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행복론』 변화하는 미래사회, 개인은 어떻게 행복할 것인가
보통 한국에서의 모임은 1차에서 끝나지 않고, 2차, 3차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죠. 그런데 그렇게 모임 자리를 옮길 때마다 늘 찝찝한 상황이 생깁니다. 바로 주문한 음식을 다 먹지 못해서 남는다는 것이죠. 웬만한 자리에서 음식이 남으면 포장해서 집으로 가져가지만 많은 사람들이 모이는 자리에서는 남은 음식도 너저분하게 흩어져있어 포장해가기도 애매한 경우가 많습니다. 그리고 2차, 3차를 옮겨 다니면서 역시나 계속 음식은 남게 됩니다.
이뿐만 아니라 얼마 전 어느 행사에 참여를 한 적이 있었는데, 뒤풀이 자리는 출장뷔페더군요. 그런데 문제는 행사가 끝난 후 출장뷔페 직원들이 음식을 처리하는데, 남은 음식은 모두 변기 안으로 쏟아붓는 것이었습니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지금 살고 있는 대한민국이란 나라입니다. 음식이 남아돌아 남은 음식을 버릴 수 있을 정도로 경제 수준이 썩 괜찮은 나라죠. 사실 해방 후와 비교를 해보자면 지금 대한민국에 살고 있는 사람은 그야말로 ‘부자들’입니다. 우리나라가 산업화를 시작했던 1960년경만 하더라도 우리나라의 1인당 국민소득은 100달러. 하지만 지금의 1인당 국민소득은 거의 3만 달러에 육박하고 있으니, 300배를 더 잘 사는 셈입니다. 지금 우리들은 못 먹어서 문제가 아니라 오히려 너무 많이 먹어서 비만, 성인병과 같은 문제가 될 정도의 나라에 살고 있습니다.
하지만 어쩐 일인지 사람들은 다들 어렵다고 합니다. 돈이 없다고 합니다. 더 벌어야 한다고 다들 치열하게 살고 있습니다. 술자리에서 안주를 남기고 자리를 옮겨 다니면서 하는 소리들이 ‘돈이 없다’, ‘힘들다’는 이야기들입니다.
음식만 남기는 것이 아니죠. 대한민국뿐만 아니라 선진국을 중심으로 한 현대의 사회는 만성적인 공급과잉 상황입니다. 물건이 부족한 것이 아니라 물건이 넘쳐나서 문제가 되고 있으며, 집안에도 물건이 부족하기보다 쓰지 않는 물건들이 가득해서 문제죠. 게다가 더 좋은 물건을 갖기 위해 카드로 빚까지 져가면서 물건을 소유하며, 그 카드값을 갚기 힘들다고 죽겠다고 합니다. 그래서 최근에는 필요 없는 물건을 버리고 최소한의 물건을 소유하는 ‘미니멀 라이프’라는 라이프 스타일이 유행하고 있기도 하죠.
너무 많이 먹어서 다이어트를 해야 하는 거지들. 그런 사람들이 현대에 너무 많습니다. 너무 풍족하게 살면서 자신이 가난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입니다.
이렇게 현재의 대한민국은 물건이 넘치고 사실상 굶어 죽기도 힘든 나라입니다. 그런데도 사람들이 자신이 가난하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만약 자신이 가난하다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절대적 빈곤’ 상태가 아니라 ‘상대적 빈곤’ 상태인 경우가 많겠죠. 자신의 건강과 안전이 보장이 되지 않을 정도로 가난한 것이 아니라, ‘남’들보다 가난하다는 것입니다.
특히나 현대 사회에서는 상위 10%의 사람들이 90%의 부를 가져가는 부의 양극화 현상이 점점 심해지고 있는데, 이러한 양극화 상황에서는 상대적으로 더욱 자신이 가난하다고 느껴질 수 있습니다. 친구의 친구는 아버지가 대기업 임원이라 생일날 B사의 차를 선물 받았다든지, 친구의 친구는 아버지가 건물주라 가게를 차려줬다든지 하는 이야기를 들으며 자신의 상황과 비교를 하기 때문입니다.
물론 이렇게 남과 비교를 해서 자신이 가난하다고 느끼는 마음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러한 생각이 자신의 삶을 불행하다고 느끼게 만든다면 거기에는 문제가 있습니다. 내 인생의 행복을 방해하기 때문입니다. 살 집이 있고, 삼시세끼를 먹을 수 있고, 옷장에 안 입는 옷이 넘쳐날 정도로 문제없이 살고 있는데 단지 남들보다 더 가지지 못해서 불행하다고 느끼는 것은 자기 자신의 행복도 향상에 조금도 도움을 주지 않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물건이 넘쳐나는 공급과잉의 시대에는 사람들은 싸고 좋은 물건이 많다고 만족을 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럴수록 남들이 가지지 못한 희귀한 물건, ‘희귀템’을 더 찾아 나섭니다. 자기도 신발장에 신발이 2-3켤레나 있으면서, 나이키에서 나온 한정판 조던 시리즈를 가지지 못해 안달이죠.
특히나 인스타그램, 페이스북과 같은 소셜미디어를 보게 되면 그러한 현대인들의 특성을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보통 타임라인을 보게 되면 평소에 가기 힘든 예쁜 식당에 간다거나, 남들이 구하기 힘든 과자를 구했다거나, 줄을 길게 늘어서서 먹는 햄버거를 먹는다거나, 특별한 관광지를 찾는다거나 하는 사진들로 가득 차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현대의 사람들은 먹고사는 문제가 해결되다 보니, 이제 그 이상의 것. 즉, 희귀한 경험을 하거나 희귀한 아이템을 소유하는 것으로 자신을 뽐내는 세상이 된 것입니다.
물론 이러한 행동들을 비난하는 것은 아닙니다. 이러한 현대인의 특성은 어쩌면 인간의 본성일 수도 있죠. ‘베블런 효과’라는 것이 있습니다. 미국의 사회학자 베블런이 1899에 언급한 내용인데, 상류층의 사람들이 과시를 위해 딱히 효용성이 높지 않은 물건을 비싼 값에 구매하는 것을 말합니다. 예를 들어 다이아몬드는 우리가 먹을 수도, 연료로 쓸 수도 없는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물건이지만 상류층의 사람들은 자신의 부를 과시하기 위해 그런 쓸모없는 물건을 사며 자신의 부를 과시하고 중산층과 저소득층은 그를 부러워하는 하는 것을 베블런 효과라고 할 수 있죠.
하지만 이러한 인간의 행동이 본성이고 비난할 수 없는 행동이라고 하더라도, 중요한 사실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인간의 어처구니없는 본성이 자신을 불행하게 느끼도록 허용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돈이란 참 신비한 존재입니다. 예전보다 많이 벌어 수입이 늘어나도 여전히 돈이 없다고 느껴지는데, 반대로 돈이 없을 때는 또 거기에 맞춰서 어떻게든 잘 살아가게 되죠. 이렇게 돈을 많이 벌어도 돈이 없다고 느껴지는 이유 중의 하나는 아마 소비가 늘기 때문일 것입니다.
한 달에 150만 원을 벌던 사람이 300만 원을 벌게 되면, 그동안 못 샀던 차를 구매하게 되고, 차를 구매하면 그 할부를 매달 갚느라 돈이 부족합니다. 또 300만 원을 벌던 사람이 이제 500만 원을 벌게 되면 가지고 있는 차가 자신의 소득 수준에 어울리지 않다고 느끼고 더 높은 가격의 외제차를 구매하게 됩니다. 그러면 또 그만큼의 돈을 매달 할부로 지출하게 되죠. 그뿐만 아니라 이제 외제차를 타고 다니니 거기에 맞는 삶을 살기 위해 좀 더 비싼 식당, 비싼 술을 먹으러 다니고, 골프와 같은 좀 더 비싼 취미생활을 하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하이라이트로 만약 여기에 자기의 월급 수준에 맞는 집까지 구하게 되면 매달 생활비는 급증하게 되고, 이제 그 생활공간에 어울리는 가구, TV 등을 구매하게 되면 남는 돈이 없어지는 겁니다.
상황이 이렇게 되면 주택 대출금, 자동차 할부, 더욱 커진 여가 지출비를 감당하기 위해 그 사람은 자신의 일에서 벗어날 수 없게 되죠. 아무리 바빠도 참고 다녀야 하고, 더 벌기 위해 자신의 시간과 건강을 희생해가며 일에 몰두하게 됩니다. 그리고 업무로 쌓인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또 비싼 물건을 구매하거나 유흥비 지출이 늘어 또 카드값은 또 늘게 되죠. 이렇게 악순환이 시작되는 겁니다.
요즘 사람들은 삶의 질을 중요시하는 특성을 보이는데, 만약 이러한 악순환에 빠지게 되면 개인의 여유가 사라지기 때문에 자유를 느낄 수 없고 행복을 느낄 수 없어 삶의 질이 만족스럽지 못할 겁니다. 물론 비싼 물건을 살 때는 행복하겠지만 그 행복의 시간은 며칠 가지 않죠. 꿈에 그리던 벤츠를 샀을 때는 날아갈 것 같겠지만, 며칠 타다 보면 벤츠도 그냥 차일뿐입니다. 하지만 본인은 그 벤츠의 할부를 갚기 위해 일을 관둘 수 없게 되기 때문에, 그가 벤츠를 소유했다기보다 오히려 벤츠의 노예가 되어버렸다고 할 수 있죠.
앞으로 우리가 살아갈 미래는 지금보다 더욱 공급이 풍요로워지는 시대입니다. 기술의 발달과 시장경제체제는 기업이 더욱 저렴하고 좋은 물건을 소비자에게 공급을 하기 위해 기업 간의 경쟁을 유도하게 되고, 덕분에 소비자는 시간이 지날수록 저렴해지면서도 더욱 품질은 좋아지는 상품을 구매할 수 있게 됩니다. 게다가 기술의 발달로 생산성은 날로 좋아지고 있는데, 얼마 전 미래학자인 제러미 리프킨은 ‘한계비용 제로 사회’라는 책을 통해 미래의 사회는 상품의 생산비용이 거의 제로에 가까워질 것이라는 예측을 내놓기도 했죠.
물론 그렇다고 세상이 좋아지는 것만은 아닙니다. 물건 값이 자꾸 떨어지게 된다면 사람들이 물건 구매를 자꾸 미뤄 소비가 활성화되지 않는 디플레이션을 유발할 수 있으며, 더 이상 물건이 팔리지 않아 기업이 도산하고 일자리가 줄어드는 문제 등 여러 가지 중대한 문제들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일자리 부족과 저성장 등의 문제와는 별개로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가 유념해야 할 점은, 우리는 물건이나 음식이 부족해서 가난하거나 불행한 것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만약 개인이 물건을 더 가지지 못해서, 더 희귀한 물건을 소유하지 못해서, 더 맛있는 음식을 먹지 못해서 불행하다고 느낀다면, 앞으로의 미래 세상에서도 그 사람은 행복한 삶을 살기 힘들겠죠. 물건이 넘쳐나는 공급과잉의 시대에서 오히려 행복은 결핍되는 겁니다.
얼마 전부터 금수저, 흙수저 논란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가 생각해봐야 할 점은 우리가 대한민국에 태어났다는 이유만으로 이미 금수저를 물고 태어났다는 것입니다. 아직도 전 세계에는 물이 부족하고 먹을 음식이 부족한 나라가 상당히 많죠.
하지만 우리는 대한민국에 태어났다는 그 이유만으로 개인의 노력 없이도 전 세계 상위 10%의 환경을 누리며 살고 있습니다. 오히려 물건과 음식이 넘쳐나 문제가 되는 나라. 그것이 바로 현재의 대한민국이죠. 만약 우리가 지금 이러한 상황에서도 행복을 느끼지 못한다면, 앞으로 언제까지나 배부른 거지, 다이어트하는 거지처럼 살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