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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환상적인튀김요리 Mar 22. 2022

스마트폰에 영혼을 내어주는 아이들

서른여섯 번째 책 <도깨비폰을 개통하시겠습니까?>

<깔끔하게 꽂는 책꽂이>는 초등학생 아이들이 읽으면 좋을 작품을 선생님의 관점에서 읽고 소개합니다. 주변에 책이 재미없다는 이유로, 지루하다는 이유로 혹은 길거나 어렵다는 이유로 멀리하고 있는 아이들에게 책을 권하고 함께 이야기하고 공감하며 천천히 그리고 끝까지 읽어보세요. 그러면 아이들은 분명, 그다음의 책을 스스로 찾아 나설 겁니다.



아이들을 스마트폰이라는 기기가 점령한 뒤로 학교 현장에서 스마트폰은 수많은 문제들을 만들고 있습니다. 스마트폰은 그 쓰임에 따라 무기(武器)가 되기도 하고 이기(利器)가 되기도 하죠. 스마트폰을 아이들 손에서 빼앗아야 한다는 의견들도 있지만 사실, 그건 불가능한 일이자 불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결국, 우리 선생님들이 혹은 학부모들이 해야 할 일은 스마트폰을 이기로 사용될 수 있도록 이끌어주는 일이겠습니다. 스마트폰을 본격적으로 접하게 되는 연령대가 점점 낮아지고 있지만, 보통 3-4학년으로 파악되고 있습니다. 글밥이 많고 단어가 어려운 <도깨비폰을 개통하시겠습니까>를 3, 4학년군 추천 도서로 분류한 이유이기도 합니다.


주인공 지우는 어느날 주인 없는 스마트폰을 만나게 됩니다. 그동안 스마트폰이 없었던 지우에게 주인 없는 스마트폰은 정말 매력적인 물건이었죠. 그런데, 이 스마트폰 수상합니다. 얼결에 집까지 가져가게 된 스마트폰에서 걸려온 전화는 지우를 도깨비불과 함께 이상한 '굴'로 이끌죠. 도착한 굴에는 허깨비를 이용한 재밌고 또, 신선하면서도 자극적인 놀이들이 잔뜩 있습니다. 지우는 전화를 걸어왔던 케빈(사실은 깨비였는데, 지우가 잘못 알아들은 것이었죠.)을 비롯한 몇몇 수상한 친구들과 밤새 놀게 됩니다. 지우가 우연이 주운 스마트폰이 데려가 한밤을 보낸 이곳은 도깨비 굴입니다.


<도깨비폰을 개통하시겠습니까> 속 도깨비굴은 결국, 스마트폰이 안내하는 자극적인 콘텐츠들을 통칭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지우는 스마트폰을 통해 자신의 선택에 따라 도깨비굴에 찾아가게 되고 그 속에서 이전까지는 만나보지 못했던 새로운 재미를 얻습니다. 아이들이 점차 스마트폰에 중독되는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스마트폰은 요물스러운 일종의 도깨비와도 같으니까요.


"내일도 와도 되나요?", "내가 오지 말라고 해도 올 거잖니. 다들 그래."


지우가 난생 이렇게 재밌게 논건 처음입니다. 이제 지우의 모든 관심은 온통 이 도깨비폰을 향하게 됩니다. 숙제를 대신해주는 애플리케이션 덕분에 공부도 소홀히 하고 새로운 애플리케이션을 즐기며, 점점 기가 빨려 쇠약해지죠. 도깨비폰 속 앱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기'를 내주어야 하거든요. 기가 빠져나가 쇠약해지는 지우의 모습은 밤새 유튜브를 보느라 혹은 게임을 하느라 정작 학교에서는 멍하게 앉아 있는 아이들이 떠오르는 장면입니다. 그러다 지우는 수진이에게 도깨비폰의 정체를 들키고 맙니다. 할 수 없이 수진이도 도깨비굴에 데려가기로 하죠. 그런데 수진이는 지우와 달리 도깨비굴에서 기가 더 빨려 정신을 차리질 못합니다. 지우는 자신들의 재미를 위해 자신을 이용하려고 하는 도깨비들의 속셈을 눈치채고는 수진이를 데리고 얼른 도깨비굴을 빠져나옵니다.


지우는 도깨비폰에서 벗어나기 위해 발버둥을 치기 시작합니다. 하지만 한번 빠져버린 도깨비폰에서 빠져나오기란 쉽지가 않죠. 잊고 싶어도 생각이 나고 멀리 두어도 어느 순간 지우의 손에는 도깨비폰이 들려 있으니까요. 첫 시작은 정말 간단했지만 멈추는 일은 또 다른 차원의 일입니다. 도깨비들은 계속 지우를 꼬드기고 도깨비폰 속 여러 가지 애플리케이션들은 지우를 여전히 괴롭히고 있습니다. 지우는 과연 도깨비폰 그러니까 어쩌면, 스마트폰 그 자체에서 벗어 나올 수 있을까요?


"재미있죠. 하지만 예전이 더 좋았어요. 밤새도록 노는 것보다 집에서 푹 자면서 꿈을 꾸는 게 좋아요. 아저씨처럼 책도 읽고 싶어요. 요새는 자꾸만 딴생각이 나서 집중할 수가 없어요. 너무 괴로워요. 도깨비들에게서 벗어나는 방법이 없을까요?"



스마트폰에 중독된 아이들을 보고 있으면 마치 영혼을 내어준 것 같다는 생각을 할 때가 있습니다. 아이들 뿐만 아니라 한시도 스마트폰을 놓지 못하는 저에게도 해당하는 일이죠. <도깨비폰을 개통하시겠습니까>에서 도깨비폰이 가져가는 '기'가 바로 그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스마트폰은 알게 모르게 우리들의 영혼, 기를 갉아먹고 있으니까요.


하지만 서두에서도 이야기한 바와 같이 스마트폰을 아이들 손에서 빼앗을 수는 없습니다. 강제로 늦출 수는 있겠지만 아이들에게 스마트폰은 이 시대에 떼어놓을 수 없습니다. 다만, 스마트폰을 어떻게 현명하게 사용할 것인가에 달려 있는 것입니다. 자신의 마음을 지키고, 자신의 생각과 소신을 지키며 스마트폰을 사용할 수 있다면 스마트폰은 더 이상 기를 가져가는 물건이 아니라 되려 건강한 기를 내어주는 물건이 되어줄 수 있을 테니까요. 책 속의 지우 역시 도깨비폰을 부수거나 멀리 하지 않습니다. 도깨비폰을 현명하게 사용하는 방법을 알게 되었을 뿐입니다. <도깨비폰을 개통하시겠습니까>를 읽으며 아이들도 지우가 극복했던 것처럼 스마트폰을 대하는 현명한 마음과 생각이 생겨났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그럼 저는 앞으로 도깨비들과 멀어져야 할까요?", "솔직히 말하면 그건 힘들어. 너도 이미 해 봤잖니? 한 번 귀도를 지나와서 도깨비들과 사귀어 본 인간은 이쪽으로 관심이 쏠리게 되어 있어.", "그러면 어떻게 해요?", "넌 그냥 지금처럼 하면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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