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지만 소중한 나의 연필 이야기 Pencil B, 흑심
마이퍼니머스터드의 패기를 담당하는(?) 막내 디자이너 Mustar. Y 처음 인사를 드리게 되었다. (:->)
<small B>는 스몰브랜드 중에서도 '너드'처럼 구체적인 한 분야에 큰 애정을 쏟는 가치있는 브랜드를 찾아 직접 체험하고 소개하는 라이프스타일 콘텐츠이다.
스몰비의 시작은 대중은 아니라도 개인의 라이프스타일과 관련된 '취향'을 담은 스몰브랜드를 조금 더 가깝게, 모아서 보여줄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들고 싶어 시작하게 되었다.
분명 다양한 라이프스타일을 반영한 스몰브랜드들이 다양하게 생겨나고있는데, 정작 내 취향에 맞는 브랜드는 어떤 곳들이 생겨나고 있고, 어디에 있는지 잘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설령 안다고 할지라도 스몰브랜드이기에 어떤 마인드로, 어떻게 운영되고 있는지는 자세히 들여다보지 않고서는 알기 힘든 부분이기도 하다.
자신이 추구하는 가치를 꿋꿋이 지켜가는 스몰브랜드를 위해, 당신의 유니크한 취향을 위해 뜻밖의 보물같은 콘텐츠가 되길 바라며, 그 시작을 여는 첫번째 브랜드로 흑심을 소개한다.
사실 연필이라 하면 디자이너인 나같은 경우 아이디어 스케치와 글의 개요를 짤 때 많이 쓰게 된다.
분명 눈 앞에 노트북이 버젓이 있고 바로 글을 써나가면 더 빠를 것도 같은데, 꼭 노트에 한참을 끄적이게 되는 버릇이 있는데, 신기하게도 진짜 아이디어가 빨리 꼬리를 물고 샘솟을 때가 많은 것 같다.
이리저리 끄적이고 내용을 묶다보면 생각 정리도 잘 되고 말이다. (공감하는 디자이너들..?)
그럴 때 종종 샤프나 볼펜이 아닌 연필을 골라 끄적이곤 하는데 왜 연필을 쓰냐고 묻는다면...
음.. 그건 연필의 스웩이고, 갬성이라 할 수 있지. (찡끗)
샤프보단 조금 더 뭉툭하고 부드러운 연필만의 흑심과 어딘가 익숙하고 친숙한 그립감!
이건 분명히 우리 모두 느낄 연필만의 스웩이 있다는 것이겠지.
흑심은 그런 연필을 사랑하는 덕후의 마음으로 250여종의 빈티지 연필을 판매하는 브랜드다.
연남동의 핫한 베트남음식점 소이연남 근처에 위치한 흑심은 특별한 간판도 없이 오르는 층마다 빈티지 디자인 포스터가 연이어 붙어 있었고, 누벨바그125라 부르는 매장 내에 자리하고 있다.
간단히 소개하자면 누벨바그125는 디자인 영역에서 새로운 물결을 만들어가는 쾌슈퍼, 아우레올라, 땅별메들리 세 그룹의 디자인스튜디오가 모여 만든 브랜드라고 한다. 흑심은 그 중 땅별메들리가 만든 프리미엄 빈티지 연필샵이다.
흑연과 나무, 종이가 만들어내는 기분좋은 향과 함께, 눈치를 주지 않는 무심한 듯 편안한 분위기를 한 몸에 느끼며 떨리는 마음으로 연필을 둘러봤다.
세월의 흐름과 무게를 간직한 듯 수많은 빈티지 연필들이 촤르륵. 이제껏 연필을 모아온 것도 아닌데, 낮선 풍경에도 뭔가 묵직한 감동이 있었다. 오늘날 우리가 쓰는 연필의 형태가 500년 이상의 역사를 자랑할 만큼 오래 발전해왔고, 그만큼 많은 종류의 연필이 생산돼 왔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익숙한 브랜드 종류는 스테들러, 블랙윙, 딕슨정도였기 때문이겠지. 연필이 주는 ‘추억’의 힘인 건지, 무슨 연필인지 잘 몰라도 계속 둘러 보면서 써보게 되는 마성의 시간들이었다.
사실 연필이 다시금 주목받고 있는 현상은 몇년 전부터 있어 왔던 나름의 흐름에서 찾아볼 수 있다.
흔히 '레트로'라고 불리는 복고 트렌드의 부흥인데, 기성세대에겐 젊고 한창인 시절을 떠올리는 추억과 친근함으로, 밀레니얼 세대에겐 지금껏 보지 못한 참신함과 개성으로서 소비트렌드의 힙한 문화로서 자리잡고 있다. 흑심의 '연필'도 그 연장 선상에서 우리의 아날로그 감성을 자극하며 연필덕후들의 좋은 반응을 끌어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흑심을 운영하는 '땅별메들리'의 공동대표님들은 디자이너로서 평소 연필을 자주 사용할 뿐 아니라, 연필을 담아서 파는 지상자를 모으다 자연스럽게 만든 브랜드라고 한다. 특히나 빈티지 제품들을 좋아하다 보니 1800년대 연필부터 올 9월에 나온 한정판 블랙윙까지 정말 유니크하고 가치있는 연필들 위주로 모으고, 판매하게 되었다고.
자, 그럼 드디어 내새끼들을 소개할 시간! 눈길을 사로잡은 연필들을 소개한다.
일반적인 금속페룰(이음새)이 아닌 플라스틱페룰로 이어진 이 연필은
2차 세계대전 중에는 자원공급이 어려워지면서 고무나 금속 등의 사용이 금지되어 두꺼운 종이나 플라스틱으로 페룰을 만들었으며, 고무 대체물질로 지우개를 만들기도 하였다. 금속인듯 금속같지 않은 디자인이 매력적이다.
무려 1900년대에 출시된 연필로 흑심에서 판매되는 연필 중에서도 가장 오래된 연식이다.
(모셔야할 것 같은 연필님..) 그래서일까 유독 나무 질감이 가장 아날로그틱하고 부드러워(?)서
애착이 가는 소중이로 등극했다.
속기용 연필로 작게 써도 뭉게지지 않도록 연필심이 단단하고, 빨리 쓸 수 있도록 부드러운 필감을 자랑한다. 쉬지 않고 오래쓰기 위해 예전 속기사들은 연필의 양 끝을 깎아 사용하였다고 한다.
‘합격기원 학업성취’ 문구가 새겨져 있는 황금빛 오각형 연필로
일본에서 합격은 合格(ごうかく고오카쿠), 오각형은 五角(ごかく고카쿠)로 두 단어의 유사한 발음때문에 오각형은 합격을 상징한다고 한다. 나의 취향은 아니지만.. 좋은 의미와 힙한 자태가 인싸들이 애용할 것 같은 연필이다.
그리고 연필과 함께 쓰면 좋은 친구들(?)이 함께 있었다.
직접 디자인해 만든 연필 전용 서랍장, 몽당연필을 끼워 연필의 길이를 연장시켜 사용할 수 있는 도구와 연필캡, 연필깎기, 메모지, 위트있는 서적까지 연필에 대한 무한 애정이 느껴지는 공간이다.
현재 판매되고 있는 상품 외에도 판매하지 않는 소장용 연필과 도구가 많은데, 흑심의 인스타그램에서 확인할 수 있다.
BlackHeart Pencil Shop(흑심) (@blackheart_pencil) * Instagram photos and videos
정말 좋은 브랜드는 본질에 대해 고민해 볼 수 있도록 여지를 주는 브랜드라고 생각한다. 브랜드 흑심은 그런 측면에서 입장할 때부터 나가는 순간까지 진정성으로 일관된 경험을 주어 꽤나 감동적이었다.
3층으로 오르는 계단에서부터 디자이너다운 아이덴티티를 드러내는 포스터를 시작으로, 입장했을 때 코를 자극하는 종이와 연필의 특유의 향기와 익숙한 원목 인테리어가 낮선 공간을 조금은 편안하게 만들어준다. 또 연필과 늘 함께 했던 단짝 친구들까지 함께 하니 더 반가웠던 것 같다.
찬찬히 연필을 구경하다 보면 한 켠에는 연필 마다의 스토리와 특징을 설명해 놓은 안내서와 함께 샘플러가 함께 비치되어 있어 나에게 맞는 연필을 선택하는 것에 도움을 준다. 그래도 어렵다면 사장님께 도움을 요청해도 친절히 설명해주시니 걱정하지 말기를!
그렇게 연필을 골라 가져가면 사장님께서 조용히 다가와 계산을 해준다.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여기부터이다. 먼저 연필 하나하나를 짚어주며 각 연필의 제조사와 특징, 해당 모델과 관련한 이야기를 설명해 주신다. 내가 고른 연필에 대한 히스토리를 들으면서 ‘그냥 연필’을 구매하는 것이 아니라 마치 애틋한 ‘내새끼’를 분양받는 듯한 느낌을 받는 것이다.
그리고 가장 좋았던건 티켓 모양 영수증이었다. 연필로 정성스럽게 구매 정보를 체크해서 크라프트 봉투지에 밀랍도장으로 꾸욱 눌러 담아 주는 과정이 너무 정성스럽고 아날로그틱해 속으로 혼자 소소한 감동을 느끼며 뿌듯해했다.
어쩌면 빈티지 연필을 좋아하고 수집하는 소수를 위한 브랜드처럼 느껴질 수 있는 ‘흑심’이지만, ‘덕후가 트렌드를 만들어간다’는 말처럼, 단순 빈티지 연필샵이 아닌 연필에 대한 애정 어린 시선이 모이는 커뮤니티로서 ‘흑심’이 앞으로 어떤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갈지 막 시작한 연필덕후로서 기대가 된다.
인스타그램 Feeling B에서 오감으로 느끼는 흑심과 연필의 매력을 만나보세요 :->
https://www.instagram.com/feeling.bra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