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준, 좋아하세요?

박준,『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은 먹었다』외 1

by 아구 aGu
시인의 말
박준, 『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은 먹었다』

시를 읽는다는 건 어떤 기분일까. 어떤 매력이 있어 사람을 당기는 걸까. 궁금했다. 약간의 용기를 내어 댓글을 달았더니 따뜻함이 되돌아왔다. 시집을 좋아하고 감수성이 짙은 친구가 추천한 두 권의 시집. 그중, 한 권 『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은 먹었다』를 읽었다.


제목이 굉장히 인상적이고 낯선데 이름은 어딘가 익숙하다. 박준. 『운다고 달라지는 일은 아무것도 없겠지만』 산문집으로 뜨거웠던 사람이더라. 읽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했던 작가의 첫 시집. 그의 책은 처음이고, 시집도 처음이라 설레는 마음으로 끌리는 문장들을 수집했다.


타인의 말을 채집해서 떠오르는 생각들을 글로 나타내는 사람. 좋은 시는 좋은 문장에서 출발한다고 믿는 사람. 일상에서 주고받는 대화, 그 자연스러운 대화 속에서 아름다운 말이 나온다고 믿는 사람. 우리는 그를 ‘시인’이라 부른다.


보통 책을 펼치면 앉은자리에서 몇 시간 읽는 스타일이다. 얇은 시집이라 금방 볼 줄 알았는데 웬걸. 평소 자주 보는 에세이, 소설보다 시간이 더 걸리더라. 어려웠다. 비어 있는 공간을 상상하고, 여백을 채워보고, 나의 정서로 느끼면 되는데…. 그래도 어려웠다. 하지만 어렴풋이 왜 사람들이 시집을 찾는지 조금은 알 수 있었던 재밌는 경험. 짧은 호흡으로 잠시 멈춰 많은 생각을 하게 도와준 소중한 시간.


추천해준 친구가 그러더라. ‘내 경험을 바탕으로 고민하고 해석하는 게 본 의미랑 다를 수 있지만 그게 시집의 매력이라고.’ 이제는 그 뜻을, 그녀가 말한 매력을 조금은 알 것 같다. 다른 시집도 읽어 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으니까.



읽고, 쓴다고 달라지는 일은 아무것도 없겠지만
박준, 『운다고 달라지는 일은 아무것도 없겠지만』

책을 보고 영상을 찾아봤다. '굳이'라는 생각이 들다가도 일상에서 귀찮더라도 한 발 내디뎌보면 또 다른 세계가 펼쳐진다. 새로운 생각을 던져준다. 북토크에 가면 이런 기분이려나? 벌거벗은 저자의 마음을, 문장을, 인생을 함께 공유해버리는. 재밌었다. 시인의 삶과 사람들이 그를 좋아하는 이유에 대해 느낄 수 있었다.


책 내용 전반을 아우를 수 있는 제목이 좋은 제목이라 말하는 그. 내 인생을, 나를 나타낼 수 있는 제목은 무엇일까. 그의 책을 따라 하자면, ‘읽고, 쓴다고 달라지는 일은 아무것도 없겠지만’ 정도가 요즘 잘 어울리지 않을까. 올해는 부지런히 읽고, 쓰고, 듣고, 보고 있으니까.


영상에서 그는 말한다. “좋은 작품, 좋은 책을 읽어도 당장 달라지는 것은 없다. 다만, 내 주변을 보는 눈들이 조금씩 달라진다. 태가 나지 않지만, 속은 가장 큰 변화를 겪는다.” 비슷한 생각이다. 책을 꾸준히 보기 전과 지금은 관심이, 시선이 정말 많이 달라졌다. 스스로 공감 능력이 떨어진다 생각했었는데, 읽고 쓰기를 통해 나와 상대를 이해하는 폭이 넓어졌다. 여전히 고집과 선입견이 있더라도 확실히 유연하고 다양한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일상에서 생각하는 힘과 살아가는 힘도 얻었다.


다만 어떤 글은 누군가에게 읽히지 않아도 쓰이는 일만으로 저마다의 능력과 힘을 가지는 것이라 믿는다. 마치 마음속 소원처럼. 혹은 이를 악물고 하는 다짐처럼. -박준, 『운다고 달라지는 일은 아무것도 없겠지만』


마음속 소원처럼, 혹은 이를 악물고 하는 다짐처럼 읽히지 않는 글일지라도, 아직은 읽고 쓰는 일보다 재밌는 일, 가치 있는 일을 찾지 못했다. 씀으로 나를 마주할 수 있었고, 생각을 나눔으로 관계할 수 있었다. ‘울음에 대하여, ‘편지’, ‘귓가에 맴도는 말’에 대해서도 쓰고 싶다. 그래도 오늘은 여기까지. 너무 많은 이야기를 한 번에 쏟고 싶지 않다. 침묵과 생략이 때로는 더 많은 메시지를 전달하니까. 그저 나에게서 출발해 너에게로 스며들고 싶다. 자주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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