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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래채널MyF 황준원 Oct 15. 2016

사생활이냐 안전이냐

『미래행복론』 변화하는 미래사회, 개인은 어떻게 행복할 것인가

사생활이냐 안전이냐     


미래의 사회는 사람과 사람의 연결, 국가와 국가 간의 연결을 넘어서 모든 사물들이 데이터를 주고받으며 세상 대부분의 것들이 함께 연결되는 초연결사회를 향해 나아가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 초연결사회에는 어떤 일들이 일어날까요?     


초연결사회의 빛과 그림자     


     

초연결사회에서 우리의 생활은 침대에서 일어나 다시 잠드는 순간. 심지어 잠을 자는 시간 동안에도 ‘연결’되어 있다. 잠을 자는 동안에는 침대와 베개에 탑재된 센서가 나의 건강상태와 수면 패턴을 측정해주고, 수많은 CCTV가 우리 집과 우리 동네를 24시간 1초도 놓치지 않고 감시하여 범죄와 사고를 예방해준다. 아침 하루 일과를 준비할 때는 나의 특성을 파악해 오늘 해야 할 중요한 일들과 나의 관심사를 스마트 거울, 휴대용 스마트 디바이스 등을 통해 알려주고, 사무실로 출근하지 않아도 컴퓨터나 화상회의, 가상 업무 공간 등을 이용해 업무가 가능하다. 게다가 일을 하는 동안에도 책상과 의자, 피트니스 밴드 등이 나의 자세를 파악해 교정해주고 운동이 부족할 때는 적절한 운동방법까지 제안을 해준다. 또 식사를 할 때에는 나의 유전자와 건강상태 데이터를 토대로 내 몸에 좋은 식습관을 제안하고 내가 하루에 섭취한 칼로리와 소모량을 자동으로 계산해준다.      


IoT 웨어러블 팔찌 Nymi: https://www.youtube.com/watch?v=G8VfyLnRPus



그림자     

뉴스를 켜니 또다시 해커에 의한 범죄 소식이 전해진다. 초연결사회에 반대를 하는 극단적 집단이 병원을 해킹한 것이다. 그들은 병원 응급실의 수많은 기기들 작동을 멈춰 20명의 환자가 사망했고, 약품 조제 로봇을 조작해 치명적인 양의 약을 처방해 수 십 명의 환자가  부작용을 겪고 있다. 더욱 심각한 사태는 그들이 환자 5000명의 의료정보를 유출해 갔기 때문에 앞으로 2차, 3차 피해가 우려된다는 점이다. 또한 나의 여성 친구는 최근 집안의 홈 CCTV가 스토커에 의해 해킹이 되어 전 세계로 자신의 샤워장면이 실시간으로 중계가 되어 우울증을 겪고 있으며, 게임을 좋아하는 내 조카는 엄마, 아빠가 집을 비울 때도 홈 CCTV와 웹캠 등을 통해 게임을 하고 있는지 아닌지 감시를 하기 때문에 게임을 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다. 또 어린 시절 철없이 인터넷에 독일 나치를 찬양하는 글을 올렸던 내 중학교 동창은 아직까지 그 기록이 남아있어 회사에 채용되는 데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인터넷에 무심코 적어놓은 모든 글을 누구든 쉽게 찾아볼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동성애자임을 숨기고 있던 내 친구는 게이클럽 이벤트 광고가 스마트폰으로 전송된 것을 어머니에게 들켜 원치 않는 커밍아웃을 해야 했다.     


이 모든 시나리오가 앞으로 10년 안에 충분히 벌어질 수 있는 일이며, 그중 몇몇은 이미 벌어지고 있는 일이기도 합니다. 이렇듯 초연결사회는 우리에게 장밋빛 미래만을 약속해주지는 않을 겁니다. 모든 기술의 발달과 세상의 변화가 그러하듯, 우리의 생활을 편리하게 만들어주는 한 편 그로 인한 다양한 문제들을 양산해 낼 것입니다.


특히나 초연결사회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부분은 보안과 사생활 침해 대한 부분인데, 그런 문제가 예상됨에도 불구하고 초연결사회로 향하는 거대한 흐름을 막을 수는 없을 것입니다. 기술의 진보는 우리가 거부할 수 없는 거대한 파도와 같은 압도적인 힘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앞으로 초연결사회를 맞아할 우리들이 할 일은 예상되는 문제점들은 최대한 대비를 하여 막고, 우리가 누릴 수 있는 이점들을 최대한 이용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범죄와의 전쟁     


우리가 초연결사회를 지향하고 스마트시티를 구축해야 할 이유는 다양하지만 그중에서도 우리에게 주는 큰 혜택 중 하나는 범죄예방 효과겠죠. 현대사회의 뉴스를 보게 되면 하루에도 몇 번씩 살인과 폭력, 강간 등에 관한 소식을 보게 됩니다. 특히나 묻지마 살인이나 여성혐오 범죄와 같은 소식들은 피해자뿐만 아니라 나도 이유 없이 당할 수 있다는 사회 전체적인 불안감을 증폭시키기 마련입니다. 


특히나 상대적으로 힘이 약한 여성의 경우에는 범죄에 노출되기가 쉽죠. 그렇다 보니 남성은 밤늦게까지 돌아다녀도 불안함을 느끼는 경우가 드물지만 여성은 내가 살고 있는 동네를 늦은 시간 마음 편하게 돌아다니기 쉽지 않습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경찰이 순찰을 돌거나 편의점에 몸을 숨겨 신고를 할 수 있는 시스템 등이 도입이 되고 있지만 이 역시 불안감을 해소해주기에는 역부족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만약 초연결시대에 맞게 도시가 미리 범죄를 예방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춘다면 어떨까요?        



판옵티콘 사회     


판옵티콘이란  '모두'를 뜻하는 'pan'과 '본다'를 뜻하는 'opticon'의 합성어로 영국의 공리주의 철학자 제레미 벤담이 만든 원형 감옥 시스템입니다. 그 감옥은 중앙 감시탑을 중심으로 빙 둘러진 감방으로 구성이 되어 있는데, 감시탑은 조명을 어둡게 해놓고 감방은 불을 밝게 켜놓기 때문에 감시탑에서는 감방 안의 수감자들의 행동을 잘 파악할 수 있지만 반대로 수감자들은 감시자가 나를 보고 있는지 아닌지를 알 수가 없죠. 그렇다 보니 수감자들은 감시자가 나를 보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불안에 허튼 행동을 할 수가 없게 됩니다.     


판 옵티콘 감옥


그렇다면 초연결사회는 어떤 모습일까요? 초연결사회에서는 수많은 CCTV가 도시를 사각지대 없이 감시하며 경비 로봇과 드론이 24시간 도시를 순찰하게 됩니다. 덕분에 범죄를 저지르고 싶어도 언제 어디서든 나를 지켜보고 있다는 생각에 범죄를 저지르기 힘들어지겠죠. 21세기 판옵티콘의 모습인 겁니다.


 물론 정신이상자나 작정하고 범죄를 저지르는 사람은 어떻게든 범죄를 저지르겠죠. 하지만 그 범죄의 빈도수가 줄어들 것이라는 가능성은 상당히 높을 것이라고 기대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만약 이렇게 누군가 24시간 사각지대 없이 나를 보호해주고 있다고 느낀다면 상대적으로 힘이 약한 여성, 어린이, 노약자들은 안심하고 사회활동을 즐길 수 있을지도 모르죠.


하지만 이는 반대로 모든 사람들이 판옵티콘이란 감옥 안에 갇혀 감시를 받고 있는 듯한 느낌을 줄 수도 있을 겁니다. 그에 따라 사생활 침해에 대한 논쟁과 여러 파생 문제점들 또한 발생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결국 초연결사회로 가는 과정에 있어 마찰을 피할 수는 없겠죠. 우리 사회가 ‘안전한 사회’인지 ‘안전한 감옥’인지에 대한 논쟁이겠죠.     


안전한 사회 Vs 안전한 감옥



범죄가 판치는 도시엔 행복도 없다


우리들은 초연결사회에서 어떻게 안전하면서도 자유로운 사회를 만들어갈 수 있을까요? 그를 위해서는 개인, 국가, 기업의 노력이 함께 진행되어야 할 겁니다.


먼저 개인은 사생활에 대한 개념 변화에 적응해야 할 것입니다. 사실 이미 세상이 초연결사회로 변모해 감에 따라 사생활에 대한 인식도 달라지고 있습니다. 현대의 젊은이들은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 SNS 서비스를 통해 자신의 사생활을 자발적으로 노출하고 그를 즐기고 있는 세대입니다. 정보의 공유가 자연스러워진 환경에서 살고 있는 젊은이들에게는 SNS를 통한 자신의 생활모습 공유 역시 자연스러운 문화인 것이죠. 


한국의 연예계만 생각을 해보더라도 과거에는 서태지와 아이들이나 H.O.T.처럼 90대 가장 인기 있던 가수들은 자신들의 사생활을 철저히 숨기는 신비주의 전략을 고수했지만, 2000년대의 가수들은 SNS를 통해 자신의 생활을 팬들과 공유하며 팬들과의 소통을 더욱 중요시하고 있는 점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현대를 살고 있는 젊은이들에게는 사생활을 공개하지 않는 사람보다 자신의 멋진 사생활을 공유하는 사람이 더욱 매력적으로 느껴지는 겁니다. 


게다가 사생활이란 개념 자체가 인류 역사상 그렇게 오래되지 않은 개념인데, 미래학자 제러미 리프킨은 그의 저서 ‘한계비용 제로사회’에서 근대 이전 사회는 거의 모든 사회에서 사생활이 없는 공개적 생활을 하였으며 사생활은 인간의 생활에 반드시 필요한 ‘생득권’은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즉 우리가 지금 생각하는 사생활이란 개념은 문화가 변함에 따라 얼마든지 변할 수 있다는 것이죠. (제러미 리프킨 한계비용 제로사회 p.123)


제러미 리프킨의 「한계비용 제로사회」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요즘 젊은 세대가 사생활 침해를 환영한다는 말은 아닙니다. 물론 그들도 사생활을 중요시하죠. 그중 그들이 사생활 침해라고 느끼는 순간은 자신의 들키고 싶지 않은 것을 들키는 순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자신의 멋진 모습만을 골라 SNS에 불특정 다수에게 공개하는 건 문제가 되지 않지만, 나의 치부를 비자발적으로 공개하는 것은 사생활 침해의 문제가 된다는 것이죠. 반대로 이야기하자면 내가 공개하기를 원치 않는 것을 제외하면 나의 멋진 모습이 수많은 사람에게 공유되는 것은 자랑스러움마저 느껴질 정도로 현대의 젊은이들은 사생활 공개에 대해서 보다 유연해진 특성이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정보공유, SNS 문화에 익숙해진 어린 세대일수록 보다 사생활이란 개념에 유연한 모습을 보일 가능성이 있으며, 그에 따라 세대 간의 생각 차이 역시 예상할 수 있습니다. 기존 세대는 과거의 보다 견고했던 사생활이란 개념에 익숙한 나머지 새로운 세대보다 사생활의 공개에 대한 거부감이 더욱 클 수 있기 때문입니다. 


상황이 이렇게 계속된다면 젊은 세대는 안전과 경제 성장 등을 이유로 초연결사회로의 진입과정에서 발생하는 사생활 문제에 관대한 데에 반해 기존 세대는 보다 보수적인 입장을 가지고 있어 갈등을 초래할지도 모르죠. 결국 이 문제의 해결을 위해서는 기존 세대들이 얼마만큼 사생활이란 개념에 유연해질 수 있는지가 굉장히 중요한 부분이 될 수 있습니다.


또한 이러한 갈등을 조절하고 기존 세대를 설득시키는 것은 국가가 노력해야 할 부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국가가 개인의 사생활을 충분히 보호할 수 있으며 CCTV와 센서, 휴대용 디바이스 등을 통해 수집되는 정보가 오직 사회치안유지와 사회 발전 등 공익을 위해서만 사용이 될 것이라는 확신을 심어주어야 하는 것이죠. 만약 정부에 의한 개인 사생활 침해 사례 문제가 발생해 국민들에게 알려진다면 그만큼 불신은 더욱 커져 사생활 침해에 대한 논란은 더욱 가중될 것이 분명하기 때문입니다.



또한 마지막으로 기업에서도 자사의 개인 정보 활용과 제공 서비스가 소비자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을 것이라는 강한 확신을 보여주어야 하겠죠. 하지만 초기 초연결사회로의 진입과정에는 제대로 된 법안과 제도가 마련되어 있지 않은 상태에서 기업들이 다양한 데이터를 수집하여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함에 따라 개인 정보 유출과 사생활 침해에 대한 문제는 피할 수 없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기업에서는 문제가 발생했을 때 그에 어떻게 대처할지, 그리고 얼마나 더 발전된 시스템을 갖출 수 있는지 소비자들에게 계속 설득시키는 과정이 상당히 중요해질 것입니다.     


결국 초연결사회로의 진입과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사생활 침해 문제는 피할 수 없는 과정이 될 것입니다. 하지만 인류는 언제나 그래 왔듯 변화에 적응하며 그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으로 문명을 진화시켜왔습니다. 자동차가 발명되고 자동차 대중화 시대가 진행이 됨에 따라 발생하는 문제로 인해 신호등, 운전면허 등과 같은 보완 방법이 탄생했듯 앞으로 초연결사회가 진행이 됨에 따라 발생하는 문제들을 해결해줄 여러 장치와 방안들이 등장하게 될 것입니다. 


미래는 예상되는 문제점은 대비하고 꿈꾸는 이상향을 위해 사회 구성원이 함께 노력하며 만드는 것입니다. 우리가 맞이할 초연결사회 역시 예상되는 문제점은 미리 함께 논의하고 초연결사회가 가져다 줄 안전과 성장 등을 위해 모두가 함께 노력하며 만들어 가야 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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