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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환상적인튀김요리 Feb 19. 2023

4번 레인만이 꿈의 전부는 아니야

마흔여섯 번째 책 <5번 레인>

"책을 읽은 후에 아이들은 기꺼이 자신이 정말 좋아하는 자기만의 어떤 세계로 날아오르고 싶어질 것이다. 자신의 몸을 한 세계에 던지는 순간 왜 꼭 그래야 하는지를 질문해 낼 것이고 마땅히 자기만의 답을 찾을 것이다. 물 위로 몸을 던지는 강하고 당당한 오늘의 나루를 통해 오늘의 나를 만날 게 분명하다." (심사평 중에서)


꿈이나 진로를 다루는 문학 책들은 많습니다. 오늘 소개할 <5번 레인>도 어린이들이 가지고 있는 '꿈'을 이야기하는 책이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이 귀한 이유는 꿈을 꾸는 어린이들의 마음에 귀를 기울인 책이기 때문입니다. 결국 꿈이라는 건 자신이 세우고 도전해야 하는 것입니다. 꿈에 대한 이유가 누군가에 의해 만들어질 수도 있겠지만 그 이유는 오래가지 못할 것이고 누군가의 부추김에 도전할 수도 있겠으나 나아가기에는 동력이 부족할 것이 분명합니다. 결국 꿈을 꾼다는 건, '자기 자신'을 들여다봐야만 하는 일입니다.


<5번 레인>의 주인공 나루는 수영 선수입니다. 한강초의 에이스죠. 나루는 '수영 선수'라는 꿈에 대해 의심한 적 없었고 늘 이기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습니다. 나루에게 수영은 꿈, 그 자체입니다. 어려운 훈련도 거뜬히 견디고 이기기 위해 자신을 수도 없이 채찍질합니다. 그런데 그런 나루의 꿈을 괴롭히는 사건들이 하나둘씩 나루를 괴롭히기 시작합니다. 한 번도 의심한 적 없었던 자신의 꿈에 균열이 나기 시작한 것이죠.


어렸을 때부터 수영을 함께 한 버들이 언니가 성적이 안 나온다고 수영을 포기한 것이 그랬습니다. 또, 6학년 느지막이 전학을 와서는 엘리트 체육으로는 너무나도 늦게 수영을 시작하겠다고 나서는 태양이의 철없는 도전이 그랬습니다. 자신의 꿈을 막아서는 푸른초의 에이스이자 라이벌 김초희의 등장이 그랬고 앞으로 수영을 할지 말지 고민하고 있는 승남이, 수영은 이기고 지는 게 전부가 아니라는 이해할 수 없는 말을 하는 코치님, 힘들면 수영을 포기해도 된다고 쉽게 얘기하는 부모님이 그렇습니다. 나루에겐 도대체 이해할 수 없는 일들입니다. 나루에게 나루의 꿈, 수영은 포기할 수도 없고 질 수도 없으며, 장난으로 재미로 시작하는 그런 게 아녔으니까요.


그럼, 나루는 왜 수영을 하고 싶어 하는 걸까요? 사실, 나루는 정확히 알지 못합니다. 왜 자신이 수영을 하고 있고, 수영 선수를 꿈꾸고 있는지를요. 다만, 나루는 수영을 꿈꿔왔고 앞으로도 그래야만 합니다. 수영 외의 것은 생각해 본 적 없는 나루니까요. 나루는 일련의 사건을 거쳐가며, 자신이 수영을 계속하고 싶어 하는 이유를 조각조각 찾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수영을 계속하고 싶어 하는 이유는 그동안 목표로 품어왔던 '결과'나 신경을 곤두 세웠던 '주변'에 있는 것이 아니라, '나 자신'에게서 찾아야 함을 깨닫게 되죠.


"결과보다 과정이 중요하다고들 말한다. 하지만 나루는 아무리 과정이 훌륭한들 결과가 형편없다면 그게 다 무슨 소용이냐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제 나루도 알았다. 결과가 좋든 나쁘든, 나루 손으로, 나루의 두 팔과 다리로 만들어야 했다. 그래야만 승리의 기쁨도, 패배의 분함도 떳떳하게 받아들일 수 있었다."


나루는 초등학교에서 마지막으로 출전한 대통령 배 수영 대회에서 다시 라이벌 김초희에게 패합니다. 하지만, 지난번처럼 좌절하지 않습니다. 자신의 레인에서 자신의 속도로 마지막 터 패드를 자신의 손으로 터치했으니까요. 그날 나루는 자신의 기록을 경신했습니다. 그리고 1등을 차지한 김초희에게 진심으로 축하를 건네죠. 나루는 자신의 꿈, 수영을 통해 자신을 들여다보고 진심으로 사랑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그게 비록, 1등이 아니더라도 말입니다.



꿈의 결실은 반드시 성공에 있을까요? 아니면, 꿈을 꾸는 것 자체에 놓여 있을까요? 어쩌면, <5번 레인>은 1위의 성적표를 가진 사람이 차지할 수 있는 4번 레인만이 꿈의 길이 아니라 5번 레인, 6번 레인, 7번 레인 심지어는 예선 탈락의 레인까지도 꿈을 향하는 길이라고 말하고 있는지 모릅니다. 나루는 흔들리고 있는 자신의 4번 레인을 지키기 위해 갖가지 노력을 했지만 결국 깨닫게 되는 것은 내가 지금 서 있는 5번 레인이었을 겁니다. 나루는 책의 마지막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두고 봐. 다음번 터치패드는 내가 제일 먼저 찍을 거야."


이 말을 하는 나루는 이전의 나루처럼 '결과'를 향하는 것처럼도 보이지만, 또 한편으로는 결과를 초월한 것처럼 보입니다. 터치패드를 향한 나루의 비장함은 주변을 향한 외침이 아니라, 자기 자신을 향하고 있는 진심이니까요. 결국, 꿈은 성패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내가 세우고 내가 만드는 일이 훨씬 중요하다는 걸 알게 된 나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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