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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환상적인튀김요리 Feb 04. 2022

죽은 사람도 살리는 의술

서른세 번째 책 <침술 도사 아따거>

<깔끔하게 꽂는 책꽂이>는 초등학생 아이들이 읽으면 좋을 작품을 선생님의 관점에서 읽고 소개합니다. 주변에 책이 재미없다는 이유로, 지루하다는 이유로 혹은 길거나 어렵다는 이유로 멀리하고 있는 아이들에게 책을 권하고 함께 이야기하고 공감하며 천천히 그리고 끝까지 읽어보세요. 그러면 아이들은 분명, 그다음의 책을 스스로 찾아 나설 겁니다.



<침술 도사 아따거>는 기구한 운명 속에서 태어난 대복이의 이야기입니다. 대복은 어려서 부모를 잃고 무봉이라는 의원의 보살핌 아래 살아가고 있죠. 대복은 무봉 밑에서 본의 아니게(?) 의술을 배우기 시작합니다. 다만, 무봉과 대복은 의술을 대하는 태도가 다릅니다. 대복은 '돈'을 위해서, 그리고 무봉은 '환자'를 위해서 의술을 바라보죠. 무봉은 그런 대복에게 항상 꾸지람을 합니다. 그러면서 무슨 의원이 되겠냐고 말이죠. 그러던 대복의 삶을 바꾸는 중대한 일이 생깁니다. 윤 대감집 윤 도령의 명령으로 임금의 조보를 베껴 쓰면서부터입니다. 배고프고 병들고 굶어 죽는 사람들이 천지인데도 태평성대를 거짓으로 논하며 관청을 털어 백성에게 재물을 나눠주는 임꺽정을 살인마로 몰고 가는 조보를 베껴 쓸 수 없어 '진실'을 적은 것이죠.


이 사건의 배후로 지목되어 버린 무봉은 대복 대신 모진 고초를 당합니다. 엄청난 매질을 당하죠. 죽음의 기로에 선 무봉은 대복에게 대복의 어머니, 아버지의 억울한 죽음과 관련된 유언을 남기며 부디, 병든 세상을 고치는 의원이 되어야 한다고 당부합니다. 대복은 곧장 도망을 칩니다. 하지만 윤 대감 집에서 보낸 '까마귀 무사'에 발각되죠. 하지만 대복의 아버지 어머니를 죽인 까마귀 무사는 어린애는 베지 않는다는 의미심장한 말을 남기며, 윤 대감의 명을 거역한 채 대복을 못 본 척 보내줍니다.


윤 대감 같은 이는 하나로 충분해. 그 아들까지 윤 대감처럼 된다면 세상이 너무 끔찍하지 않겠느냐? (71쪽)


죽음의 위협으로부터 벗어난 대복은 무영을 만납니다. 돌아가신 무봉의 오랜 친구죠. 대복은 무영과 무봉이 남긴 생사의서로 의술을 익힙니다. 대복은 의술에 재능이 뛰어났죠. 무영 밑에서 대복은 의술을 빠르고 훌륭하게 익히기 시작합니다. 말 그대로 죽은 사람도 살릴 만한 의술을 갖추게 되죠. 그리고 의원으로서의 마음가짐도 함께 배웁니다. 무봉이 강조했던 것처럼 병든 자가 있으면 반드시 고치는 것이 의원이라는 것, 돈이나 권력, 복수 등의 감정에 의해 휘둘리지 않고 자신이 가지고 있는 재능을 올바른 길에 올려두고 쓰는 것을 말입니다.


그러던 어느 날, 대복과 무영은 눈밭에 쓰러진 한 사내를 만납니다. 이 사람은 무영을 죽이러 온 의금부 도사 좌백입니다. 이 사람을 살리면, 무영은 죽고 살리지 않는다면 좌백은 죽습니다. 무영은 좌백을 살리기로 합니다. 무영은 사람을 살리는 의원이니까요. 그리고 좌백에 의해 죽임을 당합니다. 대복은 다시 혼자가 되었습니다. 무봉과 무영의 죽음을 옆에서 지켜본 대복은 의원으로서 지켜야 하는 마음가짐에 대해 생각하며 삶을 새롭게 살아가기 시작합니다. 두 스승의 전언에 따라 '돈'이나 '명예' 따위에 흔들리지 않는 의술을 실천하죠. 그리고 자신만의 방법으로 그러니까, 사람을 살리는 방법으로 세상을 바꾸어 나가기 시작합니다.


네 별칭이 침술 도사 아따거라 했지? 내가 아따거의 의미를 만들어 주마. 나 아(我) 많을 다(多) 거할 거(居). 아, 다, 거! 여기서 많다는 것은 많은 백성이라는 뜻이다. 너는 많은 백성이 있는 곳에 거하는 자가 돼라. 알겠느냐? (105쪽)



이 책은 조선 시대를 배경으로 합니다. 임꺽정, 이지함, 허준 등 역사적 인물들이 등장하면서 소설의 재미를 더해주기도 하죠. 아따거도 실존 인물이냐고 묻는 학생들이 많은 이유입니다. 저는 아따거가 허구의 인물이라고 말해주는 대신, 아따거가 실존 인물인지 아닌지는 중요하지 않다고 답합니다. 아따거는 어쩌면, 우리 모두를 지칭하는 것일지도 모른다고요. 우리 중 누구나 대복이가 될 수도 있고 아따거가 될 수도 있는 잠재력을 가졌습니다. 잘못된 가치를 좇아 미래를 살아가게 될 수도 있고 올바른 가치를 좇아 미래를 살아가게 될 수도 있습니다. 아이들은 언젠가 커서 각자가 맡은 수많은 일을 해낼 것입니다. 다만, 그 일을 함에 있어서의 마음가짐은 다를 겁니다. 그 선택은 오로지 아이들에게 달려 있습니다.


'아다거(我多居)'는 '아따거'와 다르고 '대복'과 다릅니다. 막연하게 돈을 바랐던 '대복'과 교묘한 침술로 사람들을 현혹시키기에 급급했던 '아따거', 그리고 자신의 길을 찾아 소신 있게 살아가는 '아다거'는 다르기 때문일 것입니다. 저는 아이들에게 꿈을 꾸기 전에 일단, 좋은 사람이 되라고 합니다. 좋은 사람이 되면, 무슨 일을 하든지 좋은 사람일 테니까요. 나쁜 마음을 가진 사람은 결코 좋은 선생님, 좋은 사업가, 좋은 사장님 등이 될 수는 결코 없습니다. 무영과 무봉이 침술을 배우는 대복에게 마음가짐을 무엇보다 먼저 강조한 것처럼 말입니다.


"자, 여기 있는 이 잘생기고 용한 의원이 누구냐? 신통방통 침술 도사 아따거 님이시다. 너희들 중에 아픈 사람 있으면 모두 줄 서. 너희뿐만 아니라 집에 아픈 식구들이 있으면 모시고 와도 돼. 다 치료해 준다.", "돈 없는데요?", "공짜야." (18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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