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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래채널MyF 황준원 Oct 16. 2016

학위와 자격증은 미래에도 중요할까?

『미래행복론』 변화하는 미래사회, 개인은 어떻게 행복할 것인가

학위와 자격증은 미래에도 중요할까?   

  

공부병 걸린 사람들     


얼마 전 서울에 위치한 모 대학의 학생들을 만날 기회가 있었습니다. 그곳 교수님이 마련하신 작은 발표회였는데, 행사가 끝난 후 한 학생이 저에게 다가와 자신이 앞으로 미래학자가 되고 싶다며 어떻게 하면 미래학자가 될 수 있을지 질문을 했습니다. 그리고 본인은 미래학을 가르치는 대학원에 진학할 것이라고 자신의 계획도 이야기를 해주었죠.


그래서 저는 그 학생에게 미래학 자체를 공부하기보다는 기술이던 사회과학이던 인문학이던 자신만의 학문 영역을 확보한 다음에 폭넓은 공부를 하여 미래학자가 되는 편이 더 낫다는 제 의견을 말해주었습니다. 미래학자라는 분류가 상당히 모호한 측면이 있고, 대부분의 미래학자들은 자신만의 전문영역을 가지고 그를 토대로 다양한 영역으로의 확장을 하며 미래를 예측하다 보니 미래학자라고 불리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제 이야기를 들은 학생은 계속해서 ‘어쩔 수 없어요. 대학원밖에 없어요.’라는 말만 반복하더군요. 그래서 제가 미래학이란 전공을 통해 현재 영향력을 끼치고 있는 미래학자는 별로 없는 것 같고, 경제학자나 사회과학자, 발명가와 같은 사람들이 미래예측 분야에서 더욱 유명하니, 대학원에서 미래학을 전공하는 것은 자칫 잘못하면 그들의 학위장사에 이용당하는 꼴이 될지도 모른다고 계속 이야기를 해줘도 그 학생은 ‘어쩔 수 없어요. 다른 방법이 없어요.’라는 말만 반복할 뿐이었습니다. 이미 생각이 견고한 상자 안에 갇혀있는 듯했습니다.


그 친구뿐만이 아닙니다. 제 주변의 많은 친구들도 자신의 성장을 위해서는 학위와 자격증 취득만이 유일한 길이라고 생각하는 친구들이 많습니다. 그중에서도 특히나 어릴 적부터 공부를 잘했던 친구들, 명문대에 다녔던 친구들일수록 더욱 그러한 모습을 보입니다. 현재 다니는 회사가 마음에 안 들거나, 다른 일을 하고 싶을 때, 그들이 선택하는 것은 또다시 공부죠. 그들이 그렇게 공부를 열심히 해서 얻은 결과가 현재 불만족스러운 인생인데 그 인생을 개선하기 위해 선택한 것이 또 공부인 겁니다. 저는 이런 사람들을 ‘공부병‘걸린 사람들이라고 부릅니다. 공부해서 학위를 따고 자격증을 따는 것을 유일한 해결책으로 알고 있는 사람들입니다.     




그런데 학위나 자격증은 정말 그렇게 유용한 것일까요? 과거 인터넷이 발달하기 전에는 일반인들이 지식을 얻기가 지금보다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힘들었죠. 그렇다 보니 남이 모르는 것을 내가 알고 있는 것이 이득을 가져다주었고, 그러한 고급 지식을 얻을 수 있는 대학과 같은 고등교육기관이 필요했습니다.


하지만 인터넷의 발달은 이러한 상황을 변화시켰습니다. 이제 누구나 구글을 통해서 세상에 존재하는 거의 모든 지식을 얻을 수가 있게 되었고, 심지어 해외 명문대의 강의를 무료로 들을 수 있는 MOOC라는 무료 온라인 강의시스템도 생겨났습니다. 호기심과 열정만 있다면 대학을 가지 않아도 얼마든지 지식을 얻을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호기심과 열정만 있다면 대학을 가지 않아도
얼마든지 지식을 얻을 수 있는 시대입니다.


미래예보 <미래, 대학 갈 필요 없다?> 편: https://www.youtube.com/watch?v=2ZYzCRP8Toc

150813 미래예보 (미래, 대학다닐 필요없다?)미래예보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위나 자격증이 여전히 중요한 영역들도 있습니다. 특히나 경제, 심리, 의학 등과 같은 연구직이나 안전한 상업 활동을 위해 기준을 통과해야 하는 전문직의 경우에는 학위와 자격증이 그 사람의 능력을 증명해주는 유용한 역할을 해줄 수 있죠. 하지만 모든 사람에게 학위나 자격증이 필요한 것은 아니며, 오히려 학위와 자격증이 반드시 필요한 경우가 훨씬 적은 비율을 차지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서 가수가 되기 위해서는 꼭 실용음악과를 졸업해야 할까요? 디자인을 하기 위해서는 꼭 디자인을 전공해야 하나요? 시인이 되기 위해서 국문과 졸업장을 따야 하나요? 그렇지 않습니다. 중요한 것은 그들의 실력이지 학위나 자격증이 아니기 때문이죠.




특히나 기업인, 창업가가 되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직접 무언가를 경영해보는 것이겠죠. 노점상을 운영해본다던지 인터넷 커뮤니티를 운영해본다던지 하는 경험만이 그 사람을 기업가로 만들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영학과뿐만 아니라 MBA 과정, 또 최근에는 기업가 정신을 가르쳐준다는 ‘앙트러프로너쉽’ 과정까지 개설이 되는 것을 보면 안타까운 마음이 듭니다. 기업가 정신은 경험에서 배울 수 있는 것이지 그렇게 이론으로 배울 수 있는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이러한 교육과정들은 그저 사람들의 수요에 따라 생겨난 교육사업일 뿐이지, 반드시 그 과정을 이수해야지 그 분야에서 성공을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차라리 등록금 낼 돈으로 직접 사업을 해보고, 그러고 나서도 경영 교육이 필요하다면 그때 교육을 받으면 됩니다. 실제 경험을 한 후에 배우는 경영지식 이론은 훨씬 도움이 될 것이기 때문이죠.          



실력으로 증명하라     


앞으로 미래에는 더욱 학위와 자격증의 중요성이 떨어질 것이라고 봅니다. 두 가지 이유를 들 수 있는데, 첫째는 앞으로의 시대는 저성장 시대이기 때문입니다. 저성장 시대에는 학위와 자격증만으로 그 사람에게 일거리를 줄 수는 없습니다. 과거 고성장 시대에는 좋은 대학에 나오거나 자격증을 가지고 있다면 일단 뽑아서 그 사람이 일을 배우고 능력을 발휘할 때까지 기다려줄 시간적 여유가 있었으나, 앞으로의 시대에는 바로 일에 투입해서 성과를 낼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합니다. 중요한 것은 그 사람이 당장 보여줄 수 있는 실력이지 학위나 자격증 따위가 아니죠. 학교나 학원에서 배운 이론이 아니라 직접 겪으며 쌓아온 실전 능력이 필요한 것입니다.


두 번째 이유는 학위나 자격증이 아니어도 능력을 증명할 수 있는 수단이 많아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A라는 사람은 어느 대학교의 영상디자인과를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했고, B라는 사람은 영상디자인을 독학으로 공부하고 작은 기업에서 업무를 해왔던 사람이라고 해보죠. 그런데 A는 대학교 과제와 공모전에 출품했던 샘플들만 포트폴리오로 가지고 있는 사람이고, B의 경우 자신이 근무를 하며 실제로 작업했던 영상디자인 샘플들을 인터넷 커뮤니티와 자신의 SNS에 꾸준히 올려 사람들의 호응을 얻고 있는 사람입니다  그랬을 때 A와 B 중 회사에서 원하는 사람은 누구일까요?


이렇듯 영상디자인뿐만이 아니라 자신의 노래실력, 프로그래밍 실력, 요리실력 등 자신이 뽐낼 수 있는 능력을 블로그나 페이스북, 유튜브, 커뮤니티 사이트를 통해 홍보하여 능력을 증명하는 것이 매우 쉬워진 세상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추세는 더욱 강화될 것입니다. 중요한 것은 당장 보여줄 수 있는 실력이지 학위가 아니기 때문이죠.      



저성장의 시대, 중요한 것은 당장 보여줄 수 있는 실력이지 학위가 아닙니다.



심지어 전문적인 연구와 실험이 필요한 의학 분야 역시 인터넷을 통한 독학으로도 성과를 낼 수 있습니다. 2014년 미국에서 열린 청소년 과학 경진대회 인텔 ISEF의 최고상인 고든무어상을 수상한 잭 안드라카라는 15세 소년은 췌장암 발견 키트를 개발해 전 세계적으로 화제를 모은 적이 있습니다. 그 소년이 만든 췌장암 발견 키트는 기존 검사 비용의 2만 6천 분의 1에 불과하고, 정확도는 98%에 달하는 혁신적인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더욱 놀라운 사실은 그가 그 키트를 인터넷 검색을 통해 독학으로 개발을 했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는 수상 후 TED 강연에서 이런 말을 했다.      


“인터넷으로는 모든 것이 가능합니다. 이론들을 공유할 수 있고, 당신의 생각이 중요시되기 위해 여러 학위들을 가진 교수가 될 필요도 없습니다. 인터넷은 중립적인 공간이며 당신의 외모, 성별, 나이는 상관이 없습니다. 당신의 아이디어가 중요할 뿐입니다....(중략)...

췌장이 무엇인지도 모르던 15세 아이가 췌장암을 진단하는 새로운 방법을 찾은 것처럼 당신이 할 수 있는 것을 상상해보세요.”          


잭 안드라카 TED 강연 영상 보기: https://www.youtube.com/watch?v=g-ycQufrgK4

잭 안드라카 TED 강연



기업가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400개 이상의 사업을 런칭한 영국 버진그룹의 회장 리처드 브랜슨은 세계적인 기업가입니다. 하지만 그의 최종학력은 중졸이죠. 그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큰 문제들에 대한 해결책들은 학교 리포트를 하는 것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현장에 가고, 질문을 하고,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고, 우리 스스로 해답을 찾는 것에서 나옵니다. 오히려 훌륭한 기업가들 중에는 정규 교육을 받는 데에 어려움을 겪었던 사람이 많죠. 실제로 월트 디즈니, 앤드류 카네기, 토마트 에디슨과 같은 거물들은 정규 교육을 매우 조금 받거나 거의 받은 적이 없습니다.

원문: https://www.virgin.com/entrepreneur/richard-branson-why-entrepreneurs-struggle-with-formal-education

영국 Virgin 그룹 회장 리처드 브랜슨


저 역시 그러한 사실을 직접 경험으로 느끼고 있습니다. 제 대학 전공은 일어일본학이지만 저의 전공은 사회생활에서 거의 도움을 준 적이 없습니다. 제가 ‘미래채널 MyF’라는 미래 소식 매체를 운영하며 콘텐츠를 만들고 방송에 출연할 때도 사람들은 제가 전달하는 그 내용의 질 자체에 집중하지, 그 누구도 제가 일본어를 전공했다고 저를 무시하지는 않습니다.


또 저는 약 3년 동안 영어강사로서 쌓아온 영어교습 실력이 아까워 유튜브에 ‘기막힌 영어’라는 영어강의를 올려놓았는데, 현재까지 1000명이 넘는 사람들이 그 채널을 구독하고, 심지어 해외에 살고 있지만 꼭 저에게 영어를 배우고 싶다며 온라인 영어 과외를 부탁하기까지 합니다. 하지만 그 누구도 제가 해외에서 영어를 배운 경험이 있는지, 영어교습을 전문적으로 배웠는지를 물어보지 않습니다. 중요한 건 그 강의 내용이지 그 사람의 전공이나 백그라운드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기막힌 영어 Youtube: https://www.youtube.com/watch?v=B05QhMkqV-M

기막힌 영어 유튜브 강의


저도 과거에는 학위나 자격증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했고, 원하는 일을 하기 위해서 가장 먼저 제가 떠올리는 옵션 역시 학위, 자격증, 해외유학 같은 것들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러한 자신의 틀을 깨고 다른 삶을 살고자 성공한 기업가분들을 직접 만나고 창업을 막 시작한 젊은 창업가들, 그밖에 다양한 부류의 사람들을 만나다 보니 생각이 바뀌게 되었습니다. 제가 만난 성공한 기업가, 그리고 불타는 열정을 가지고 도전하는 친구들 중 명문대를 졸업하거나, 전문학위나 자격증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거의 없었기 때문입니다. 충격적이었습니다. 또 수많은 자기계발 서적에서 강조하는 내용 역시 그와 일치하는 내용이죠.      


흔히들 무언가 완벽한 시작을 위해서는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완벽한 시작이란 존재하지 않습니다. 완벽이란 것은 직접 시도하면서 실패하고 끊임없이 다시 연구하며 경험이라는 과정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만약 학위나 자격증을 따지 못해 무언가 시작을 하지 못하고 망설이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너무 한 방법만 생각하지 말고 다양한 방법을 찾아보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세상을 살아가는 데에는 수만 가지 길이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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