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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구 aGu Jun 18. 2021

저 오늘 마지막 출근입니다

2021.06.09


회사를 그만뒀다는 말을 부모님께 어떻게 꺼낼지 고민했습니다. 휴직했다고 할까. 다른 회사를 구했다고 할까. 그렇게 해서라도 걱정을 끼쳐 드리고 싶지 않은 마음이었습니다. 거짓말을 하고 싶지 않은 얄팍한 제 양심 때문이었을까요. 어떤 식으로든 부모님을 속이고 싶지 않았습니다. 시간이 지나면 알게 될 수밖에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언젠가는 진실을 이야기해야 한다면, 그냥 있는 그대로 말을 하고 싶었습니다. 


마지막 출근을 하던 날 아침, 부모님을 한 자리에 불렀습니다. 놀라지 말라고 미리 말씀을 드리자, 잠결에 게슴츠레한 어머니 눈이 순식간에 커졌습니다. 


“저 오늘 마지막 출근입니다.”


이유를 묻는 부모님에게 ‘그렇게 됐다’ 말했습니다. ‘뭐할 거냐’ 묻는 말에 ‘글을 써보고 싶다’ 말했습니다. ‘글은 회사 다니면서도 쓸 수 있는 거 아니냐’는 말에, 이런저런 말을 했습니다. ‘좋은 직장도 아니었는데요 뭐. 이 일을 평생 할 수는 없잖아요.’ 변명에 급급했습니다. ‘힘들었다’는 말에 ‘그것도 힘들면 무슨 일을 하냐고, 안 힘든 일이 어디있냐’ 저를 다그쳤습니다. 서운하지는 않았습니다. 가슴이 철렁 내려앉을 정도로 아버지는 놀라셨다지만, 예상보다 담담한 반응이었습니다. 이미 맺고, 끊고, 결정해버림을 받아들이는 눈치였습니다. 걱정하지 말라는 제 말에 오히려 저를 걱정해 주었습니다. 비록 그동안 고생했다고 듣고 싶은 말은 듣지 못했지만, 짧은 시간 대화를 통해 저의 결정을 존중해주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저지르고 출근으로 도망을 쳤습니다. 그날은 꽤 고된 하루였습니다. 힘들다고 도망치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습니다. 글을 쓰고 싶다는 마음은 퇴사를 위한 핑계였는지 모르겠습니다. 후회는 아닙니다. 다시 돌아가도 똑같은 선택을 할 겁니다. 지금은 제가 선택한 결정에 책임을 잘 지고 싶은 마음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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