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행복론』 변화하는 미래사회, 개인은 어떻게 행복할 것인가
‘코이’라는 물고기가 있습니다. 이 물고기는 그 성장 크기가 자신의 처한 환경의 크기에 따라 결정되는 신기한 물고기죠. 어항에 넣어두면 10cm 길이 정도의 작은 물고기로 성장하지만, 연못에서는 20cm, 그리고 강물에서는 무려 1m가 넘게 성장한다고 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이러한 코이 물고기의 특성을 인간의 성장에 견주어 이야기하곤 합니다. 인간 역시 자기가 성장할 수 있다고 믿는 만큼 성장을 하는 동물이기 때문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가 글로벌 시대에 한국에만 머무른다는 것은 나의 성장이 한국이란 사이즈 정도 밖에는 성장을 하지 못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자신의 활동영역뿐만이 아닙니다. 자신의 사고 역시 한국에만 머무르는 것이죠.
물론 한국에만 머무른다고 그 사람의 인생에 문제가 있다는 것은 절대 아닙니다. 다만 단 한 번뿐인 인생에 자신의 성장 크기를 반드시 한국이란 나라에 국한시킬 필요도 없다는 것이죠. 만약 자신을 한국인이라는 국가적 정체성에 너무 국한시키게 된다면 많은 기회들을 잃을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교육을 받을 때도 너무 한국 안에 있는 대학만 선택권에 포함한다면 해외 우수 대학에서의 교육 기회를 포기하게 될지도 모르고, 사업을 하더라도 국내에만 머무른다면 글로벌이라는 넓은 판매시장을 포기하게 될지도 모를 일입니다. 게다가 국가로부터 교육받은 과거의 역사관 때문에, 자신이 한국인이라는 이유로 과거 한국을 침략했던 일본을 미워하는 정서를 갖는다던지, 단지 외국에서 왔다는 이유로 외국인 노동자를 차별하는 등 외국인에 대한 적대감을 갖는 것도 해외 국적을 가진 다른 사람과의 교류와 다양한 정서적, 경제적 발전 기회를 가로막는 장애물이 될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교통의 발달과 정보통신 기술의 발달로 점점 하나가 되고 있는 글로벌 세상에서 살아가기 위해서는 자신을 한국인이라고 국한시키기보다는 자신을 글로벌적 크기에 맞게 ‘지구인’이라고 인식하는 보다 개방된 정체성을 가질 필요가 있습니다.
세계화가 진행이 되며 ‘글로벌 인재’라는 말을 많이 듣게 됩니다. 국가 차원에서도 그리고 대학에서도 글로벌 인재를 강조하곤 하는데 도대체 글로벌 인재란 무엇일까요? 아마 국가에서 말하는 글로벌 인재란 국적은 한국에 있지만, 세계 곳곳을 활약하고 다니며 국가에 이익을 가져다주는 사람을 글로벌 인재라고 여길 것 같습니다. 국익에 도움이 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제가 생각하는 글로벌 인재란 국적에 상관없이 세계 곳곳에서 자신의 능력을 발휘하며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사람입니다. 자신의 재능을 가장 잘 발휘할 수 있는 곳에서, 그리고 자신이 원하는 생활을 보장해주는 국가에서 행복하게 사는 사람입니다. 필요하다면 이민을 선택할 수도 있다는 것이죠.
물론 그 사람이 한국에서 태어나 누려온 다양한 국가적 혜택이 있기 때문에, 그 사람이 사회생활을 시작해 세금을 낼 수 있는 상황이 되었을 때 국가를 떠난다는 것은 국가의 입장에서는 바람직하지 못한 상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다른 사람의 세금으로 그 사람은 혜택을 받았으나, 그 사람은 혜택을 돌려주지 않기 때문이죠.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 사람을 비난만 할 수는 없는 것 같습니다. 만약 한 국가의 상황이 너무 안 좋아 국민이 나라를 버리고 떠난다면, 국가는 떠나는 국민을 비난할 것이 아니라 정부가 최선을 다해서 국민이 살고 싶어 하는 나라를 만들어야 합니다. 그래서 외국인들도 이민을 오고 싶어 할 만큼 멋진 나라를 만든다면 문제가 해결되기 때문입니다.
사실 원래 국가라는 개념 자체도 우리가 개념으로 만들어낸 허구의 존재일 뿐입니다. 국가는 물리적인 경계에 의해서라기 보다는 이념과 정책 등 사람의 합의하에 만들어진 존재이기 때문입니다. 과거 백제 땅이 신라 땅이 되고 발해 땅이 중국 땅이 되듯 국가의 범위가 바뀔 때마다 그 초기에는 사람들이 국가를 잃어 서러움을 느끼겠지만 세대가 지남에 따라 그 서러움은 사라지기 마련이죠. 이렇듯 국가란 영원하지도 않으며 절대적이지도 않은 존재입니다. 그래서 국가란 기억이 아니라 망각에 의해 존재한다고도 하죠.
인종도 마찬가지입니다. 아직까지 현대사회에서는 인종차별이 존재하지만 사실 우리는 모두 아프리카에서 태어나 180만 년 전부터 유럽으로 아시아로 흩어지기 시작한 공통조상의 자손들이며 형제들 아닌가요?
게다가 앞으로의 미래 사회는 기술의 발달로 더욱 국가 간의 거리가 느껴지지 않는 세상이 될 것입니다. 특히나 외국어 번역 기술의 급속한 발달은 앞으로 머지않아 우리의 언어장벽조차 허물어 줄 것으로 기대가 되고 있습니다. 미 국무부의 혁신 자문위원 알렉 로스는 10년 내에 언어장벽이 허물어질 것이라는 의견을 월스트리트 저널에 기고하기도 했죠.
언어장벽을 허무는 MS 스카이프 통역: https://www.youtube.com/watch?v=bXhP5_l32pA
또한 가상현실의 발달은 우리가 공간의 물리적 제약에서 벗어나 전 세계인이 가사 공간에서 만나 회의를 하고 함께 게임을 즐기는 세상을 만들어 줄 것으로 기대가 되고 있습니다. 즉 국가를 떠나지 않아도 글로벌적인 삶을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이 되고 있고, 그에 따라 국적의 의미도 점차 희미해지고 있는 것이죠. 이러한 세상에서 자신을 한국인이라고만 여기면 너무 작은 코이 물고기로 성장하지 않을까요?
페이스북이 공개한 소셜 VR 세계: https://www.youtube.com/watch?v=XckHt9LPo90
만약 지구에 살고 있는 모든 사람들이 자신을 한국인, 미국인, 케냐인, 멕시코인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지구인'이라고 생각한다면 어떨까요? ‘국가’라는 누군가 정한 개념에 의해 자신의 사고와 활동영역을 제한하는 것이 아니라 지구의 사람들이 자유롭게 교류하고 이동하며 지구라는 둥근 땅을 보다 넓게 살아간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요? 혹시 국가 간 전쟁, 분쟁이 줄어들고 자원이 세계에 보다 공평하게 배분되는 세상이 되지는 않을까요?
4년마다 열리는 올림픽을 보면 이런 생각을 많이 하게 됩니다. 한 국가 안에서도 서로가 서로를 남으로 여기고 경쟁상대가 되어 싸우다가도 국가와 국가가 대결을 펼치는 올림픽이 열릴 때는 온 국민이 하나가 되는 것이 올림픽의 기적이죠. 결국 대립되는 대상에 의해 ‘우리’라는 공동체 의식이 생기는 것이라면, 미래에 외계인이 나타나 지구를 침공한다던지 하는 더욱 큰 상대가 나타난다면 지구의 사람들은 모두 하나가 될지도 모릅니다.
물론 외계인이 침공하지 않아도 우리가 하나가 되는 세상이 빨리 오기를 꿈꿉니다. 종교와 역사적 이유로 전쟁이 끊이질 않고 경제적 이익을 위해 다른 나라를 침략하고, 부유한 나라에는 음식물 쓰레기가 넘쳐나지만 가난한 나라에서는 먹을 것이 없어 굶어 죽는 현재의 세상은 우리 지구인이 살고자 하는 아름다운 세상은 아니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