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시장경제, 금융자본주의, 그리고
코로나로 대한민국 뿐 아니라 온 세계가 시름시름 앓고 있다. 코로나 사태로 보여주는 여러 풍경들을 보며, 우리가 함께 생각해봐야 할 것들을 나누고자 한다.
먼저, ‘자유시장경제’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자. ‘보이지 않는 손’에 의지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며, 정부의 개입은 비효율만 초래할까? 현재, 정부는 마스크 유통 및 판매를 통제하고 있다. 국민들 대부분, 구매절차 및 방식의 어려움과 행정적 미숙에 대한 불편함을 질타할 뿐, 마스크에 대한 ‘국가의 통제’ 자체를 문제 삼지는 않는다.
마스크 공급이 부족하고, 마스크가 건강을 위한 ‘필수품’이 된 상황에서, 정부의 통제가 없다면 ‘매점매석’과 ‘독점’, ‘사재기’ 등이 난무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러한 행위는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준다. 이러한 상황에서 ‘보이지 않는 손’은 오히려 엄청난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
그리고, ‘지금의 마스크’와 마찬가지로, ‘공급이 제한’되어 있고, ‘생존에 필수적인’ 대표적인 재화가 하나 더 있다. 바로 ‘부동산’이다. 부동산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자. 현재, 마스크의 매점매석과 독점이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듯, ‘부동산’의 ‘집중’(=투기)도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준다. 부동산 투기는 부동산값 폭등을 초래하고, 기업과 가계는 임대료 압박에 시달려 경제는 둔화될 수밖에 없다. ‘내 돈 가지고 땅 사겠다는데 무슨 상관이냐’고 생각한다면, 마스크를 생각하면 된다. 정보와 재력을 갖춘 소수의 집단이 마스크를 독점해서 ‘부르는 값’에 마음대로 팔아도 문제가 없는가?
그리고 ‘금융자본주의’, ‘주주자본주의’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해보자. WHO가 ‘팬데믹’을 선언하면서 주요국 증시도 주저앉았다. 코스피시장에는 사이드카가 발동되었다. 물론, 경제가 호황일 때는 금융과 주식시장은 아무런 문제가 없다. 하지만 경제가 언제나 호황일 수는 없는 법. 더구나 그 호황이 ‘거품’에 의한 것이라면, 그 거품이 급속히 빠질 때의 충격은 이루 말할 수가 없다.
그리고 그 충격은, 주식시장 외부에까지 영향을 준다. 주주입장에서 매수와 매도의 편의성과 속도에 집중하는 것이 과연 온당한 일일까? 유동성의 극대화가 좋은 것일까? ‘주식시장’은 과연 ‘자본주의의 꽃’으로만 기능하는 것일까? 그것이 아니라면, ‘자본주의의 꽃’으로만 기능할 수 있도록, 적절한 제도(주식보유세 완화, 거래세 강화 등)들이 필요하지 않을까?
또, ‘사회적 약자’에 대해 생각해보자. 코로나가 덮친 곳들을 보자. 폐쇄병동, 요양병원, 그리고 콜센터. 바이러스가 인지능력이 있을리 없건만, 그것이 타격하는 곳은 대부분 ‘낮은 곳’이다. 그리고 (KF94가 아닌) 면마스크를 지급받은 비정규직 노동자들, 재택근무와 유급휴일은 그야말로 ‘그림의 떡’인 중소기업 노동자들. 재난은 ‘낮은 곳’에, ‘낮은 자들’에게 유독 더 가혹하다. 그리고 그들이 위험에 노출되어 감염되면, 우리사회의 다른 구성원들도 안전하지 못하다. ‘일부’만이 아니라, ‘모두’가 안전할 수 있는 사회를 함께 고민해보자.
마지막으로, 우리의 언어에 대해 생각해보자. 다들 고통 받고 있는 이때, ‘대구사태’니, ‘대구폐렴’이니, ‘문재인폐렴’이니 하는 말들은 지워버리자. 이 재난을 ‘이용’하여 누군가를 공격하지 말자. 유리한 정치적 위치를 선점하려고 하지 말자. 그리고, 그야말로 ‘거지같은’ 상황을 버텨내고 있을 수많은 자영업자들, 병마와 싸우고 있는 환자들을 생각해서라도, ‘방역모범국가’라는 자화자찬은 신중하라고 권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