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6.13
후회는 아니었습니다. 후련함도 아니었습니다. 어떻게 설명을 해야 할까요. 이럴 때는 퍽 답답함을 느낍니다. 모국어로도 설명하기 힘든 어떤 지점에 가닿을 때면 무력감을 느낍니다. 적확한 단어를 적어내지 못하는 저의 부족함 때문이겠죠.
군대를 전역하던 때와 비슷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주위에서는 부러움을 표했지만, 정작 스스로 꺼림칙한 기분 말입니다. 다시 세상에 내던져진 기분입니다. 충동적인 결정이 아니었음에도 생각이 많아집니다. 저지르고 난 뒤 알게 되는 감정이랄까요. 의미 없다고 생각한 일이 알게 모르게 나를 채워주고 있었구나, 생각보다 안정을 느끼고 있었구나 그런 생각이 듭니다.
회사를 그만두니 알바 구인공고부터 눈에 들어옵니다. 이력서 지참, 사진 필수. 평소에는 보이지도 않던 공고, 광고, 문구 등이 유독 눈에 보이는 이유는 우리가 보고 싶은 부분만 선택적으로 보기 때문이겠죠. 내가 받아들이고 싶은 부분만 선택적으로 기억하기 때문이겠죠.
다시 돌아가도 똑같은 결정을 하겠지만, 오락가락하는 마음은 어쩔 수 없습니다. 사는 게 그런 거 같습니다. 선택에는 기회비용이 있을 수밖에 없는. 어떤 선택을 하더라도 후회할 수밖에 없는. 나쁘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사람의 마음이 그렇다는 걸, 우리의 인생이 그렇다는 걸, 흔들리고 오락가락하는 게 정상이란 걸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그만큼 저마다의 선택과 책임이 소중하다는 걸 알아가고 있습니다.
그러고보니
방학 전의 마음과 방학 후의 마음이 달랐습니다.
연애 전의 마음과 연애 후의 마음이 달랐습니다.
휴학 전의 마음과 휴학 후의 마음이 달랐습니다.
졸업 전의 마음과 졸업 후의 마음이 달랐습니다.
여행 전의 마음과 여행 후의 마음이 달랐습니다.
취업 전의 마음과 취업 후의 마음이 달랐습니다.
퇴사 전의 마음과 퇴사 후의 마음이 다르지 않기를 바라지만, 달라도 할 수 없죠. 금요일 저녁과 일요일 저녁 마음은 다를 수 밖에 없으니. 오락가락하는 마음을 그저 받아들이고 싶습니다. 흔들리는 마음마저 사랑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