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철, 좋아하세요?

김민철『치즈: 치즈 맛이 나니까 치즈 맛이 난다고 했을 뿐인데』외 2

by 아구 aGu
좋아하는 마음은 얼마나 귀한 것인지
김민철, 『치즈: 치즈 맛이 나니까 치즈 맛이 난다고 했을 뿐인데』

나를 취향의 세계로 이끌었던 김민철 카피라이터. 기록, 여행, 취향에 이어 신작이 나왔다. 『치즈: 치즈 맛이 나니까 치즈 맛이 난다고 했을 뿐인데』 장금이야 뭐야. 제목이 아주 발랄하다. 팬심으로 구매를 한다. 읽던 책들에 밀려 당장 치즈 맛을 보진 못 했다. 상관없다. 창고 같은 내 방에서 숙성 과정을 거쳤으니까. 마치 치즈처럼.


그러다 이번 주 월요일, 배철수의 음악캠프에서 이 책의 서문이 인용되어 난리가 났다는 소식을 인스타를 통해 알았다. 인스타가 재밌으니까 인스타를 열심히 했을 뿐인데 허허. 근데 기억나지 않는다. 분명 생방으로 들었는데 흠흠. 한참을 찾아 헤맸다. BTS가 나오기 전, ‘철수는 오늘’ 코너에서 나왔더라.


좋아하는 마음은 얼마나 귀한 것인지. […] 사람에겐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몰래 숨겨만 두지 않고 다른 이들과 함께 좋아하고 싶은 마음이 있다.
- 9/14 (월) 배철수의 음악캠프, ‘철수는 오늘’


좋아하는 것을 함께 나누는 마음! 그게 바로 너와 내가 가닿는 지점이지. 아미와 방탄에게 보내는 백캠의 센스. 기가 막힌다. 역시 괜히 30주년 백캠이 아니고, 괜히 방송작가가 아니다. 아, 방탄 토크는 백캠 이야기에서 해야 하는데. 마음이 자꾸만 나를 당긴다. 송골매의 노래 가사처럼 어쩌다 마주친 그대에게 내 마음을 빼앗겨 버린 기분이다. 이렇게 아미가 되는 건가. 오늘은 치즈 이야기, 취향 이야기, 좋아하는 마음에 대해 나누려 했는데.


정신을 차리니 누군가 내게 말을 걸어온다. 브람스 아니, 빈센트를 좋아하세요?, 김영하를 좋아하세요?, 김이나를 좋아하세요?, 카더가든을 좋아하세요?, 생맥주를 좋아하세요?, 글쓰기를 좋아하세요?, 손 편지를 좋아하세요?, 박준을 좋아하세요?


"마음을 애틋하게 어루만지고 그윽하게 흔들어주는 무엇, […] 황홀한 무엇이 박준의 시에 있었다." - 권여선, 『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은 먹었다』 심사평 중


마음을 애틋하게 어루만지고 그윽하게 흔들어주는 무엇, 그 황홀한 무엇을 생각한다. 아직은 생소하더라도 언젠가 치즈가 내게 오는 날이 있겠지. 박준 시인이 내게 왔던 것처럼. 파리와 Quattro Formaggio Pizza를 사랑하니까.



그 모든 사랑에 대해 굳이 말로 설명할 필요는 없겠지
김민철, 『모든 요일의 여행』

파리에 가고 싶었어. 가야만 한다고 생각할 만큼 간절한 시기도 있었고. 그곳에서 나의 삶을 증언하고 싶었어. 여기서 반복되는 일상은 재미가 없었어. 의미가 없었어. 지루한 일상을 견디는 법을 그때는 몰랐어. 나를 취향의 세계로 안내해준 김민철 님 책을 읽고도 사실 정신 못 차렸었지. 여기 없는 답이 거기 없다는 걸 경험으로 이미 알고 있었지만 말이야.


왜 파리였냐고? ‘내가 사랑한 파리’ 전시 준비하며 이렇게 적었더라. 파리에서 나의 삶을 증언하고, 콘텐츠를 생산하고, 파리지앵의 일상의 스며들고 싶다고. 두루뭉술하지? 한마디로 말하면 이거야. 파리라는 곳이 너무 내 취향이라서. 김민철 님 『하루의 취향』 ‘당신이라는 사람이 너무 내 취향이라서’를 살짝 바꾼 거야. 이 문장만큼 마음을 잘 설명할 수 없더라고.


5월부터 시작한 파리 전시 공간을 이제 다른 것으로 채우려고 해. 잠시나마 여행으로 밥벌이하려 했던 사람으로, 여전히 여행과 파리를 사랑하는 사람으로 너무 행복했어. 파리에서 경험한 감정과 기록을 나누고 일상의 취향을 공유할 수 있어서. 기록하고 함께해준 모든 사람에게 감사한 마음이야.


그 모든 사랑에 대해 굳이 말로 설명할 필요는 없겠지. - 김민철, 『모든 요일의 여행』


맞아. 설명하려는 순간, 그 감정이 달아나버리기도 하지. 온전히 전달할 수도 없고. 그래도 어쩌겠어. 아름다운 것들은 계속 말하고 싶어. 그게 닳고 닳아 너덜너덜해지더라도 말이야.


더는 파리로 도망치지 않는 이유는 여기서도 내가 좋아하는 일을 충분히 할 수 있더라고. 지루하게만 느껴지던 일상과 반복이 인생에서 꽤 소중한 시간이라는 걸 이제는 확신하고 있어. 살아가는 이유를 느끼지. 행복을 느끼지. 가끔 파리가 너무 그리울 때도 있긴 해. 그래도 되돌아보니 무작정 파리로 도망치지 않아 참 다행이야 싶어. 다시 갈 때까지 부지런히 일상을 지켜야지. 파이팅이야.



나만 그런 거 아니지? (Feat. 깔별로)
김민철,『하루의 취향』

언제부터인지 모르겠다. 깔별로 사기 시작했다. 의도한 건 아니다. 처음부터 깔별로 주문한 건 아니니까. 입어보고, 신어보고 마음에 들면 다른 색상도 구매하는 케이스다. 양말, 팬티, 스프라이트 티 정도가 아니다. 니트, 맨투맨, 후드, 셔츠, 슬랙스, 신발, 모자, 목도리까지. 아우터나 나머지는 다행히 깔이 아니다. 그 정도로 여유가 있지 않고, 그 정도로 옷을 좋아하지 않고, 그 정도로 깔에 집착하는 사람은 아니다. 나만 그런 거 아니지?


너무 마음에 드는 제품은 색깔도 같은 걸로 구매한다. 말 그대로 똑같은 제품이다. 소장이나 리셀용은 아니고 입다 보면, 신다 보면 언젠가 새것이 필요한 순간을 위해 쟁여 놓는 거다. 나중에는 구하기 어렵다거나, 대란이라는 핑계로. 충동적인가? 사실 별 생각이 없다. 꼭 필요해서 구매하는 케이스는 잘 없고, 소비를 통해 어떤 공허함을 메우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다 보니 중고거래나 직거래를 왕왕한다. 거기서 오는 재미도 분명 있고. (쿨 거래와 네고에 대해서도 하고 싶은 말이 많다) 나만 그런 거 아니지?


단순히 옷을 하나 고르는 것도 취향의 영역이다. - 김민철, 『하루의 취향』


옷에 있어 내 취향은 확실히 보수적이다. 깔별로 덕분에 색에 대해서는 그나마 관대하지만, 스타일은 그렇지 않다. 주로 먹는 것만 먹는 것처럼, 옷도 비슷한 스타일로만 입는다. 집히는 대로 입는 편이면서, 그렇다고 착장을 신경 쓰지 않는 건 아니다. 추구하는 꾸안꾸가 잘 안 될 뿐이다. 나만 그런 거 아니지?


남을 위해 옷을 입을 줄도 알아야 하는데, 그 부분은 제법 힘들다. 어쩌다 한 번씩 입는 옷은 내가 아닌 듯 불편하다. 그런 옷을 입은 날이면 얼른 집에 들어가 옷 벗고 뒹굴고 싶다. ‘옷은 내가 머무는 가장 작은 공간’이라는데, 그 가장 작은 공간의 아늑함을 잃고 싶지 않다. 맥심 ‘카누’야 뭐야. 나만 그런 게 아닌, 당신도 그러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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