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을 주는 자전거 여행은 우리에게 깨달음도 준다. 자전거 여행은 느림의 미학 속에서 새로운 가치를 여행자에게 심어준다. 이 여행은 고속철도, 비행기, 자동차로 대표되는 편리함과 빠름의 미학을 거부한다. 대신에 느리기 때문에 보이지 않던 존재들을 떠올릴 수 있고 직선으로 가지 않기 때문에 빙글빙글 돌아 자연 속으로 스며들 수 있다. 바쁜 일상과 도심 속에서 문명의 혜택을 누리며 살아가는 우리에게 자전거 여행은 우리로 하여금 자신의 삶을 돌아보게 한다. 힘들지만 구슬땀을 흘리며 페달을 밟는 과정에서 자전거 여행자들은 자기 자신과 자연을 발견할 수 있다.
실제로 자연을 맛보기 위해 자전거 여행을 떠나는 사람이 있다. <5만km 기적 자전거 세계 여행>의 저자 이호선 씨는 자전거 여행을‘여행의 진수’라고 표현했다¹. 그는 자전거 여행을 하면 자연과 하나가 되는 느낌을 받는다고 했다. 자전거를 타며 비바람, 강한 햇빛과 함께 자연의 일부가 되는 느낌을 그는 받았다. 자연과 함께할 수 있는 여행이기 때문에 힘들고 고통스러운 일도 있지만 이호선씨는 스스로가 자연이 됨으로써 여행의 참 맛을 느꼈다.
김훈 작가의<자전거 여행>를 읽다 보면, 그가 자전거 여행을 통해 세상을 이해하고 삶에 대한 깨달음을 얻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그는 자전거 풍륜과 함께 전국 방방곡곡을 돌아다녔다. 그리고 여행을 통해 일상에서 보이지 않던 자연의 소리에 귀를 기울였고 그들과 소통했다. 그의 글을 보며 김훈 작가에게 있어 자전거 여행은 삶의 의미를 찾는 하나의 과정임을 알게 되었다.
하지만 자전거 여행은 다른 여행보다 지치기 쉽고 위험하다. 도난, 식량 문제, 생명의 위협이 자전거 여행자 앞에 도사리기 때문이다. 독일 로만틱가도에서 들짐승을 만나 텐트에 몸을 숨기고 벌벌 떤 적이 있다. 이날은 와일드 캠핑을 두 번째로 친 날이었다. 4시쯤 되자 날이 어두워져 더 이상 달릴 수 없었다. 숙영지를 찾던 중 도로 바로 옆에 숲이 있었다. 바로 이곳에 텐트를 치고 식사를 한 후8시쯤 잠자리에 들었다. 몇 시간 흘렀을까 이상한 소리가 들려 한 줌의 빛도 없는 텐트 안에서 깼다. 핸드폰으로 시간을 보니 새벽1시쯤이었다. 밖에서 들려오는 괴상한 소리는 점점 커졌다. 끙끙 냄새를 맡는 소리와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텐트 바로 앞에서 들렸다. 순간 식은땀이 났다. 느낌상 들짐승이 저녁에 먹다 버린 고기 조각을 먹으러 찾아온듯 싶었다. 너무 놀라서 숨소리도 내지 못하고 침낭에 푹 들어갔다. 마치 집에 든 도둑이 무서워 장롱 속에 숨어 들어간 것처럼. 무서웠지만 어찌할 방법을 몰라'에라 모르겠다' 하는 심정으로 눈을 감았다. 아침에 살펴보니 어젯밤 버렸던 음식들이 보이지 않았다. 정황상, 고기만 먹고 들짐승은 다른 곳으로 이동했던 것 같다. 보이지 않는 어둠 속에서 들리는 기이한 소리가 이토록 무서운 것인가 하는 생각이 깊이 드는 날이었다. 다른 일화도 있다. 독일 캠프텐에서 추위와 비바람 속에서 빵 한 조각으로 끼니를 때웠다. 눈물 젖은 빵을 먹으며 집밥이 떠올랐다. 당시 도시로 돌아가 호텔에 묵고 싶었지만 오후4시쯤 되니 날이 어두워져 앞으로 나아갈 수 없었다. 어쩔수없이 기상예보를 통해 비가 올 것임을 알았지만 비박을 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빗물이 텐트를 적시었고 빵 역시 축축했다. 노숙을 하며 느낀 건 집이 없다는 것이 얼마나 서러운 일인가 하는 점이다. 비바람이 몰아치는 날 슬프고 애달프고 엄마가 보고 싶었다.
이렇듯 자전거 여행은 그 자체로‘날 것’이다. 우리가 일상의 피로를 벗어던지고 활력을 충전하기 위해 떠나는 여행과는 자전거 여행은 결이 다르다. 인생 맛집을 찾고 명소를 발견하고 사랑하는 사람과 오붓한 시간을 가질 수 있는 시간이 자전거 여행에서는 좀처럼 찾기 힘들다. 그래서일까 자전거 여행을 구글에 검색해보면 위키피디아는 자전거 여행을‘모험을 즐기기 위한 여행’이라고 소개한다². 마치 마젤란이 미지의 안개를 뚫고 대서양과 태평양을 횡단한 것처럼 자전거 여행자 역시 때론 가시덤불을 뚫고 강을 건너며 오지 탐험을 하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상의 매너리즘에서 탈피하고 도전을 하고 싶은 당신에게 자전거 여행을 추천한다. 하지만 여행을 가기 위해서는 당연한 말이지만 준비가 필요하다. 단단한 준비와 촘촘한 계획을 세워 지금껏 느껴보지 못했던 스릴 넘치는 여행을 다녀오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