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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EHEE Sep 23. 2015

글 잘 쓰는 당신이 섹시하다

요즘 글쓰기 열풍이 불고 있다. 어째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어느 순간 글쓰기의 중요성이 대두되기 시작하더니 주변 어떤 사람은 글쓰기 아카데미에 신청하기도 했고, 어떤 사람은 내게 예전에 했던 교내 언론사 활동에 대해 묻기도 했다. 글쓰기 열풍, 진작에 불 것이라 예상은 했었다. 글쓰기가 중요하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아는 것이었으니까. 사실 나도 글쓰기에 공들이기는 매한가지다. 나도 글을 잘 쓰길 원했고 그러기 위해 이런 저런 짓도 많이 했었다.



나는 왜 글쓰기에 집착할까, 새삼 생각해봤다.



나는 대학에 입학함과 동시에 글쓰기에 집착하기 시작했다. 이유는 간단했다. 글 잘 쓰는 사람이 멋있어보였고, 카페에서 글을 쓰고 있는 남자는 눈이 돌아갈 만큼 섹시해 보였다.



그러니까, 글쓰기에 집착하게 된 시작은 '멋'에서였다. 대학에 와 시간적 여유가 생기면서 책을 읽을 때 평소 보이지 않았던 것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작가의 문체라던가, 이 사람이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방식이라던가, 혹은 이 사람의 논리, 뭐 이런것들이었다. 그런 좋은 글을 읽는 희열에 빠져 칼럼, 에세이, 소설 등 좋다고 추천 받은 것들을 쉴 새 없이 읽어댔다. 그러면서 나도 글을 잘 쓰고 싶다는 생각에 달했던 것 같다. 그러나 나는 방법을 몰랐다. 글을 써본 것이라곤 몇 자 끄적인 일기장과 레포트에 불과했다.


무턱대고 대학교 교내 언론사 활동에 나를 던져 넣었다. 기사를 쓰면서 글을 쓰는 것을 배울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서. 도전엔 단순과 무식이 최고라고 했던가. 1년 반을 교내 기자로 활동하고 보니 새삼 나의 무한한 단순함에 고마웠다. 그러나 1년 반 동안의 생활은 정말이지 '지옥' 같았다. 내가 얼마나 글을 못 쓰는지 처절하게 느끼고 철저히 깨지는 시간이었다.


나의 발전속도는 내 기대에 미치지 못했고, 첨삭을 받을 때 마다 자신감은 글과 함께 난도질을 당했다. 그러나 어떻게든 써보겠다고 몸부림을 쳐대니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내 글이 읽을만 해 졌다. 1년 반 쯤 활동하고 이런저런 이유로 그만 뒀지만 아쉬움따윈 없었다. 깨질 만큼 깨지면서 밑바닥부터 기어오르며 글을 배웠다. 그렇다고 글을 정말 잘 쓰는 것도 아니고 내가 만족할 수준도 안됐지만 적어도 글을 쓰는 것이 두렵지 않았고 글을 어떻게 써내려갈지 제법 구조도 잡을 줄 알았다.


학내 언론사를 나온 뒤에도 나는 계속 글을 썼다. 일기나 어떤 잡설, 쓰고 싶은 주제가 생기면 그것에 대해 쓰기도 했다. 여전히 나는 좋은 문장, 좋은 단어를 볼 때면 노트를 펴고 베껴 적고, 좋은 기사를 보면 일단 스크랩을 해놓는다. 어쨌든, 나는 계속 글쓰기와 관련한 모든 행위들을 했던 것 같다. 학생기자 시절 배웠던 것들을 조금이라도 움켜 잡아 보려고.


여전히 나는 내 글에 아쉬운게 많다. 조금 더 세련되고 고급진 표현을 쓰고 싶고, 때로는 재치있게 글을 써내고 싶다. 그리고 '짧은 글'을 쓰고 싶다. 짧지만 내가 말하고자 하는 모든 것이 담겨있는 글. 아직도 나는 글을 잘 써내는 것이 멋있다고 느낀다. 그리고 그 멋을 따라하기 위해 여전히 글쓰기에 공을 들이고 있다.



지금에와 그 멋에도 목적이 생겼다.



점점 글쓰기에 욕심이 생기면서 쉽게 읽히는 경제 칼럼을 쓰고 싶어졌다. 말만 들어도 어려운 경제, 그러나 일반인도 꼭 알아야 하는 것이 경제다. 그런데 경제는 용어부터가 어려워서 많은 사람들이 도전하다 울며 포기하는 것이기도 한다. 대중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경제 칼럼을 쓰고 싶다. 쉬운 내용을 다루는 것이 아니고, 어려운 내용이라도 너무나 명쾌하고 가벼워 누구나 읽을 수 있는 것을 원한다. 목적이 생기니 집착이 더 뜨거워졌다.



많은 사람들이 글을 잘 쓰려 하고 있다. 그리고 나도 그러고 있다. 비록 잠시 스쳐가는 '유행'이라고 할 지라도 나에게는 평생의 과제가 될 것 같다. 좋은 글을 볼 때마다 감동 할 것이고 어떻게든 그 문장을, 그 울림을 따라하려 애를 쓸 것 이고, 끊임없이 글을 써 낼 것이다. 그렇게 점점 나도 멋있는 사람이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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