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기내에서 13시간 20분의 기록
"두두드드드드드드드드드드드드드 드드드드드드드드드"
네 개의 케리어 소리가 요란하다. 그렇게 인천공항에 도착했다.
첫째 아이는 너무 설렌다고 하고 둘째 아이는 그냥 그렇다고 하는데 표정은 웃고 있다.
기내 탑승전에 1시간 정도 시간이 남았다. 아이들은 놀러 다녀온다고 한다. 난 남아 책을 읽다가 아이들 뭐 하며 노나 보러 갔더니 이탈리아 꼬마아이와 놀고 있었다. 첫째가 꼬마를 좋아하는데 외국 아이도 역시나 귀여웠나 보다. 첫째 아이는 이탈리아 꼬마아이 엄마가 "How can I say thank you in Korean?"라고 물어봤다고 하며 신나게 이야기한다. 쓰는 건 여전히 잘 못하지만 그래도 외국인과의 대화가 두렵진 않아 하는 아이를 보며 엄마표 영어의 감사함을 느낀다.
그리고 드디어 탑승~
대한항공에서 이것저것 주신다.
무엇보다 슬리퍼가 참 좋다. 예전에 있었던 거 같은데 없음 어쩌지 했는데 여전히 제공되고 있어서 다행이었다. 좁은 이코노미석에서 발이라도 자유롭게 도와주니 말이다.
주신 것들 정리하니 드디어 이탈리아로 향하는 비행기는 이륙한다.
"와, 하늘을 난다"
잠깐 눈을 붙였던 난 아이소리에 눈을 떴다.
인천공항에서 밀라노공항까지 13시간 20분이 걸린다. 평소 멀미가 심한 첫째 아이가 걱정이 되었다. 그래서 멀미약을 먹여야 하나 고민도 했는데 그냥 탑승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바로 아동식 주문여부를 승무원이 물어보신다. 그리고 아이식사를 먼저 준비해 주셨다.
오른쪽은 아동식으로 대한항공 앱에서 미리 신청한 메뉴였고 왼쪽은 내 메뉴다.
평소 버섯을 안 먹던 첫째 아이는
"버섯이 고급져서 안 먹기가 좀 그래."
라고 했지만 여전히 버섯은 먹지 않았다. 하지만 풍성하다며 맛있게 식사했다. 흔들리는 기내에서 두 번의 식사와 간식까지 잘 먹는 아이를 보며 비행기에선 멀미를 하지 않음에 감사했다.
맛있는 식사시간을 마치고 밖도 보고 좀 쉬었다. 그리고 독서타임을 가졌다. 첫째는 인천공항에서 사달라고 한 '데미안'을 읽고 둘째는 '처음 읽는 삼국지 1'을 읽는다. 난 여행준비하며 읽고 싶었던 책을 이제야 읽는다. 여행준비할게 왜 이리 많은지 읽고 싶은 책은 기내에서 드디어 제대로 읽었다.
첫째 아이 독서토론학원 선생님이 이탈리아 간다고 하니 추천해 주신 책이다. 좀 어려운 거 같아 처음엔 읽어주었는데 내가 더 호기심이 갔다. 그리고 기내에서 너무나 좋은 문장을 만났다.
"때가 되면 나는 집을 나서는 것이 아니라 임시 숙소를 나서는 것처럼 삶을 떠나리라. 어지러운 이 세상을 하직하는 인생의 가장 멋진 그날에 나는 멀리 영혼들의 성스러운 모임을 향해 출발하리라.
설사 인간의 영혼이 불멸한다고 믿은 내 생각이 잘못이라 해도 나는 기꺼이 받아들이리라. 하지만 평생 동안 나는 그 믿음을 버리지 않으리라."
빛나는 로마역사 이야기 p81
위의 글은 로마의 독재자를 막고 공화제를 끝까지 지키려다 죽음을 맞게 되는 키케로의 말이다. 키케로의 생각이 맞고 틀리고를 떠나 자신에게 주어진 삶에 최선을 다한 사람만이 할 수 있는 말인 거 같아 큰 울림이 되었다. 나도 언젠가 이 땅에서의 마지막날 잠시 머문 이 땅과의 이별이 내 인생의 가장 멋진 날이 되길 간절히 바라보았다.
아이들은 화면을 이것저것 만저보더니 Dog Man이 있다며 좋아한다. 영어책으로만 읽었는데 영화가 있는지 우린 처음 알았다. 두 아이는 신나게 영화를 보고 난 읽던 책을 읽었다. 옆에 남편도 재미있게 영화를 본다. 기내에서의 시간은 생각보다 빠르게 흘렀다.
첫째는 또 배가 고프다고 한다. 한참 자라는 나이인 5학년이라 그런지 항상 배가 고픈 첫째. 다행히 아이들을 위한 간식이 나온다.
아이들은 이 간식이 나왔고 일반적으론 핫도그가 나왔던 것 같다. 아이들은 신나게 간식을 먹으며 보던 영화를 마저 본다. 그 외에도 소닉 3, 인사이드아웃 2 등을 아이들은 신나게 보았다. 긴 비행시간은 걱정했던 것보다 순조롭게 그리고 즐겁게 채워졌다.
그런데 이런 생각이 든다.
체크인은 온라인으로 내가 했다.
수화물접수도 우리 식구가 같이 했다.
그리고 기내에서 기내 안전수칙은 영상으로 대체되었다.
'그 일을 하던 분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기내에 있는 동안 한 남자 승무원이 친절하게 승객들을 응대할 때 참 힘드시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내 앞에 외국인을 응대할 때 영어로 능숙하게 식사메뉴이야기며 다른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을 보니 저분의 힘은 친절함과 소통능력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 힘은 나도 갖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곧 밀라노 공항 도착이다.
다들 자고 있다. 나도 몇 시간 잤다.
우리나라보다 7시간 늦은 이탈리아.
공항 도착시간이 우리나라 시간으로는 새벽 3시고 이탈리아 시간으로는 저녁 8시에 도착한다. 계획은 기내에서도 자고 밀라노 숙소에서도 자면 시차로 인한 고생은 없을 것 같았다.