영어 노래 부르기 대회에 나간 적도 있었지. (불렀던 노래는 S club의 ‘Bring It All Back', 함께 부른 친구는 아마도 SR, JI, JW)
내가 영어를 좋아하기 시작한 이유는, 고등학교 때 영어 선생님께 예쁨 받아서도 아니고, 원어민 선생님 어학원에서 단어시험을 잘 봐서도 아니었구나! 훨씬 앞전의 시간이 존재했구나.
짧은 숏컷 헤어스타일을 하시고(색은 짙은 와인색이었던 것 같다) 양옆으로 조금 뾰족한 타원형 안경테(이동진 평론가 스타일이었다), 상냥하시면서도 카리스마 있던 모습의 선생님이 떠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