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하, '대화의 희열 2'
1년 전이었다. 독서의 시작. 기록의 시작. 문장 수집의 시작. 그 첫 책 김영하 『여행의 이유』. 간단한 제목과는 다르게 ‘인간은 왜 떠나는가?’ 물음의 자전적 답이다.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으로, 한때 여행을 업으로 원했던 사람으로 ‘여행자 김영하’에게 끌린다. ‘소설가 김영하’만큼이나.
내가 한마디로 표현할 수 있으면 소설을 결코 쓰지 않겠죠. 그것이 안 되니까 소설로 쓰는 거니까. - 박완서, 『박완서의 말』
크으! 소설가는 역시 통하는 건가? 여행은 인생과 닮았다. 결코 간단하지 않다. 다양하고 예측 불가능하다. 자유 여행을 떠나보면 안다. 자기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어디에 반응하는지. 무슨 생각을 하고 살아가는지. 어떻게 살고 싶은지. 여행이 아닌 일상에서는 자신을 마주할 틈이 없다. 익숙한 공간, 정해진 루틴과 패턴, 비슷한 사람들. 결국, 그 생각이 그 생각이다.
일상은 해야 할 일이 가득하다. 출근해야지, 일해야지, 퇴근해야지, 밥먹어야지, 청소해야지, 세탁해야지, 자잘한 업무 봐야지, 사람 만나야지... 끝이 없다. 살아가기 바쁘다. 그저 버틸뿐. 생각은 사치다. 생각한다 해도 머리 아프다. 지나간 시간은 후회로, 다가올 시간은 걱정으로 가득 찬다. 분명 현재를 사는데 소중함을 잊는다. 그래서 사람들이 여행을 좋아하는지도 모르겠다. 여행은 오늘 먹고, 자고, 보고, 이동하고, 내일 뭐할지 생각하면 되니까.
인생만큼이나, 사람만큼이나 다양한 게 여행이고 여행의 이유다. 같은 도시를 여행해도 상황, 계절, 시간, 사람 등에 따라 느낌이 아주 다르다. 호불호 갈리는 게 당연하다. 죽기 전에 꼭 가야 할 여행지는 누군가에게 의미 있을지라도 내게는 무의미하다. 오직 내가 보고, 느끼고, 닿고 싶은 내 취향의 여행지가 있을 뿐이다.
김영하 작가는 시간과 노력을 투자한 일이 곧 나의 정체성이라고 말한다. 20대 때는 여행자에 가까운 삶이었다. 내 여행의 이유를 생각해본다. 한마디로 말할 수 없겠지만, ‘도피’겠지. 도피의 경험. 도피의 이유. 생각이 많아진다. 비록 올해 파리로의 도피는 실패했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