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손님 Dec 08. 2021

18년 역사의 정점 | 최강창민 <휴먼>

단언컨대 최강창민에 대한 편견을 깰 앨범


동방신기 최강창민이 솔로 음반 <휴먼(Human)>을 냈다. 첫 번째 솔로 음반이었던 <초콜릿(Chocolate - The 1st Mini Album)>이 발매된 지 약 1년 8개월 만이다. 공백이 꽤 긴데 그 시간이 무색하지 않게 역시나 이전과는 다른 모습들을 많이 담아낸 앨범이라 흡족스럽다.


이번 <휴먼>은 일본에서 나온 음반이지만, 대부분이 영어 곡이고 타이틀 곡에는 한국어 가사도 있는 데다 무엇보다 수록된 곡 하나하나 퀄리티가 상당해, 뭐 내가 음악 전문가는 아니지만 감상을 기록해 보고자 한다.

SM엔터테인먼트 제공

음반 이야기에 들어가기 앞서 많은 사람이 알지만 대부분이 모를 최강창민에 대해 먼저 이야기해야겠다. 최강창민이 동방신기의 멤버이고, 그 동방신기가 한 시대를 풍미한 아이돌이며 비교적 최근까지도 꾸준히 현직 가수 활동을 해온 팀이라는 걸 아는 사람은 많을 테다. 그런데 정작 최강창민이 어떤 음악을 하고 또 어떤 가수인지를 물으면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이 많지 않다. 


익히 알다시피 최강창민은 고음에 능하지만, 그만큼 중저음이 강점인 가수이기도 하다. 고음역대에서 흔들리지 않고 정확한 음을 찍어내는 데 장기가 있는 동시에 중저음역대에서는 최강창민이 가진 따뜻하고 보드라운 미성이 아주 잘 드러난다. 평소 활동곡처럼 빠르고 강한 비트에 펼쳐지는 시원시원한 보컬이 인상적인 만큼 미디엄 템포 위를 부드럽게 흐르는 트렌디한 보컬도, 느린 발라드 선율에 감정을 토해내는 보컬도 잘 소화한다.


그리고 이게 내가 지금 <휴먼> 리뷰를 하려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번 음반에서 최강창민은 사람들이 자신에게 기대하는 바는 물론, 자신이 잘하는 것까지 모두 소화해냈으며 거기에 그치지 않고 새로운 목소리까지 담았다. 데뷔 18년 차에도 성장은 현재 진행형이라는 것을 증명해 준 최강창민의 <휴먼>이다.


1. Don’t Let Me Down

음반에 문을 여는 곡으로, 문이 열리자마자 바깥으로 한 발 나서는 최강창민의 결연한 눈빛을 마주한 기분이 든다.
첫 소절부터 가사가 아니라 대사를 읊는 듯, 비장한 목소리가 청자를 집중케 한다. 'Don't let me down'을 반복하는 후렴구의 멜로디가 쉽고 동시에 묵직해 어쩐지 주먹 쥔 손을 흔들며 최강창민의 뒤를 따라야 할 것 같은 느낌을 준다.
중저음에서 고음으로 터지는 하이라이트까지, 곡의 구성이 가요보다는 뮤지컬 넘버로 어울릴 것 같기도 하다. 가사는 물론, 음악 자체가 주는 드라마가 강한 편이며, 한편으로 최강창민의 지난 음악들과 비교했을 때 새롭게 느껴진다.
최강창민 is not human.... / 에이벡스 제공

2. Human

개인적으로, 1번 트랙에서 2번 트랙이자 타이틀곡 'Human'으로 넘어오는 구성에 감탄을 금치 못 했다. 이전 곡 가사에서 '폭풍 후의 고요'를 기다려왔다던 최강창민은 'Human'에서 폭풍의 한가운데서 외로웠던 'only human'을 회상하는데, 'Don't let me down'에서 제시한, 최강창민이라는 영웅의 세계관을 확장한 것이다. 음악으로 구현하는 스토리텔링을 제대로 보여줬다고 생각한다.
세계관의 확장을 담은 곡인 만큼, 물론 음악의 퀄리티도 훌륭하다. 서정적인 선율로 시작해 점점 고조된 멜로디가 후렴구에서 폭발하며, 최강창민 역시 자기 장기를 아낌없이 보여준다. 맑은 미성부터 고음 파트에서 힘 있게 올리는 진성, 여운을 남기는 가성을 오가는 보컬까지.
특별한 점은 가사인데, 최강창민이 직접 작사에 참여한 'Human'은 일본어뿐 아니라 한국어, 영어로 된 가사도 있다. 폭풍이 지나간 후 홀로 남은 최강창민이 저 먼 곳 어딘가 자신처럼 혼자가 된 사람에게 가 닿게 하기 위해 부르는 노래처럼 느껴진달까. ('국경을 넘어 음악으로 하나 된다'는, 요즘 SM엔터테인먼트가 밀고 있는 슬로건(?)이 떠오르기도 한다)

https://m.youtube.com/watch?v=mfSU080-TMU&feature=emb_title


3. You Light My Moon

최강창민이 가장 잘 소화하고, 또 그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대중이 기대하는 보컬을 내세운 곡이다. 소속사 발 보도자료에는 "흥겨운 업 템포 라틴장르"라고 소개됐는데, 흥겹게 시작해서 중반부 피아노 솔로를 시작으로 겹쳐지는 악기 사운드들이 감정을 건드리는, '흥겹다'라는 말만으로 표현할 수 없는 분위기의 곡이다. 최강창민의 리드미컬한 보컬부터 시원시원한 고음까지 들을 수 있다.


4. もう愛してると言えない (더 이상 사랑한다고 말할 수 없어)

동방신기 표 J-POP의 결을 이어가는 시티팝 장르의 노래다. 밝은 분위기의 벌스와 애절한 감성의 후렴구를 오가는 곡으로, 동방신기의 일본 음악을 즐겨 듣던 사람이라면 이 곡에서 어떤, 향수를 느낄 수 있으리라.


5. Put Your Records On

코린 베일리 래의 원곡을 리메이크했다. 어쩐지 앙증맞은 느낌의 기타 선율 위로 최강창민의 음색이 잘 드러나 있다. 내가 좋아하는, 아주 담담하고 깨끗한, 따사로운 햇볕이 내리쬐는 일요일 풍경 같은 목소리. 최강창민이 가진 목소리라는 악기가 그 자체로 얼마나 빛나는지 알 수 있는 노래라고 자신한다.


6. Over

제목처럼 6부작 드라마로 구성된 음반을 끝맺는(over) 곡이다. 첫 트랙이 '폭풍 후 고요'에서 시작을 위해 결연한 다짐을 보여줬다면, 마지막 트랙 'Over'는 다시 폭풍 같은 시간이 지나고 모든 사건이 끝난 뒤 차분히 눈을 감고 숨을 고르는 느낌의 곡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최강창민의 섬세한 감정 조절이 엔딩곡에 드라마를 더한다.


J-POP이라는 장르 하면 연상되는 음악의 이미지가 있기 때문에, 가수의 역량이나 개별곡의 퀄리티와 별개로 일본 음반에 기대하는 방향이 제한적이었는데(주관주의) <휴먼>이 이런 내 편견을 와장창 박살냈다. 감히 말하건대, 최강창민 개인은 물론, 그룹으로 내놓은 여태의 음반을 포함해 가장 큰 감동과 감탄을 느꼈다. 리스너로서 이런 기분을, 18년 차 가수의 음반에서 느낄 수 있다니 건재함은 물론 발전까지 게을리하지 않는 최강창민에 감사할 따름이다.


최강창민의 <휴먼>은 멜론 등 국내 음원사이트에서도 감상할 수 있다.


https://www.melon.com/album/detail.htm?albumId=10805338


작가의 이전글 취향저격에 실패하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