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fter the Book : 도시와 테이블에 놓인 노트 #4
<도시와 테이블에 놓인 노트>에 카페 이야기가 많이 나옵니다.
지난주에 친구들과 모처럼 모였습니다. 책이 나왔다고 하니, 출간기념을 빌미로 삼아 만나게 된 거죠.
그중 음악평론가 친구가 물어보네요.
"카페, 어디로 다녀요?"
커피가 맛있는 집 얘기를 하다가 나온 질문입니다. 그 친구는 글은 무조건 집에서 쓴다고 했어요. TV를 틀어놓아도 집에서 써야 편하다고 하네요. 저는 조금 다릅니다. 느슨해지기 쉬운 오후에는 카페에 나와서 쓰곤 합니다. 좀 다녀보면 어떤 곳이 잘 써지는지 알게 되어서, 리스트가 정리됩니다. 인스타 핫플도, 디저트 위주 카페도 글쓰기엔 별로입니다. 되도록 단순하게 커피 맛이 좋고, 나무 테이블에 등받이 의자, 아, 그리고 음악이 듣기 좋으면 딱입니다. 카페에서든 집에서든 어디에서 잘 써지는지는 알아둘 필요가 있는 것 같아요.
카페 글쓰기에 대해 좋아하는 에피소드가 있습니다. 다들 아시는 봉준호 감독의 이야기인데요. 봉준호 감독도 카페에서 글을 쓰는데, 보통 하루에 세 번 옮긴다고 들었습니다.
사람이 적은 카페 (그는 어느 정도 얼굴이 알려졌으니)를 찾아서 다닌다고 했고요. 그러다 보니, 몇 달이 지나 시나리오가 완성되어 영화가 나올 때 즈음이면 그 카페들이 사라지는 곳이 많답니다. 옆에서 듣던 배우 로버트 패터슨이 놀라며 이렇게 물어요. "저승사자 아니에요?"
한참 웃었습니다. 발길 닿는 곳마다 결국 카페가 죽는다면 저승사자 맞는 것 같아요.
한편으로, 글 쓰는 이들은 카페 회전율에 그리 큰 도움이 되지 못하니, 또 대개는 회전율을 상관하지 않는 카페 주인들일테니 폐업을 맞게 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요. 어쩐지 약간의 죄책감도 들어요. 피아니스트들이 집에서 행여 민폐가 될까 숨죽여 연주를 할 때의 심정과 비슷한 것일까요.
작업하기 좋은 카페가 사라지는 것은 굉장히 서운한 일입니다. 봉준호 감독만큼 카페를 많이 다니지 않아도 종종 마주하는 일입니다. 그런 카페를 만나는 일은 쉽지 않아요. 하루키가 썼던 '100%의 여자아이를 만나는 일'까지는 아니더라도 70% 이상의 만남 정도는 될 것 같아요.
저의 책 -<일요일의 카페엔> 꼭지에 친구들과 들렀던 카페 에피소드가 있습니다. <왕창상회>라는 이름의 카페였는데요. 카페 이름을 그렇게 지은 것이 아니라, 그 카페가 들어오기 전부터 있던 간판을 떼지 않고 그냥 두어서 자연스럽게 카페 이름이 되었습니다. 일요일이면, 그 친구들과 만나 근황을 나누고 수다를 떨곤 했는데, 그 카페 벽에 걸린 그림이 호퍼의 모작이었어요. 자세한 이야기는 책에 나오니 참고하시고, 그때의 사진을 올려볼게요.
호퍼 그림 사상 최다 인물 출연작인 <푸른 저녁>, 원작입니다.
그리고, 왕창상회에 걸려있던 호퍼의 모작입니다.
혹시, 한국이라서 태권도복을 입은 외국인으로 바꾸었을까요. 카페 주인이 스타워즈의 팬인가 봅니다. 피에로 대신 다스베이더 가면을 쓴 남자가 앉아 있습니다.
한창 한국에 호퍼 열풍이 불 시기 즈음이었던 것 같습니다. 커피도 맛있고 글쓰기에도 좋은 분위기였는데 지금은 없어졌습니다. 그렇게 기억에 남은 몇몇 카페들에 대해서 책에 썼습니다.
<한약 한 사발 말고 커피 한 잔> 꼭지에는 커피한약방이 나옵니다. 이미 많이들 아셔서 새로울 것은 없을 거예요. 하지만 건물의 비좁은 틈 사이로 비집고 들어가서 커피를 마시는 것은 흔하지 않은 경험인 것 같습니다.
이미 외국인들 사이에서 명소가 된 것 같고, 카페의 풍경이 경성 같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그리고 카페는 아니지만, 을지로의 빼놓을 수 없는 힙플레이스 '신도시' -역시, 책에 나옵니다.
홍대 말고 좀 다른 데 없나, 할 때 을지로에 만들어져서 음악 듣는 사람들의 발길을 끌었습니다.
아직도 플라스틱 접시에 강냉이를 주는지 모르겠네요. 여기에 도착하기까지 쉽지 않습니다.
친구들끼리 음악 들으러 다녔던 장소에 대해 말하자면 긴 얘기가 될 것 같은데, 언젠가 기회가 있겠지요.
그 날도 친구들과 요즘 새로 생기는 레코드 카페에 대한 이야기들을 많이 나누었는데요. 친구들과 커피집, 식당, 바, 좋은 가게 정보를 서로 나누는 것이 어제와 다른 일상의 길을 내어줍니다. 언젠가 읽은 책에서 공감했던 부분이 있습니다.
파리는 유용한 주소를 교환하는 것이 삶의 중요한 한 부분이다. 솜씨가 뛰어난 실내장식가, 모자 만드는 사람, 짚으로 바닥을 댄 의자 수리하는 사람 등의 이름과 주소를 교환한다. 물론 알뜰한 바느질 솜씨를 지닌 침모의이름과 주소도 교환 대상이다.
-에드먼드 화이트
그래서, 그날의 질문 - '카페는 어디로 다녀요?' 에 무슨 답을 했을까요.
함께 갈만한 카페에 대한 정보는 얼마든지 나눌 수 있습니다. 하지만, 작업하러 가는 카페 리스트는 말하지 않아요. 그 이유는 여기까지 함께 하신 분들이라면 아실 것 같습니다 :)
신간 소개하는 기사에 제 책이 올라와서, 링크합니다.
https://n.news.naver.com/article/014/0005476421?sid=1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