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 여행이란
이 여행은 자전거만 있다면 어디든 떠날 수 있는 여행이다. 자전거를 타고 출퇴근을 한다면 여행자는 시티 투어러이다. 주말에 자전거 동호회 모임으로 한강을 따라 춘천을 가고 있다면, 혹은 제주도 환상 자전거길을 달리고 있다면 역시 투어링을 하는 방랑객이다. 좀 더 강렬한 자전거 여행을 원한다면, 장거리 자전거 여행도 다녀올 수 있다. 서울에서 부산까지 자전거를 타고 갈 수도 있고 부산항에 들러 대마도로 원정을 떠날 수도 있다. 모험하고 싶다면 혹은 자연을 만끽하고 싶다면 또는 생각의 정리가 필요하다면 당신에게는 자전거 여행이 딱 맞다. 창고에 넣어두었던 자전거를 꺼내 자전거 튜브에 바람을 넣고 달려보자.
자전거 여행을 망설이고 있다면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이 여행을 다녀오면 절대 후회하지 않는다. 자전거 여행은 강한 인상을 당신의 마음속에 심어준다. 실제로 자전거 여행을 떠나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여행지에서의 추억을 그리워한다. 바이클리에서 만났던 회원님들, 자전거 여행을 다녀온 친구들, 자전거 여행을 다녀온 지인들의 이야기를 모두 취합하면 자전거 여행은 한결같이 기억에 남는 여행이었다. 불확실한 리스크, 상상 속에서만 가능했던 모험을 여행자는 잊지 못한다.
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자전거 여행은 불안하지만 도전과 낭만이 있는 여행이었다. 괴로움 속에서도 소소한 즐거움을 준 자전거 여행. 아직도 마음 한구석에서 여행에 대한 추억이 은은하게 빛을 발하고 있다. 웜샤워 호스트들과의 만남, 여행을 함께 한 정민이 형과의 추억, 4개국을 돌며 경험한 유럽 음식들 그리고 비박을 하며 고생했던 기억은 삶의 원동력이 되어 하루하루를 살아가는데 큰 힘을 준다.
가끔 이 여행을 생각할 때면‘학창 시절’이 떠오른다. 나는 학창 시절 공부만 했다. 그런데 막상 그때를 떠올리면 공부한 내용은 기억에 남지 않는다. 대신, 친구들과 즐거웠던 추억만 가득하다. 특별히 고등학교 시절 중창단 활동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중창단을3년 내내 했다. 친구들 그리고 선후배들과 점심시간에 중창 연습을 하며 놀았다. 우리 기수는31기였는데 우리는30기 선배들에게 늘 욕을 먹었다. 나는 음이 불안정하고 복식호흡 자세가 불량하다며 꾸중을 많이 들었다. 우리가2학년이 되어 실세가 되었을 때는 우리 기수들과 화음을 만들며 노래를 즐겼던 기억도 선명하다. 당시3학년은 대학 입시로 인해 중창단 활동은 거의 하지 않아 실제 음악실에서1학년과2학년이 연습을 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굉장히 소중한 추억이다. 가끔 그때를 떠올리며 나도 모르게 피식 웃곤 한다. 그리고 삶이 힘들더라도 그런 추억들이 소소한 웃음을 통해 나를 다시 움직이게 한다.
자전거 여행 역시 마찬가지다. 자전거로 이동을 하는 대부분의 시간은 꽤 힘이 들고 고통스럽다. 하지만 중간중간 그늘에서 쉬던 때, 라이딩을 마치고 식사를 준비한 때, 가끔 호텔에서 따뜻한 물로 샤워를 할 때 그리고 함께 여행을 간 정민이 형과 텐트에 누워 이야기를 나누었던 때를 떠올리면 기분이 좋다. 스스로에게 나름 위로가 되고 몸과 마음이 지치더라도 그때를 떠올리며 좀 더 힘을 낸다. 자전거 여행이라는 추억이 이렇게 값진 선물이었다는 것을 여행 전에는 알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