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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천지음 Jul 18. 2023

2023년, 취준생으로 살아남기

현역 간호학도의 솔직한 이야기






  간호학과에 다닌다고 말하면 가장 많이 듣는 말이 있다.

'너무 힘들겠다.' 혹은 '너무 바쁘겠다.'

이런 말을 처음 들을 때만 해도 사실 그렇게 바쁘지는 않았다. 그때는 숨 쉴 구멍도 있었고, 실습복을 입고 전공을 맛보는 재미로 즐겁게 다녔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문장을 더욱 부정했던 이유는 따로 있다. 간호학과는 왜 유독 엄살을 부리냐는 어느 익명의 누리꾼이 남긴 말 때문이었다.


  어린 시절, 우리 엄마는 내가 힘들다고 투정을 부리면 '남들도 다 똑같이 힘들어. 세상에 안 힘든 게 어디 있어.'라며 내 나름대로의 힘듦을 인정해주지 않았다. 그럴 때면 꼭 내가 엄살을 부린 기분이 들었다. 그래서 주변에서 나를 걱정해 줄 때마다 그때의 기억이 떠올라 '아니에요~ 남들이랑 다 똑같죠, 뭐. 괜찮아요.'라며 웃어넘겼다. 하지만 지금은 좀 다르다. 다른 과의 커리큘럼을 낱낱이 알지 못해 정확히 비교를 할 수는 없지만, 지금은 객관적으로 바쁘다. 그리고 힘들다. 쏟아지는 간호사 모집 공고와 더불어 몰아치는 학사 일정들. 몇몇 병원들의 신규간호사 인원 감축에 따라 자연히 줄어드는 우리의 일자리. 보란 듯이 떨어지는 내 소중한 지원서. 그것들을 바라볼 때면 정말 자존감이 팍팍 까이지 않을 수가 없다.







  4학년이 되니 간호학과는 엄살을 부린다던 누리꾼의 말은 나에게 타격을 입히지 못했다. 사실 나는 지난 몇 달 동안 심적으로 매우 힘든 시기를 보냈다. 간호학과는 졸업과 함께 취업도 끝나는 분위기이다. 그러니까 학기 중에 취업하지 못하면 낙오자가 된 기분이 들 수밖에 없다. 취업이 유일한 정답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나는 낙오자라는 불명예를 안고 졸업하고 싶지 않았다. 스스로를 압박하는 부담감은 자연스럽게 불안감으로 바뀌어 몇 달 내내 나를 괴롭혔다. 정신적인 스트레스는 신체적 건강에도 영향을 끼쳤다. 마음이 좋지 않아 입맛이 떨어지고 끼니를 걸렀다. 배가 고프지도 않았고, 그냥 잠만 자고 싶었다. 그래서 그 상태로 며칠 내내 잠만 잤다. 그런데 불현듯, 이대로 갔다간 정말 돌이킬 수 없는 상태에 다다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신체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답답함을 해소하고 싶은 마음에 친한 친구들과 팔로우하는 비공개 SNS에 나의 생각을 솔직히 털어놓았다. 처음에는 내 감정을 속절없이 써 내려간 것만으로도 죄책감이 들었다. 이 글을 읽고 피곤해할 나의 친구들에 대한 걱정 때문이었다. 하지만 친구들은 댓글을 통해 나의 마음을 온전히 이해해 주고, 응원해 주었다. 그동안 혼자 아파했던 날들까지도 위로받는 기분이었다.


  이 이야기는 취업을 준비하는 간호학도에게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다. 이 글을 읽고 있는 익명의 여러분에게도 해당된다. 타인의 기준에 맞추어 나의 힘듦을 재단하려고 하지 말자. 스스로의 힘듦을 인정하고 그것을 바깥에 충분히 내비쳐야 비로소 햇빛에 의해 바래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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