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책은 가르보 스타일로

After the Book : 도시와 테이블에 놓인 노트 #3

by 베리티

하나의 상징과 같은 사진이 있습니다.

저의 책- '그녀를 그대로 지나치세요' 꼭지에서 이야기했던, 뉴욕 거리에서 파파라치 컷으로 찍힌 할리우도 고전배우 그레타 가르보의 사진입니다.

Garbo in 1955, photo by Lisa Larsen for Life Magazine

1955년 라이프 매거진에 실린 사진을 가만히 봅니다. 오버 사이즈 코트에 항공모함 같은 신발을 신고 성큼성큼 걸어가는 장면을 상상해 봅니다. 아마도 큰 선글라스를 썼겠죠?

얼굴이 알려진 배우이기에, 시선을 피하면서도 일상적인 산책을 할 수 있는 연구 끝에 나온 결과일 듯합니다.


영화 <그랜드호텔>에서 가르보는 배우로서 "혼자라면 좋겠다."라고 했는데, 작가 올리비아 랭은 여기서 '혼자'의 의미에 대해 짚어봅니다.

혼자 나가서 걸으면 되는 거지, 그게 뭐 어려워?라고 대꾸할 수도 있지만, 막상 그냥 혼자만 다닌다고 되는 것은 아닌 상태. '혼자라면 좋겠다'와 '혼자가 되고 싶다'는 약간의 차이가 있다고 설명합니다.

가르보가 원하는 '혼자되고 싶다'는 것은 '신경 쓰이지 않고 보는 사람 없고, 쫓겨 다니지 않는 상태', 그러니까 '관찰되지 않고 부유하는 경험'이었습니다.


언젠가 TV 토크쇼에서 어느 배우가 했던 말이 두고두고 회자되고 있는데요.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서 그는 이렇게 말했죠. "아무도 나를 모르고, 돈은 많았으면 좋겠다."


듣고 있던 이들은 모두 박장대소하며 공감했습니다. 누구나 얼굴을 아는 유명인의 삶을 모두 동경 하긴 하지만, 한편으로 그들은 산책 하나 마음대로 하기 어렵습니다. 미팅을 잡을 때도 시선을 피할 수 있는 방 같은 닫힌 공간을 찾을 수밖에 없죠. 분명, 내가 뭘 하든지 아무도 신경 쓰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 들 때가 있을 텐데, 한 발짝 떼기도 그리 쉽지 않습니다. 관찰되지 않는다는 것, 아무도 나를 모른다는 것은 어쩌면 유명인들이 그토록 바라는 굉장한 특권인지도 모르겠네요. 그래서, 이렇게 정리해 볼 수 있겠네요.

"거대한 특권을 기억하며, 산책은 가르보 스타일로!"


뉴욕 이야기가 나온 김에 하나 더 이어갈게요.

언젠가 여행 다녀온 한 친구가 멋진 노부부를 만난 이야기를 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우연히 만났는데 자신이 듣는 음악과 비슷한 취향이어서 금방 친해졌다는 이야기였어요. 그 집에 초대받아서 갔었는데, 무엇보다도 레코드 컬렉션이 자기와 비슷해서 너무 감동이었다. 그것 하나만으로 식탁의 대화가 끊이지 않았고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는 여행담입니다. 그 얘기를 들으면 떠오르는 뮤직비디오가 하나 있어요. 책의 '전설이 된 젊은이들의 거리' 꼭지에 썼습니다.


Elbow - NewYork Morning

https://www.youtube.com/watch?v=cqnIbueM5fE

이 뮤직비디오는 1970년대 뉴욕의 공기를 떠올리게 하는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만들어졌습니다.

밴드 티셔츠를 입고 등장하는 전설적인 펑크록 커플 데니스와 로이스(Dennis & Lois)의 스토리인데요. 데니스가 1975년 경찰서에 있던 단 하룻밤을 제외하고는 언제나 함께 있었다고 하지요.

제 친구들이 가고 싶었던 골든에이지, 1960~70년대의 뉴욕 펑크씬에서 청춘을 보낸 커플입니다.

특히, 흥미로운 것은 그들이 돈을 쓰는 방식인데요. 인터뷰에서 로이스는 말합니다.

"내 돈은 공연장 가는 길의 기름값과 공연 티켓에 썼지요."


공연 클럽에 줄 섰던 시간들, 주변에서 마주칠 뻔했던 앤디 워홀 같은 유명인들의 에피소드를 말하며 당시의 뉴욕 거리를 기억합니다.

젊은 시절을 음악에 열광하며 보내는 사람들은 많습니다. 하지만 세월이 가면 옛이야기가 되는 것이 보통이죠. 이 커플은 조금 달랐던 것 같습니다. 어떻게 창작이 일어날 수 있는가에 대한 끊임없는 관심이 그들을 움직였습니다. 이제는 돈으로도 살 수 없는 그 시절의 기억들을 다른 이들에게 담담히 전합니다.

마지막 그들의 고백의 여운이 길게 가네요. 아이 같은 눈빛이 인상적입니다.


"우리가 알던 대부분은 사라졌지만, 우리는 여전히 여기에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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