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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향연속나비 Oct 27. 2017

다시 태어난다면 지금보다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기를.

하지만 할 수 있다면 지금 이 순간 행복해 주기를 

요즘, 원인을 알 수 없는 잠버릇이 생겨버렸다.

깊이 잠들지 못하고 꿈에 뒤척임은 물론이고 잠에서 깨면 만세를 하듯 두 팔을 머리 위로 올린 채 깨곤 한다.

혹자는 척추와 근육에 무리가 있어 그런 자세가 나오는 거라 하고 혹자는 수면 중 체온이 높아 열을 발산하기 위해 그렇다 한다. 그래서 어젯밤은 척추에 좋은 간단한 요가 자세를 취한 후 반바지에 반팔을 입고 잠을 청했다.

그리고 잠에서 깨어 차가워진 내 몸뚱아리를 어쩌지 못하고 전기장판으로 인조적인 온기를 기대한다.

두여 시간이 지난 지금까지도 차가운 발끝이 온기를 흡수하지 못해 침대 밖으로 나갈 수가 없다. 창밖으로 거센 바람에 흔들리는 나무가 불안해 보인다. 그로 인해 덜컹거리는 내 방문 소리는 지금을 벗어나고 싶은 마음을 증폭시킨다. 싫다. 지금이.



새벽, 눈을 뜨면 빈속에 약을 한 알 삼킨다.

씻고 난 뒤 또 다른 약 한 알. 음악을 틀어놓고 책을 보거나 하릴없이 기사 등 세상 이야기들을 보다가 다시 식전 약. 식후 뒤 또 다르게 털어 넣는 약봉지. 그렇게 세 끼. 빈 시간 다시 한번 약 한 알. 잠들기 직전 또 한 알.

하루 열 번의 약을 먹기 위해 시간에 기다리며 하루 세 끼를 모두 맞이하는 생활이 짧게는 한 달, 길게는 두 달을 맞이하였다.

일주일에 한 번의 검진, 피검사, 초음파, 내시경 등이 이어졌고 중요한 일이 아니면 외출을 삼갔으며 일정을 행한 뒤에는 하루 이틀씩 앓아눕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스트레스라는 게 그런 거다.

억누르고 외면했던 긴 시간에 대한 대가는 감당하기 쉽지만은 않았다. 과거에 대한 오만함에 현재의 인연들과의 만남에 매번 피곤한 모습으로 대할 수밖에 없음이 미안할 뿐이었다.

(며칠 전 패러글라이딩을 위해 영월까지 갔을 때도 난 신경안정제에 취해있어 긴장을 느낄 수 없었다.)

글을 쓰고, 사진을 찍고, 곡을 만들며 소통하는 그 어떤 것도 녹록지 않았다. 머릿속에 맴도는 벌레 같은 녀석들은 도통 두 줄이상 정리될 줄을 몰랐고, 반짝반짝 빛나는 세상을 만나러 갈 수 없었다. 건반에 쌓인 먼지를 닦으며 울컥한 적도 있다지.





무언가에 의해 원치 않는 구속을 당하는 삶은 참으로 버겁다.

의사표현을 통제당하고 자유를 억압당하고 비논리를 강요당하는 말도 안 되는 사회가 형성된 것만 같아 괴로웠다. 물론 그조차 스스로 내 안에서 만든 것이지만.

흑백이 되어가는 삶의 질을 이어갔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하루 종일 단 한마디 안한 시간들이 늘어날수록 인연이라는 '관계'는 더욱이 선명해지더라.


만나자 여러 번 연락 오던 이들은 어찌 된 일인지 내가 한국에 도착했을 때 연락을 감췄다.

인생의 간절한 도움을 청하던 이는 필요가 충족된 후 약속을 어겼다. (이를 괘씸하다고 해야 할지, 믿고 끝까지 기다려야 할지의 고민은 나를 이틀이나 이불 속에 울게 만들었다.)

마리끌레르에서 이벤트로 인한 인터뷰 요청이 있었고 그로 인해 전달된 쪽지에는 자신이 누군가를 밝히지 않았으며, 나와 친하게 지내지 못해서 아쉬웠다는 마음과 (마치 내 잘못이라는 듯) 언젠간 연락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물론 연락은 아직까지도 오지 않았으며 속상한 쪽지를 받아든 나는 흥미로운 인터뷰로 인해 즐거운 다른 참가자들 사이에서 씁쓸한 마음을 달랠 수밖에 없었다.


내가 일방적으로 매달리던 이들은 미련 없이 내려놓기도 하였다.

그들이 눈치채기까지는 두 달이라는 시간이 넘게 걸렸지만.

신뢰를 말하기엔 나는 너무 많은 역할을 부여하였고, 의무감으로 대하는 그들에게 상처받는 건 더 이상의 기운이 없는 나에겐 무리였다.

가장 가까운 이들에게는 그렇게 싸돌아다니니까 아프지라는 면박과 언제 정신 차릴지에 대한 손가락질이 이어졌다.

(실제로 회사와 일상을 떠난 여행에서 내 얼굴을 뒤덮었던 여드름이 전부 가라앉고 지금 역시도 이런 시간을 통해 회복 중이었지만 그들의 눈에는 이해받을 수 없는 내 모습이었다.)






Yes that's why i told you never mind that. People judge the other's always in their's ways. You don't need to fit their's thinkings or try to change that. Just let them keep thinking whatever they want and be yourself as you want to be







그녀의 조언에 구차하게 울거나 외로워할 이유따위는 없음이 명확해졌다. 잘못 살아왔다면. 잘 살아가야하는게 목표이자 이유가 되지않겠나.


이제야 알겠다.

인연이란 한 단락이 만들어지는 인생의 페이지의 연속이라는걸.

원테이크로 진행중일뿐, 삶의 시작과 끝에 내내 머무는건 내 시선만이다.

나는 나에게 흘러들어오는 기회들을 마주하며 행복할 수 있도록 건강하게 살아감에 집중해야만 한다.


또 한 번의 긴 여정을 앞두고 아무 생각하고 싶지 않았지만 이틀간의 우연한 통화와 대화는 다시 나를 자극했다. 말도 안 되는 논리와 질문을 쏟아내는 (뒤돌아보면 참 이상하리만치 평범치 않은) 시간을 감당하는 그가 놀라울 따름이다. (역시 코스모폴리탄인건가)


더 즐겁게 행복하게 굴어야지. 그런 곳들을 기억하고 보여주기 위한 공간이 아닌가, 이곳은. 허세라고 치부하기엔 각자의 순간은 너무도 소중하고 뜻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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