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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각김밥 Jun 30. 2017

우리에겐 '애국', 그들에겐 '죽음'

현충일 추념사 속 '베트남 전쟁'에 대하여

오마이뉴스에 올라온 <미국 간 문 대통령, 이 전쟁도 기억하시라>라는 기사를 보고 느낀 소회를 적고자 한다.




그렇다. 나도 봤다.


지난 6일 문재인 대통령의 현충일 추념사 전문을 말이다. 무난한 내용이라고 생각했다.


(출처 : 한국정책방송원)


현충일 추념사 전문(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0&oid=011&aid=0003046618)


그런데 그 안에, 누군가에게는 상처가 될 수 밖에 없는, 다음과 같은 '가시'가 있을 것이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베트남 참전용사의 헌신과 희생을 바탕으로 조국경제가 살아났습니다.
(중략)
폭염과 정글 속에서 역경을 딛고 묵묵히 임무를 수행했습니다.
그것이 애국입니다.


'한국군 증오비'를 아시나요



베트남 곳곳에는 '한국군 증오비'가 세워져 있다. '기념'이나 '존경'의 의미가 아니라, 말 그대로 '증오'를 목적으로 세워놓은 비석이다. 어느 한 마을에 세워진 '한국군 증오비'에는 다음과 같은 글이 적혀있다고 한다.

                                                                                                                                              

"하늘에 가 닿을 죄악, 만대를 기억하리라. 한국군들은 이 작은 땅에 첫발을 내딛자마자 참혹하고 고통스러운 일들을 저질렀다. 수천 명의 양민을 학살하고, 가옥과 무덤과 마을들을 깨끗이 불태웠다. (중략) 모두가 참혹한 모습으로 죽었고 겨우 14명만이 살아남았다. (중략) 그들은 비단 양민 학살뿐만 아니라 온갖 야만적인 수단들을 사용했다."

     - <"한국군에 당하느니 차라리..." 학살 증언 듣기 정말 괴로웠다">, 오마이뉴스, 2015.9.28


우리는 그들에게 '침략군'이자, '가해자'인 것이다. 그것도 저항능력이 없는 민간인을 무차별 학살한 극악의 가해자다. 

                                                                                                                                             

"한국 군인들은 우리 가족을 포함한 25가구의 마을 사람들을 한 곳에 모아놓고 고개를 숙이게 했습니다. 그리고 한 5분 정도 지난 후, (중략) 사방에서 총알이 날아오고 수류탄이 떨어졌어요. 사방에 포연이 자욱한 가운데 주변에는 팔이 잘린 사람, 하반신이 잘린 사람, 창자가 흘러나오고 뇌수가 흘러나온 사람들이 쓰러져 있었어요. 부모들은 자식의 이름을 부르고, 자식은 부모를 찾는 아수라장이었습니다."
    - <"어떻게 그 많은 사람들을 다 죽여버릴 수 있나요">, 오마이뉴스, 2015.4.7


"베트남 참전용사의 헌신과 희생"을 이야기할 때,

"폭염과 정글 속에서 역경을 딛고 묵묵히 임무를 수행했"다며, "그것이 애국"이라고 이야기 할 때,

베트남 민간인 학살 피해자들의 심경은 어땠을까. 우리의 '애국'은 그들에겐 '죽음'이었다.


우리도 누군가에겐 '침략군'이었다


만약 일본의 총리가, 태평양전쟁을 복기하며, "대동아전쟁에 참여한 군인들의 헌신과 희생"을 이야기하고, 그들이 "타국 땅에서 역경을 딛고 묵묵히 임무를 수행했다"며, "그것이 애국"이라고 이야기했다면, 우리는 어떤 감정을 느꼈을까.


많은 사람들이 공분하지 않았을까. '일본제국주의의 망령', '과거를 직시하지 못하는 일본 우익의 준동', '반성을 모르는 뻔뻔함의 극치'라는 등의 날 선 비판이 터져 나오지 않았을까.


나도 조금은 '아베'다


일본 나가사키에 있는 원폭 자료관에는 원폭으로 인한 피해와 핵무기의 위험성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많은 자료가 전시되어 있다고 한다. 자신들이 입은 '피해'는 상세하게 기록하면서도, 자신들의 '가해'에 대해서는 모르쇠로 일관하는 그들의 태도에 나는 분노한다.


일본의 아베 총리.(출처 : 서울의소리)


그런데 그런 일본의 만행에 분노한 나 또한, 우리의 만행으로 인한 피해자의 마음은 전혀 생각하지 않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 면에서 나도 조금은 '아베'인지도 모른다.


일본군에 의해 자신의 인생을 송두리째 빼앗겨 버린 위안부 할머니들을 생각하듯, 한국군에 의한 베트남 민간인 학살 피해자들의 마음도 우리는 달래주어야 한다. 우리는 끊임없이 그들을 위로해야 하고, 그들에게 사과해야 한다.


그리고 그 첫번째 이유가, '일본에 떳떳하기 위함'은 아니었으면 좋겠다. 가장 큰 이유는, 그저 사람에 대한 '연민'과 '사랑', 즉 '인류애', 그것이었으면 좋겠다. 




아, 마지막으로, 그냥 지나칠 수 있었던 부분을 생각하게 해준  <미국 간 문 대통령, 이 전쟁도 기억하시라> 라는 기사를 만날 수 있어서 좋았다. 좋은 기사다.



- 참고기사

-  <미국 간 문 대통령, 이 전쟁도 기억하시라>, 오마이뉴스, 2017.6.29

 - <"한국군에 당하느니 차라리..." 학살 증언 듣기 정말 괴로웠다>, 오마이뉴스, 2015.9.28

 - <"어떻게 그 많은 사람들을 다 죽여버릴 수 있나요">, 오마이뉴스, 201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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