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어깨를 부탁해

바리바리스타의 수제 퀼트 가방 장만기

by 면서


나는 ‘바리바리스타’다. 바리스타는 아니고, 짐을 바리바리 싸들고 다녀서 바리바리스타이다.


영상 제작을 주로 하는 나는, 학교든 카페든 길거리든 언제 어디서나 영상 편집을 하기 위해 2kg짜리 맥북은 기본, 온갖 충전기와 외장하드, 파우치를 짊어다녔다. 특히 촬영이 있는 날이면 카메라 가방과 소품이 잔뜩 든 가방으로 양손 가득이었다.


웹드라마 촬영, 스냅사진 촬영, 촬영 소품 구하던 날


애용했던 건 숄더백이다. 메고 내려놓기 쉽고, 무엇보다 가방 안에 든 짐을 꺼내기가 편리하기 때문이다. 길을 걸어갈 때 혹은 잠깐 버스를 기다릴 때, 지퍼를 내리거나 똑딱이 단추를 제칠 필요 없이 손만 쑤욱 집어넣어 물건을 꺼내면 됐다.


그래서 가방에 챙긴 물건들을 다 사용하냐고?


아니다. 사실 모든 물건이 꼭 필요치는 않다. 만 오늘은 안 쓰겠지- 싶어 집에 두고 오면, 꼭 그 물건이 필요한 상황이 생기더라. 그렇게 생긴 불안함과 우선 챙기고 보자는 마음이 몸을 짓누르는 짐이 되었다.


숄더백 인생


회사를 다니면서는 몸이 한결 가벼워졌다. 회사에서 지급해 준 개인 노트북은 집에 가져올 필요가 없었고, 그래서 온갖 충전기와 외장하드도 필요 없었다. 기껏해야 화장품 파우치를 폼으로 들고 다니는 정도였으니.


그동안 내 몸을 나 스스로 괴롭히고 있음을 깨달았다. 특히 양쪽 어깨에 미안한 마음이 든다. 가방을 메다 왼쪽 어깨가 아프면 오른쪽에 넘기고, 오른쪽이 아프면 다시 왼쪽에 책임을 넘겼다.


필요 없는 짐을 미련 없이 손 뗄 수 있다면 좋으련만, 그게 아직 어려운 나는 ‘가방’부터 바꾸기로 했다.


어깨해방 백팩 후보들


마음에 드는 가방 찾기는 어려웠다. 마음에 들면 배송이 늦고, 어떤 재질들은 간지(?)는 나지만 내구성이 걱정되고, 튼튼하면 디자인이 아쉽고...


< 백팩 선정 기준 >

• 맥북 14인치가 들어가는가?

• 튼튼한가? (밑창&덮개 있어야 함, 가방끈이 너무 얇지 않을 것)

• 디자인이 괜찮은가? (너무 튀지도-평범하지도 않고, 꽂히는 포인트가 있어야 함)


웹서핑만 근 5일을 전전했다. 그냥 사지 말까? 그런 생각이 들던 찰나, 운명의 가방(!)을 발견하였다.


찜 22개를 보고 다급하게 메시지를 보냈다


바로 당근에 올라온 ‘퀼트 백팩’이다. 귀여운 패치워크에 저채도의 차분한 색감, 주머니와 덮개까지 알차게 붙어있는, 아기자기 빈티지의 끝판왕이다!


무엇보다 공장 생산이 아닌 수제라는 점에 꽂혔다. 이 가방이 만들어지는 데에 어떤 노력과 시간이 들었을까. 가방을 디자인하고 원단을 배치하고, 자르고 재봉하고. 그 과정 속에 생긴 애정이 가방에 들어있을 것 같았고, 가방을 메고 다니면 좋은 에너지가 생길 것 같았다.


직거래하기로 한 일요일을 목 빠지게 기다렸다. 메시지 보낸 날은 언제 답장이 올까 두근대서, 새벽에 자다가도 깨 휴대폰을 여러 번 확인했다.


직거래 후 품에 소중히 안고 집으로 향했다


가방 디자인이나 크기가 예상한 그대로였다. 맥북을 비스듬히 잘 눕혀 넣고, 빈 공간에 작은 물건들을 넣었다. 맥북 때문에 지퍼 잠그기는 포기했지만, 덮개와 바깥 단추는 다행히 제 역할을 한다.


오늘 등교하며 가방을 처음 메보았다. 다른 건 모르겠고 기분이 끝내줬다. 등에 행운부적 달고 다니는 것 같다. 소중히 메고 다니며, 소중한 기분을 느낄 수 있기를!


p.s. 밑창 다 떨어지고 실밥 터질 때까지 메고 다닐 거다! 아 그리고 가방 구매 비용 지원해 준 언니에게 무한 감사드린다 >.<

가방아 앞으로 잘 부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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