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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래채널MyF 황준원 Oct 14. 2016

100년 마라톤이 아닌 100년 여행

『미래행복론』 변화하는 미래사회, 개인은 어떻게 행복할 것인가

100년 마라톤이 아닌 100년 여행     


마지막 방학     


초중고등학교를 거쳐 대학교 4년. 그리고 그 마지막 학기의 겨울방학. 열심히 이력서를 쓰느라 방학 같지 않은 방학을 보내는 와중에도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 이게 내 인생 마지막 방학이구나, 앞으로는 평생 일만 하는구나’     

 

그동안 방학이란 꿀 같은 휴식을 취하며 살아왔는데, 더 이상 내 인생에 방학이 없다는 생각을 하는 순간 내 앞에 기다리고 있는 미래는 너무나 암울하게만 느껴졌습니다. 그래서인지 저는 첫 직장에 합격하는 그 순간에도 전혀 기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합격 전화를 받은 그 순간 인생이 끝난 것 같은 숨 막힘을 느꼈죠. ‘아... 이제 매일 일만 하는구나...’ 거의 1년의 구직 기간을 거쳐 남들이 부러워할만한 번듯한 직장에 합격했지만 오히려 그것이 저에게는 무기징역 선고처럼 느껴졌던 겁니다.     


‘이제 매일매일 일만 하고 나에게 휴식이란 주말과 1년에 한 번 있는 여름휴가 밖에 없구나...’     


그런데 신기한 점은 함께 직장에 합격한 동기들은 힘들어하면서도 회사를 잘 다니고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그리고 어떻게 그렇게 회사를 잘 다니느냐고 물어봤을 때, 한 동기가 저에게 한 말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충격적인 그의 말은 제가 인생의 방향을 다시 설정한 결정적 계기가 되었습니다.     


"어딜 가나 힘든 건 다 똑같애. 그냥 다녀야지 뭐."


그 친구의 말은 어딜 가나 힘든 건 똑같고, 다 힘들게 살고 있으니 내가 힘들게 사는 것도 어쩔 수 없다는 의미로 저에게 다가왔고, 저에게 많은 생각을 하게 해주었습니다. ‘힘든 상황이 있으면 개선을 해서 행복하게 살아야 되는데 왜 불행을 받아들이고 있는 거지? 인생을 평생 고생만 하려고 태어났나?’ 꼬리에 꼬리를 물고 앞으로 살아갈 인생에 대해서 생각했고, 그 후 저의 인생관이 바뀌게 되었습니다.          




어딜 가나 힘든 건 다 똑같애. 그냥 다녀야지 뭐.




달라진 상황     


과연 버티고 사는 삶이 철든 사람들이 살아가는 삶의 방식일까요? 버텨야 한다면 언제까지 버텨야 하는 걸까요? 은퇴 후 죽을 때까지 쓸 수 있는 돈을 모을 때까지? 아니면 그냥 죽을 때까지? 


과거 70-80년대 한국의 경제 성장기에는 버티기 인생전략이 어느 정도 유효했을지도 모릅니다. 20대 중반에 첫 직장에 들어가서 50-60세 은퇴까지 약 30년 정도를 일하고, 퇴직금과 저축, 연금으로 약 80세까지의 노후를 보내다 생을 마감하는 시나리오가 통했던 시대도 있었기 때문이죠. 물론 그 당시는 경제성장기였기 때문에 오늘보다 내일 주머니 사정이 더 나을 것이라는 희망이 있었던 시절이었고, 집을 구매해도 집값이 계속 상승하던 시절이었습니다. 


하지만 지금, 그리고 미래는 상황이 다릅니다. 앞으로 우리가 살아갈 시대는 수명이 늘어난 100세 시대. 심지어 2000년 이후 출생자들은 기대수명이 140세까지도 예상되고 있습니다. 만약 30세쯤 첫 직장을 갖는다고 가정했을 때, 최소한 80세까지는 경제활동을 이어가야 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죠. 무려 50년간 생계를 위한 노동을 해야 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동시에 경제는 저성장 추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되며, 집을 가진 사람들 역시 집값의 유지는커녕 언제 떨어질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그 밖에도 앞으로 상황이 좋아지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하게 해주는 요소들이 많죠. 인생은 길어졌는데 앞으로 미래의 희망은 찾기 어려운 시대가 된 것입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과연 인생을 100년 동안 버티고만 살 수 있을까요?          


100년 동안 버티고만 살 수 있을까?




인생은 마라톤이다?     


흔히 인생을 마라톤에 비유하곤 합니다. 100m 달리기처럼 짧은 시간 폭발적인 힘을 발휘하고 끝내는 것이 아니라, 42.195km라는 장거리를 페이스 조절하며 달려야 한다는 것이죠. 장기적 계획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는 의미에서는 일리가 있는 말이지만, 우리가 간과해서는 안 될 부분이 있습니다. 바로 마라톤은 너무나 너무나 힘들다는 것입니다. 다리와 허리가 끊어져 나갈 것 같고 숨도 끊어져 버릴 것 같은 괴로움과 싸우며, 포기하려 하는 자기 자신과의 싸움. 그것이 바로 마라톤이죠. 그렇다면 인생 역시 마라톤처럼 괴로움을 버티고 포기하고 싶은 마음과 싸우며 사는 그런 것일까요?     



문제는 마라톤과 달리 인생은 단순히 42.195km로 끝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42.195km는 하루도 안 되는 시간 내에 달릴 수 있는 거리이지만, 인생은 무려 100년이에요. 100년 동안 마라톤을 하듯이 버티며 사는 인생을 바라는 사람은 없을 겁니다. 적어도 행복한 삶을 살고자 하는 사람이라면 자신의 인생을 마라톤이라고 여겨서는 곤란합니다. 자신의 100년 인생을 행복하게 살고자 한다면 하루하루 버티는 것이 아니라 철저하게 자신의 인생을 행복하게 만드는데 총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지금 당장 행복해야 하고 앞으로도 행복해야 합니다.           


인생을 최고로 여행하자     


사람이 살면서 절대로 잊어서는 안 될 사실이자, 매일매일 되새겨야 할 사실은 바로 우리는 인생을 단 한 번만 산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이렇게 소중한 나의 인생을 버티는 데에만 할애하기보다는 마치 ‘여행을 하듯’이 온갖 경험을 다 하고 떠나야 하지 않을까요? 물론 여행도 편하기만 한 것은 아니죠. 열심히 돌아다니다 보면 다리도 아프고 허리도 아픕니다. 때로는 관광지에서 바가지를 쓰기도 하고 외국에서 말이 통하지 않아 곤란한 상황을 겪기도 합니다. 


하지만 결승점이라는 결과를 위해 고통을 버티기만 해야 하는 마라톤과는 달리, 여행은 어려움도 있지만 여행 중 경험하는 과정 하나하나 그 자체가 즐거움이자 추억이 된다는 점이 다릅니다. 인생을 마라톤으로 여길지, 여행으로 여길지 결정하는 것만으로도 인생에서 일상적으로 발생하는 고통을 받아들이는 자세가 달라질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게다가 흥미로운 사실은 그렇게 자신의 인생을 소중히 여기고 인생을 여행처럼 즐기려 노력한 자가 다른 누군가의 롤모델이 된다는 점입니다. 아마 누구나 자신이 존경하고 닮고자 하는 사람을 떠올린다면 인생을 최고 멋지게 살았던, 혹은 살고 있는 사람이 떠오르지, 힘들게 인생을 버텨낸 누군가가 떠오르지는 않을 겁니다. 보통 인생을 즐겁게 사는 사람을 동경하지, 아무리 큰 업적을 이뤘더라도 인생을 괴롭게 살았던 사람을 동경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물론 누군가는 이러한 생각을 너무 순진하다고 여길지도 모르죠. 하지만 우리가 살아갈 미래의 세상은 42.195km가 아닌 평생, 게다가 점점 길어지고 있는 100년의 인생입니다. 만약 그 100년이란 시간을 마라톤으로 생각하고 버티기만 한다면 우리의 미래가 너무 암울하지 않을까요? 


우리는 누구나 남을 인생을 마라톤으로 여길지, 아니면 여행으로 여길지 결정할 수 있는 선택권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 선택은 남이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오로지 내가 결정하는 것이죠. 그리고 그 선택이 앞으로 우리가 살아갈 미래의 행복에 중요한 역할을 것이라고 믿습니다.     


인생을 최고로 여행하십시오.  





앞으로 20년 후에 당신은 자신이 한 일보다는 하지 않은 일로 인해 더 실망하게 될 것이다. 그러니 밧줄을 풀고 안전한 항구를 벗어나 항해를 떠나라. 돛에 무역풍을 가득 담고 탐험하고, 꿈꾸고 발견하라. 

-마크 트웨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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