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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환상적인튀김요리 Feb 08. 2022

대본으로 읽는 해리엇

서른네 번째 책 <해리엇>

<깔끔하게 꽂는 책꽂이>는 초등학생 아이들이 읽으면 좋을 작품을 선생님의 관점에서 읽고 소개합니다. 주변에 책이 재미없다는 이유로, 지루하다는 이유로 혹은 길거나 어렵다는 이유로 멀리하고 있는 아이들에게 책을 권하고 함께 이야기하고 공감하며 천천히 그리고 끝까지 읽어보세요. 그러면 아이들은 분명, 그다음의 책을 스스로 찾아 나설 겁니다.



<해리엇>은 희곡으로 탄생된 작품은 아닙니다. 2011년에 소설로 먼저 출판이 되었죠. 그러던 중, 작년 2019년에 희곡으로 해리엇이 각색되어 새롭게 세상으로 등장했습니다. 소설의 내용을 온전히 담은 내용은 아니지만 원저자인 한윤섭 작가가 직접 각색한 만큼 핵심적인 스토리라인은 유지하면서 의미 있게 각색되었습니다. 실제로 한윤섭 작가는 극작가와 연극 연출가를 겸하고 있는 작가라 전체적인 주제의식이 훼손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책을 읽으면서도 한 편의 연극을 보는 듯한 즐거움을 추가로 만끽할 수 있죠.


<해리엇>은 원숭이 '찰리'와 175년을 동물원에서 살아온 거북이 '해리엇'을 중심으로 전개되는 이야기입니다. 원숭이 찰리는 사람 손에서 자라다 동물원으로 오게 되었습니다. 찰리를 키우던 동물원 주인의 아들이 학교 문제로 찰리를 동물원으로 보냈기 때문이죠. 원숭이의 습성을 배우지 못한 채 사람 손에서 자란 찰리는 동물원 안에서 스미스를 비롯한 개코원숭이 무리에게 괴롭힘을 당합니다. 찰리를 동족으로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이 괴롭힘의 이유였습니다. 해리엇은 그런 찰리를 스미스 무리에서 지켜줍니다. 개코원숭이 무리에서 벗어나 동물원에서 적응할 수 있도록 돕죠. 해리엇은 늘 그렇듯 동물원에 함께 살고 있는 여러 동물들을 사랑과 믿음이라는 자신만의 방법으로 대합니다. 어린 원숭이 찰리도 매번 말썽을 피우는 개코원숭이 스미스도 말이죠.


해리엇: 스미스, 여긴 사람이 만든 동물원이야. 우리 모두 갇혀 있어. 영역을 나누는 게 무슨 소용이야. // 스미스: 동물들한테는 언제나 질서가 필요한 거예요. 동물원에 있다고 그게 바뀌지는 않아요. // 해리엇: 질서? 누구를 위한 질서냐?


그러던 어느 날, 해리엇에게 죽음의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죽음을 내다볼 수 있는 올드 덕분입니다. 이미 손을 쓰기엔 죽음은 성큼 해리엇에게 다가와 있는 모양입니다. 오랜 시간을 동물원에서 살아온 해리엇에게도 마지막이 찾아오고 있는 것이죠. 해리엇은 죽음을 앞두고 자신의 고향, 갈라파고스를 떠올립니다. 175년이라는 세월을 동물원에서 살면서도 단 한 번도 잊지 않았던 갈라파고스, 자신의 고향 바다를 떠올립니다. 찰리는 그런 해리엇을 바다로 데려다 줄 계획을 세웁니다. 하지만 쉬운 일은 아닙니다. 동물원에 있는 동물들의 도움이 필요하죠. 동물원의 동물들은 그동안 자신들이 받았던 사랑과 믿음을 해리엇에게 돌려주기로 합니다. 해리엇의 탈출을 돕기로 한 것이죠. 과연, 해리엇은 무사히 자신의 고향인 바다로 돌아가 자신의 마지막을 맞이할 수 있을까요.


희곡 <해리엇>의 등장인물들은 각자의 개성이 뚜렷해서 연극으로 연출하기에 적합한 작품입니다. 동물원 안에서 벌어지는 갈등들도 연극적인 요소들로 꾸미기에 적합하죠. <해리엇>을 읽으면서 해설, 지문, 대사와 같은 연극의 기본적인 요소들을 손쉽게 배워보고 또 나아가 그 속에 담긴 동물원 속에서 지혜롭게 펼쳐지는 '상생'과 인간이 만든 동물원이 파괴하는 '상생'에 대해 생각할 수 있을 것입니다. 또, 원작 소설이 있는 희곡인 만큼 원작 소설과 각색된 희곡의 내용을 비교하며 읽는 것 역시 아이들에게 큰 도움이 될 수 있겠습니다. 일부 장면을 직접 연극으로 표현해보거나 자신이 좋아하는 소설을 골라 희곡으로 직접 각색하고 연출하는 것으로도 확장해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2015 개정 교육과정에서 '연극 교육'이 강조되면서 연극 단원이 신설되었습니다. 사실, 희곡은 문학 영역에서 많이 배제되어 있던 부분입니다. 시나 소설에 비해 큰 관심을 두지 않았던 부분이죠. 하지만 연극 교육을 통해 이룰 수 있는 정서적, 심리적 치유 효과와 연극을 통해 학습 내용에 다가가는 교육적 효과 등으로 우리는 연극이 얼마나 아이들의 배움에 있어서 효과적인지 이미 알고 있습니다. 유아기 아이들이 누가 시키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상황극, 역할놀이 등으로 교우관계를 형성하고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고 또 언어를 익혀 나가는 등의 모습도 우리는 쉽게 발견할 수 있습니다. 문학동네 출판사에서는 <해리엇> 뿐만 아니라 아이들에게 사랑받았던 소설들을 어린이 희곡으로 각색하는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교육 현장에 있는 선생님들에게도 아이들에게도 의미가 있을 작업이라는 생각입니다. <돌 씹어 먹는 아이>, <짜장면 로켓 발사>, <뻥이오, 뻥> 등 다른 희곡 작품들도 출판되어 있고 앞으로도 계속 출판될 예정이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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