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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로코 Barroco Mar 04. 2022

갑자기 생각나서 푸는 독일어 경험담

누가 독일어는 공격적으로 들린다고 하였는가

고등학교 시절 나의 제2외국어는 독일어였다. 당시 우리 학교 문과에서는 독일어와 불어반으로 갈리었는데 딱 고3이 됨과 동시에 일본어와 중국어 체계(?)로 바뀌었다. 더 웃겼던 건 1학년 때 5반~~ 하면서 온갖 아양을 다 떠시던 조금은 4차원적이셨던 독어 선생님께서 거의 1년 동안 잠적하시더니 일어 선생님으로 나 몰라라 하신 채 컴백하신 거. 


어쨌거나 나의 독일어 사랑은 대학 시절까지 이어졌으니 독일 문화의 이해라는 교양 과목 시간에 독일어 문장 자진해서 읽어보라는 교수님 말씀에 용기를 내어 손들고 자신 있고 차분하게 문장을 발음하였었다. 이걸 보신 교수님께서는 독어독문과 학생들보다 낫다고 칭찬해 주셨고 같은 과를 비롯한 다른 학생들도 모두 오~~ 이랬었다. 


내가 학창 시절에 이토록 독일어에 열광하도록 만든 장본인은 지난주에도 소개한 적이 있는 바흐 덕분이라고 할 수 있겠다. 물론 바흐를 공부하기 위해 독일어 문서를 뒤지거나 그런 적은 전혀 없었지만 왠지 모르게 바흐가 좋으니 그가 나고 자라고 활동했던 독일에 대한 호감이 꽤 있었다고나 해야 할까. 


그래서 그 교양 수업도 정말 재미있게 들었었고 학점도 꽤 잘 나왔었다. 그리고 가장 기억에 남는 건 바로 음악과 학생들만으로만 이루어진 발표 시간이었는데 사실상 음대 콘서트홀에서 열린 음악회였다. 교수님께서 음악과를 위해 특별히 마련해주신 무대였는데 각 음악을 맡은 학생들은 자신이 연주하는 음악에 대한 리포트도 제출해야 했었다.


나는 이때 바흐의 프랑스 모음곡 5번 중 맨 마지막 악장인 '지그'를 연주했는데 연주 도중 빠른 템포에 너무 심취하고 몰입한 나머지 도돌이 하는 걸 깜빡 잊는 바람에 총 연주시간이 대략 2분 정도밖에 안 되어서 다 마치고 내려오니 친구가 벌써 끝났냐고 묻곤 했던 기억도 있다. 좀 성급했던 무대였지만 모두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긴 거 같긴 했다.


미국 와서도 독일어에 대한 관심은 조금 있어서 유데미를 비롯한 여러 온라인 사이트 등지에서 독일어 강좌도 들었었다. 하지만 독일어를 알면 알수록 절망감과 좌절감은 커져만 갔고, 더 이상 학창 시절에 경험했던 새로운 것에 대한 짜릿함은 느껴지지가 않았다. 이쯤 되니 독어 교과서를 괜히 버렸나 싶기도 했다.


그도 그럴 것이 일단 단어 외울 때 남성 여성 중성을 구별해서 같이 외워야 한다는 게 제일 헷갈렸고, 두 번째로는 A랑 B를 결합하여 정말 택도 아니게 긴 제3의 단어를 생성한다는 거 자체 또한 스트레스였다. 후자의 경우는 사실 직접 공부하면서라기보다는 유튜브 영상을 통해서였는데 암튼 이 두 가지가 독일어를 공부하는 데 있어서 큰 장벽이었다.


이 밖에도 여러 가지 난관들이 있을 터인데 아주 우연한 계기로 일본어를 독학하면서부터는 독일어와는 거의 손절(?)했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이다. 사실 여기에는 미국이라는 환경적 요인도 작용하는데, 독일어는 서구권 사람들도 쉽게 배우고 구사하는 언어이지만, 일본어를 잘하는 경우는 거의 없기에 이 틈새를 내가 한 번 노려보자는 취지였다. 


그래서 이제는 외국어 하면 영어와 일본어밖에 관심이 없다. 중국어를 배워봐라는 권유도 받았지만 일본어보다 더한 한자의 획수에 지래 겁부터 먹게 되고, 무엇보다도 중국어 발음에 자신이 없다. 하지만 일본어는 발음 자체가 수월할뿐더러 노래 부르기도 편하게 느껴진다.


그런데 노래하면 사실 국경의 장벽이 없게 느껴지는데, 서구권 언어로 듣는 애니 노래 등을 들으면, 비록 가사의 의미는 하나도 파악할 수 없지만, 들리기에는 너무나도 아름답게 들린다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카캡사 독일어 버전은 그야말로 지금까지도 신선한 충격이다.


1기 엔딩: https://youtu.be/DL4cMKnbbyk


3기 오프닝: https://youtu.be/vIezzmAUfBA


이 밖에도 좋은 노래들이 더 많이 있을 줄 아는데, 혹시 좋은 노래나 독일어 번안곡 아시면 댓글로 추천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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