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드나잇 달리기

상수 역 막차를 타던 날

by 베리티

우리는 한밤을 달렸다.


젤리처럼 길게 이어진 밤거리의 불빛들이 흔들렸다. 쿵쿵거리는 운동화가 아스팔트를 계속해서 딛고 나아가면 여름 바람이 머리카락을 스쳤다. 심장 소리가 들려온다. 가방은 어깨 위에서 들썩인다. 삼삼오오 모여서 그룹으로 떠들고 있는 거리의 사람들이 힐끗 쳐다보지만. 그들도 나도, 서로 내 알 바 아니다. 미드나잇 달리기로 시선을 끌려면 이 거리에선 어림없다. 한밤 중의 달리기는 꼬리가 길다.


하루가 멀다 하고 만나서 돌아다녀도 언제나 시간은 훌쩍 먼저 가 있었다. 열차가 오기 전 십분 쯤 미리 도착해서 여유롭게 문이 열리면 발을 딛는 상상을 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지만, 언제나 아슬아슬했다. 슬라이딩으로 겨우 홈에 도달하는 야구선수라도 된 것처럼. 시계 초침을 따라서 뛰고 또 뛴다.


언젠가 홍대입구역보다 가까운 상수역이 생겼다. 그래서 한결 여유로울 거라고 우리는 박수를 쳤었나.

지하철 역에서 드르륵 소리가 나는 셔터를 내리곤 했다. 철커덩. 개찰구 근처에서 머리 아래로 바짝 내려온 은빛 문을 통과하면, 그런 상상을 했을까. 오늘과 다른 내일이 있을지도 모른다고.


아마도 그 때문이었을 것이다.

시간보다 먼저 달리고 싶은 기대.

멈추고 싶던 오늘의 시간을 더 오래 늘려보고 싶었던,

그때의 우리가 할 수 있던 모든 것.


우리가 지나쳤던 전봇대에는 '모임 별'로 오라는 전단지가 붙어있었다.



모임 별 -진정한 후렌치후라이의 시대는 갔는가

https://www.youtube.com/watch?v=WlcsLKRqy1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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