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행복론』 변화하는 미래사회, 개인은 어떻게 행복할 것인가
얼마 전 한국 비디오 아트의 거장인 故백남준 전시회를 다녀왔습니다. 그의 작품들은 낡은 옛날 TV와 네온사인, 그리고 정신없이 반복 재생되는 영상들이 함께 어우러져 환상적인 아름다움, 그리고 무엇보다도 세련됨을 뽐내고 있었습니다. 몇십 년 전에 만들어진 작품들이 전혀 촌스럽기는커녕 집에 장식해 놓고 싶을 정도로 세련되게 느껴진다는 것이 저에게는 적지 않은 충격으로 다가왔습니다. 그리고 그의 작품들은 저에게 이런 생각을 하게 만들었습니다.
“예술이란 시간이 지남에도 불구하고 더욱 가치가 빛난다. 그렇다면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일들은 시간이 지나면 촌스러운 일들일까, 아니면 시간이 지날수록 그 가치가 빛나는 일들일까?”
유행은 일시적인 아름다움이지만 예술은 영원에 가까운 아름다움인 것 같습니다. 제가 10대 시절에 가장 멋지다고 생각했던 패션 스타일들은 지금 보면 그야말로 굴욕사진이 되어버렸죠. HOT, 젝스키스가 인기 있던 시절 유행했던 힙합바지, 유승준이 했던 한 가닥만 길게 늘어진 앞머리 등 그때는 그렇게 멋지다고 느껴졌던 것이 지금은 우스울 정도로 촌스럽게 느껴집니다.
하지만 몇 년 전 로마에서 본 미켈란젤로가 그린 벽화, 트레비 분수, 그 밖의 성당마다 자리 잡은 각종 조각상들과 벽화들은 몇 백 년이 지나도 촌스러움이란 단어를 감히 붙일 수 없는 영원의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었습니다. 예술작품은 몇 백 년이 지나도 아름다움을 잃지 않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시간이 지날수록 그 가치가 더해가니, 예술이란 얼마나 위대한가요?
만약 우리가 미래에 눈을 감는 날 내 인생을 돌이켜 봤을 때, 내가 일생을 유행만 좇아 살아왔다고 느낀다면 멋진 삶을 살았다고 느끼며 눈을 감을 수 있을까요? 아마 그렇지는 못할 것 같습니다. 반대로 우리가 만약 일시적인 명예, 부, 유행을 좇지 않고 시간이 지날수록 그 가치가 더욱 빛을 발하는 일을 추구하며 살았다면 어떨까요? 그 가치 있는 일이란 단지 예술장르만을 의미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후세대들을 위한 환경보호, 인권운동, 계몽운동과 같은 일들도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가치가 빛나는 일일지도 모르죠.
미국의 전 대통령은 지미 카터는 2015년 암 선고를 받았고, 암이 뇌로 전이되어 죽음을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죽음을 앞둔 그는 한 연설 자리에서 이렇게 이야기를 했죠.
제 생이 몇 주 남지 않았다고 생각하지만 아주 편안합니다. 저는 수천 명의 친구가 있고 멋진 삶을 살았어요.
지미 카터 SBS 보도: http://news.sbs.co.kr/news/endPage.do?news_id=N1003147313&plink=ORI&cooper=NAVER
그는 대통령 재임 때보다 퇴임 후, 질병, 기아 퇴치, 사랑의 집짓기 운동 등 세계평화를 위한 활동들로 더욱 큰 존경을 받았으며, 2002년에는 그 공로가 인정받아 노벨 평화상을 수상하기도 했습니다. 그는 직접적으로 그림을 그리거나 음악을 작곡하며 예술작품을 남기지는 않았지만,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그의 작품을 계속 만들어온 것입니다. (여담이지만 놀랍게도 그의 암은 새로운 치료법에 의해 완치가 되었습니다.)
특히나 앞으로 우리가 살아갈 미래는 가상현실, 인공지능, 1인 가구, 고령화 등 수많은 요소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변화의 시대입니다. 만약 이러한 변화의 시대에 일시적인 유행을 좇아 새로운 변화와 유행에 따라가기에만 급급해 살아간다면, 우리는 일생동안 단 하나의 아름다운 작품도 남기지 못할지 모릅니다. 변화의 시대에 우리가 추구해야 할 가치는 무엇일까요? 시간이 지날수록 오히려 가치가 더 빛이 날 수 있는 일이란 무엇일까요? 그리고 우리는 어떠한 작품을 남길 수 있을까요?
인생은 단 한 번 밖에 주어지지 않습니다. 이 한 번뿐인 인생의 여행 동안 유행을 좇을 것인가, 예술을 할 것인가의 선택은 인생의 가치를 정할 수 있는 중요한 질문일지도 모릅니다.
여러분은 어떤 작품을 세상에 남기고 있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